벼르던 간절기 자켓을 어제 드디어 사서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에 입고있는데
"오늘 30도 까지 올라가, 자켓 필요없어~" 라는 남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입은채로 돌아다니니까
자정에도 섭씨 24도라고 핸드폰으로 재차 확인 시켜준다...

내 맘을 그대는 모르지이~


Posted by 민들레_ :

우리 학과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Student Seminar을 한다. 

금요일 점심시간에 이루어지는 이 학생세미나는 과에서 주도하고 학생들이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 자리이다. 

학생들이 발표를 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면서, 피드백을 받아 발표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리. 


학생들이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이면서 (출석체크를 한다!)

과에서는 학생들의 참석률을 돕기 위해 점심을 주문해주곤 했다. 


4년 전, 처음 1학년으로서 이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에는 

다양한 메뉴 중에 고급음식인 스시가 종종 주문되어 있기도 했고,

2, 3학년 때에는 스시가 빠진 중국음식/샌드위치/화덕구이피자/미국피자 중의 옵션 중에서 오더니

4학년 후반이 되자 메뉴가 샌드위치로 고정이 되었고.. 

지난 주.. "점심 주문을 중지하겠다" 라는 과의 이메일이 왔다.


우리 세미나(12시 시작)의 전 시간대(10시-12시)에, 같은 세미나실에서 수업이 있는데

우리 세미나의 사람들이 그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었다는 신고가 있었다고. 


대체 누가 그런 무개념한 행동을 했나!!! 하며 슬퍼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전 시간대의 학생 하나가 뒤에 세팅이 되는 샌드위치들을 보더니 세미나 하러 온 아이들에게 "나도 이거 먹어도 돼?" 라고 물었다가... 세미나 학생들이 "아니 이거 세미나 하는 사람들 먹으라고 준비된거야" 라는 대답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수업시간에 늘 방해가 되었다며, 과에 강력히 항의 하겠다고.


상황을 정리하고 보니 음식을 배달해주는 분이 

전 수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회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가서 음식을 세팅하고 나왔던 것이고,

그 것 때문에 수업을 하던 사람들은 방해를 받았던 것. 


세미나를 하던 우리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채 점심을 빼앗기고 말았다 ㅠㅠ 


이렇게 억울한(?) 상황이 되자, 안그래도 음식의 종류가 점점 박해지던 상황에 불만이 있었던 학생들은, 

'차라리 잘됐다!!! 됐다그래!! 내가 내일 체코 디저트 갖고올게, 그거 같이 먹자!!" 라는 동기의 이메일을 시작으로 

"나는 라따뚜이 만들어올게 / 나는 스패니시 오믈렛 만들어 올게 / 나는 음료수 가져올게 / 나는 와인 가져올게..." 등등의 이메일들을 꼬리에 꼬리를 이어 돌리기 시작했다. 


팟럭 파티 분위기가 되어 나도 들떠서 마늘빵을 구웠다. 


버터, 올리브유, 생파슬리, 잘게 자른 페퍼로니와 섞은, 오븐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Garlic knot

그러나 빵 반죽을 만드려는데 하얀 밀가루가 떨어져서 통밀가루를 섞었더니 

빵이 부풀질 않아 딱딱해졌다는 ㅠㅠㅠ 슬픔...

학생들이 가져온 각종 음료와 주류.

주스파, 와인파, 맥주파, 탄산음료파가 다양하게 골라 잡을 수 있는 드링크바~

세미나실에서, 음식을 가져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학생들

오른쪽의 책장 뒤에 뒷문이 있는데, 문 밖으로까지 줄을 서있다. 

음식이 동나기 전에 한장 찍으려 했는데....

너무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져서 찍을 새가 없었다..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자면: 

닭 구이, 닭튀김, 라따뚜이, 체코의 디저트빵, 두툼하고 감자가 들었던 스패니시 오믈렛,

4가지 맛의 감자칩, 쿠스쿠스 샐러드, 퀴노아 샐러드, 두가지 컵케익, 6종류의 쿠키..


심하게 영양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나의 음식 선택 ㅋㅋ


이 모든 음식들이 자발적으로 준비된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되는 일부의 학생들이 준비해온 것이었는데,

학기의 마지막 세미나인 다음 주에 

이번 주에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또 다시 팟럭을 준비해온다고 한다. 



ㅎㅎ 과에서 생긴 오해로 인해 무료 점심이 없어졌지만, 

이 상황에서 슬픔을 승화시켜서 

즐겁고도 다채로운 메뉴를 가능케 한 우리 과 학생들~


유쾌한 결속력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었다 :) 

다음주도 기대하겠어! 

Posted by 민들레_ :

어느날 남편이 "우리 삼겹살 그릴 좀 알아봐줘" 라고 해서

집에서 구워먹을 불판을 찾아 달라는 것인 줄 알았더니,

시아주버님과 몇일 전에 이야기를 하다가 리퀘스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사는 3형제중 둘째인데, 첫째인 시아주버님과 그의 아내인 형님, 그리고 셋째인 도련님(..이라고하니 이상하다 ㅋㅋㅋㅋ 우리끼리는 그냥 이름부르는데) 이렇게가 작년 우리의 한국 결혼식에 참석했었었다. 

그때 결혼식 당일날 이외에는 참 열심히 먹방을 찍으러 다녔었는데... 


진짜 스시를 먹고 싶다고 해서 코스로 나오는 일식 집에서도 먹고 (나도 처음이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를 사서 근처 식당에서 매운탕을 해먹기도 하고

남대문 시장 앞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기도 하고




숯불 화로구이집에서 불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떠나기 전날, 고깃집에 가서 부위별로 고기를 구워먹었다

이렇게 열심히 먹고 먹고 또 먹으러 다녔는데,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시아주버님과 형님이 고기 그릴을 공수할 수 있는지 남편에게 물어본 것이다. 


이 두분이 한국에서 여러 먹방을 찍으며 인상깊었던 점이

1) 부엌용 가위를 쓰는 것과

2) 식탁 안에 일체형으로 고기 그릴을 짜맞춘 것! 


(닭갈비집에서 당면사리와 고기를 잘라주는데 음식을 가위로 자르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두 분이 엄청나게 즐거워하며 사진도 찍었었다.. )


그리고 고기 그릴에 대해서는 그렇게 감명받은줄 몰랐었는데, 그게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오스트리아에 본인들의 캠핑카의 식탁에 구멍을 내어서 한국식 바베큐 그릴을 넣고 싶으시다고..


아예 숯불그릴이 들어가있는 식탁을 통째로 사서 보내드려야 하는 것인가.. 하고 동공지진을 하며 찾아보니 

의외로 업소용으로 그릴만 파는 곳이 많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이 비싸지는 않았다.

저렴한 것은 4만원대에서 대략 20만원 중반대까지의 가격대. 


용어들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블로그 http://m.blog.naver.com/bean1525/

제일 어려웠던 점은.. 

이런 업소용 그릴을 찾는 분들은 

그 분야 전문가라서 그런지..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 ㅠㅠ 


대체 착화는 무슨 뜻이고

로스타는 그냥 그릴과 뭐가 다른건지..

상향식 하향식은 뭐가 상향하향이라는건지.


이동식 식탁에 넣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제일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요로케 정리를 할 수 있었다. 



피어나 로스타 www.grill21.com에서 사진들을 주로 가져왔습니다

Kohlebecken 은 화로를 직역한 것인데.. 나의 제한적인 지식으로는 

화로구이와 가스구이의 큰 차이점이 철사망에 고기를 구울수 있는지, 없는지인 것 같아서 그걸 강조했다. 


무연착화식은 (No Smoke)은 전기가 220볼트가 필요하다고 일부 사이트에 쓰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전기로 작동하여 연기를 흡입하는 모터가 달려있는 듯 하다. 


아직도 숯불가스와 화로가스의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다.. ㅠㅠ 둘다 가스로 불을 시작해서 숯으로 불을 유지하는 시스템 같은데.. (보기에도 비슷해보이고) 


아주버님 내외가 이걸 보고 어떤게 좋겠다~ 카테고리를 정하고 나면 더 깊게 들어가서 주방용품 회사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오스트리아의 어느 작은 관광마을에서 캠핑카 옆에서 한국식 삼겹살을 굽고 있을 사사의 가족들을 상상하면ㅋㅋ 없는 시간 쪼개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크크 이게 바로 문화 홍보대사 아니겠는가! 


그리고 날 좋을 계절에 놀러가게 되면 수시로 밖에서 고기 구워먹을 생각하니 기분이 업~ 업~~ 



Posted by 민들레_ :

한달 만의 포스트 - 

스크롤 주의하세요! 구구절절 텍스트가 많아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향해 공부하는 학생은 자신의 지도교수 이외에도 2-3명의 교수님을 모아 Committee meeting을 형성한다. 이 분들은 학생을 위한 안전망이 되어 주시는 분들이다. 


예를 들어, 모든 교수님들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 지도 교수님이 너무 바빠서 학생을 챙기지 않거나 학생의 프로젝트를 외면할 때

- 지도교수가 학생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 안에서 해야할 잡다한 업무들을 시키거나 

- 지나치게 성과위주로 몰아가서 학생이 할 수 없는 일을 무리하게 시킬때

- 학생과 사이가 안 좋아져서 교수가 학생과의 소통을 거부할때

-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데 지도교수가 고집을 부리며 학생에게 산으로 가기를 강요할 때 등등..

지도교수-학생도 사람 사이의 관계인지라, 다양한 성향의 학생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성향의 교수님들이 있기 때문에 그 중에는 서로 극과 극이 만나서 불꽃 튀는 관계도 있고 서로 요철마냥 성격이 딱 들어맞아 죽이 잘맞아 졸업 후에도 친하게 지내는 관계도 있다. 


박사학위를 하면 4-5년간은 지도교수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내게 되는데, 지도교수가 학생에게 끼치는 영향이 워낙 막강한지라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학생이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있는 사람들이 커미티에 소속된 교수님들이다. 부당한 일이 있을 경우 제일 먼저 가서 말을 꺼내 상담하기 좋은 교수들이 커미티 멤버들이고, 내 프로젝트가 교수의 고집으로 인해 산으로 간다면 커미티 교수님들이 지도교수에게 교수 대 교수로서 방법이나 방향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 이 경우, 동료교수의 의견을, 더군다나 2-3명의 동료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을 맞닥뜨리면 지도교수도 접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또, 커미티의 큰 순 기능으로는

지도교수와 학생이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제 3자로서, 과학자로서 심도깊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다. 


나도 랩을 바꾸기 전부터 이런 커미티 미팅이 있었고, 원래의 G 지도교수님이 샌프란시스코로 떠난 뒤  A 지도교수님의 학생으로 바뀌게 된 뒤로는 커미티 미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프로젝트가 새로 바뀌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러이러한 것을 이러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보고 있다"라고 말을 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기 떄문에. 


긴 서두를 잘라먹고, 드디어 지난 4월 22일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게 된 후 첫 커미티 미팅을 하게 되었다.

새 랩에서 시작한지 5개월째 - 실질적으로 적응기와 등등을 빼자면 3.5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했던 것 치고는 흥미로운 실험결과들을 많이 뽑아냈기 때문에 지도교수님도 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커미티 미팅에 들어갔다. 


간식으로 커피와, 코스타리카에서 온 파인애플과 오스트리아에서 온 쿠키를 마련해놓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랑스럽게 나의 결과들을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교수님들의 표정이 영 흥겹지가 않다. 

전혀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았떤 서브 실험에서 교수님들이 눈을 떼지를 못하고.. 


결국 일반적으로는 2시간 내에 쌈싸먹고도 남을 커미티 미팅인데 내 미팅은 3시간을 거의 채웠고 (우리 뒤에 회의실 쓰는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원래는 지도교수님과 커미티 미팅 후에 함께 맥주나 한 잔 하며 그간의 수고를 축하하기로 했었는데 

 미팅 끝나고 교수실에서 2시간 넘게 커미티미팅의 실패를 분석하고 코멘트를 들었다. 아 정말 멘붕. 


커미티 멤버 교수님들의 요지는 4학년에 새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 빠르고 쉬운 프로젝트를 해야하지않겠냐, 라는 뉘앙스였는데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는 너무 광대한 꿈을 꾸는, 그러면서도 성공여부가 애매한 실험들이라 많은 우려를 받은 것.. 


지난 4개월간 주말에도 랩에 들어가며 바쁘고 바쁘게 달렸던 나로서는 맥이 좀 풀리더라. 

아니, 맥이 풀렸다기 보다는.. 

배우는 학생으로서 부족한 점이 있는게 당연하고, 발전할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너무 많은 지적을 한번에 받고 그 다음에 교수님과 2시간동안 커미티 미팅에서 우리가 부족했던 점을 듣고 있자니 머리와 마음에 과부하가 왔던 것 같다. 그래서 뇌가 정지된..? 그냥 멍한 느낌. 


(아이 키울 때 기억해야겠다. 혼나는거도 가끔 한 두개 혼나야지,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혼나면 왜 혼나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다 싫은 마음만 올라온다!!) 


지도교수님이 퇴근을 해야해서 분석의 시간은 끝이 나고 (5시 반정도) 

나는 비틀비틀거리며 가방을 싸서 학교를 나오며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남편, 커몬.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맨하탄 다운타운에서 만나서, 

가본적 없던 고양이 카페에 무작정 찾아갔다. Manhattan 의 Little Lions.


이 곳은 가게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곳에 들어가서 먼저 음료/음식을 주문하고 고양이 카페 입장료($11/1hr)를 지불한다. 그리고나서 음료/음식을 받아 들고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 차를 시켜서 들어가니 푹신한 소파들이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그 푹신한 소파 위에서 세상 초탈한 편안한 자세로 늘어져 자고 있는 고양이. 


그 모습을 보니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게 느껴지더라. 

그래도 힘이 없어서 ㄱ자의 소파의 구석에서 추욱 늘어져 다른 사람들이 고양이들과 노는 것들을 멍하니 구경하며 간간히 남편에게 꿍얼꿍얼 거리며 한 시간을 보냈다. 



소파 뒤에 성이 있었다! 두마리 다 자고 있어서 미처 몰랐었음.. 성 탑의 아가 고양이가 구출을 기다리는 공주님 같아서 빵 터짐


동물 테라피가 괜히 있는게 아니더라.. 앞으로도 답답함이 차올라 어쩔 줄 모를때 한번씩 가야겠다. 고양이랑 놀지 않아도, 

그냥 이 생명들이 호기심있게 놀거나 평화롭게 자는 모습만 봐도 위로가 되더라. 


고양이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나온 뒤, 이제 정신을 조금씩 차리던 나는 이제 하소연 타임이 와서.. 

남편을 이끌고 야외 테라스가 있는 다이너에 무작정 앉아서 음식을 주문 (이때 밤 9시 정도 ㅋㅋ) 하였고..

내 하소연의 전조를 듣던 남편은 맥주를 주문한다... ㅋㅋ


그러나 남자친구 남편 등등과 생활해 본 분들은 아시듯이,

남자는 자꾸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경향이 있어서, 남편은 자꾸 나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다음 번에는 ~하게 고칠 것을 권유하거나 내가 과학하는 태도에 대해 조언을 해주려했다. 아 근데 그게 아니라고 이 남자야. 하소연하다가 고구마를 먹는 기분.



그 다음날, 맘이 아주 잘통하는 친구를 브런치로 만났다. 저 케익 기억나시죵? ㅎㅎ 

이 친구가 저 카페에 가보고 싶다 해서, 케익을 시켜놓고 샌드위치를 시켜놓고 (웨이터가 고기를 좋아하면 이거 시키라더니.. 얇은 베이컨이 아니라 웬 훈제 삼겹살이 끼워져서 옴) 한참~~ 수다를 떨었다. 

이 친구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하고, 벤처를 할까 고민 중인 친구인데 나의 상황과 이야기하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새 프로젝트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비슷하더라. 그래서 더더욱 내가 이해받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고마워 베이비. 

박사 학위하면서 숱하게 많이 드는 고민 - "나는 과연 충분히 해낼 수있을 것인가?" 


해도해도 끝이 없고

그냥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해서 되는거라면 할텐데 (뜨게질처럼)

이 학위 과정에서 나는 노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몸으로 때우는 노력으로는 부족하고, 머리의 한계도 정말 자주 느끼고. 근데 머리의 한계는 내가 노력한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커미티 중에 교수님들끼리 오갔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는 분명 그 말을 듣고 있었으면서도 그 이야기의 의미를 전혀 못알아 들었다. 나중에 지도교수님이 해석해줘서 알게 됨.. 

평소에 나는 교수님들도 나같은 사람이지 뭐,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정말 그때의 커미티 미팅에선, 

'와 과학적 사고의 레벨이 정말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하고 경외심이 들더라. 

그리고 과연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도. 

이런 이야기를 알아먹어야 포닥을 할텐데.


이렇게 또 혼자 땅굴을 파며 들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친구가 한마디 한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언니가 못알아 듣는 것은 당연한거고, 중견급인 커미티 교수님들이 언니의 high risk인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그래, 커미티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겠지. 




그러나 사람 맘이라는게 이해된다고 풀리는건 아니잖아요?

저녁에 답답함이 다시 올라와서 새우 듬뿍 넣은 고급라면을 한상 차려먹고..



그 다음 날에는 남편과 맨하탄 산책. 

햇살을 받으니 또 마음이 노곤노곤 따뜻따뜻해진다. 

마음이 힘들 때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 햇살의 온기, 생물들의 움직임 - 참 경이롭고 위로가 많이 된다.


날씨가 많이 풀리니 (뉴욕은 4월에도 눈이 왔다) 사람들이 센트럴 파크 잔디밭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연도 날리고 있었다. 

거짓말같이 수채화같은 하늘에 감탄하며 사진을 찰칵 찰칵. 


 남편이 요염하게 찍혔네..


정말 거짓말 같은 하늘!! 

합성한 것 같은 이 느낌 - 비록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공원 내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커미티의 후폭풍은.. 1주일이 지난 지금도 간간히 느끼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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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들레_ :

1. 내 친구가 지나가듯 말했다. "언니, 언니는 ~되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 말이 묵직하고 둔하게 나를 강타했다. 

"~해야한다, ~되어야한다"라는 목줄을 내가 나에게 겹겹이 씌워놓고 목줄의 손잡이를 이곳 저곳에 걸쳐놓아, 결국에는 그 어느 한 방향으로도 가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긴장만 하고있는 모습이었다.


2. 내가 되고픈 나는, 매일매일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통해서 몸이 건강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아침에 10분씩이라도 명상을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내 전공에 한해서는 날카롭고 예리하고 스피디한 두뇌가 쌩썡 돌아가는 사람이다. 간식이 있어도 느긋한 마음으로 조금씩 즐기며 먹을 줄 아는.


3. 그러나 나는 간식이 있으면 간식 생각에 일이 안되는 사람일 뿐이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주굉장히매우 힘든 사람이라 아침에 알람이 울리는 6시반 대신 8시즈음 겨우겨우 두 눈도 떠지지 않는 채로 억지로 샤워기 아래에서 물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한때 나는 아침형 인간이었고, 한때 나는 운동을 매일 두시간씩 하며 허벅지가 갈라졌었고, 한때 나는 먹을 것에 초탈하여 맛은 생각치않고 영양에만 충실하게 먹었는데 - 그 모습들이 지금의 내가 아닌데도 여전히 나는 내가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매일 언덕을 달리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던 그 시기는 돌이켜보니 어느덧 5년전이다. 5년전의 내 몸과 지금의 내 몸은 전혀 다른데도, 나는 내가 맘만 먹으면 금세 그때의 운동 강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었다. 지금의 내 근육은 물렁물렁하고 빈약한데도!


4. 또한 지독하고도 치열한 연애의 끝에 인간 사이의 이해관계에 대해 질리도록 고뇌하며 반(半)도인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나는 어느 누구에도, 그 무엇에도 화내거나 짜증내거나 하지 않는, 내 인생 최고의 평안과 즐거움을 맛보았었다. 이것도 그러고보니 5-6년전. 


5. 나는 지금의 내가 5년 전의 나같지 않다고 매일매일 실망을 거듭하며 "그렇게 되어야한다"라고 목줄을 옥죄고 있는 거였다. 지난 30년 내 인생의 전반 중에서 어떤 부분을 잘했던 시기를 회상하며, 지금의 내가 3년전의 살림스킬, 5년전의 운동력, 6년전의 통찰력, 대학교 때의 주량 등등 그 잘했던 점들을 쏙쏙 뽑아낸 최종보스격 집합체가 되지 않은 것에 내 스스로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6. 환상 속의 그대.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고 하는 거긴 한데,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모든 면에서 최고능력치를 찍은 나"가 되려고 하니 이거 참 끝이 없다. 더 위험한 건, '나는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바로 그때처럼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근거없는 자신감에 5시 기상, 명상, 6시부터 한시간 아침운동, 8시 출근, 저녁에는 개인공부, 설거지 등등을 하겠다는 초등학교 4학년의 방학계획표 마냥 빽빽하고도 전설의 해태스러운 일정표를 짜두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하루는 아침에는 찌뿌둥한 몸에 겨우겨우 7시에 일어나, 운동은 커녕 아침 스킵하고 겨우 씻고 랩실 들어가서 8-9시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스트레스에 나도 모르게 과자를 집어먹으며 잠드는 생활이었다. (그나마 저녁 과자는 최근에 끊었다)


7. 유투브 강의 1. 

"이 환상을 버려야한다. 그러면 자기가 자기를 미워할 이유가 없잖아. 자기가 자기를 그 이상에 맞춰 끌어올리려면 엄~~청나게 힘이 들어. 그러니까 자기가 해봤지만, 안되잖아. 그럼 남는게 뭐가 있겠어. 자학하는거지. 근데 그 이상을 버려버리면 어떻게 되니 - 자기가 지금 이렇게 살고있는데 나름 괜찮단말야? 취미 생활도 하고. 지금 있는 현실의 자기 자신을 봐야돼. 안그러면 억지로 자기 이상에 맞춰 끌고가려니 힘들어서, 지금 자기보면, 자기 자신에게 지쳐있잖아."


8. 유투브 강의 2.

"어느정도 현실적으로 달성이 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항상 목표를 초과 달성 할 수 있도록 하면 자기에게 긍정적이 돼. 과도한 목표를 세워놓고 늘 미달을 해가지고 자학을 하지말고."


9.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다 동시에 잡으려는 놀부심보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나날들과 그래서 스스로가 못났다고 타박하는 나날들이었다. 정말 필요이상으로 오랫동안. 이 또한 습관으로 물들어 버려서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초과 달성 가능한 것들부터 해나가며 나의 습관을 이기는 연습을 해봐야지. 연습이니까 단박에 칼같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정말 단순하게. 거창하게 하지말고.


10. 이런 생각들의 연장선상에서 깊게 박혔던 또 다른 문장.

"한 사람의 인생은 다른 누군가가 보고 판단할 수 없다. 그 사람의 인생의 질은 그 본인만 알수 있기 때문에"




Posted by 민들레_ :

금요일날, 맥주를 양껏 마시고

그 다음날인 토요일 하루의 일정. 이 많은 사진과 음식들이 '하루'만에 있었던 것에 스스로도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먼저, 아침에 숙취가 올라오던 우리 둘은,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동네의 농산물장에 장을 보러 갔다 (Farmer's market). 매주 토요일날 서는 장인데, 사실 장보다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하러 오는 단체에 일주일간 모아 두었던 음식물 찌꺼기를 전달하러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뉴욕에서 사는 분이라면 미처 기일내에 먹지 못해서 상한 음식, 또는 요리하며 나오는 각종 채소 찌끄러기를 모아서 비료로 만드는 NYC Compost Project 에 전달해 줄수 있다. 

미국 9년차인 지금도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섞이는 것이 거북하고 불편해서 우리 동네에도 이 단체가 들어오기를 소망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작년 겨울부터 매주 토요일 수거차가 오고 있다. 



불과 7분 거리인 장터까지 가는 거리에

우리는 숙취를 견디지 못하고, 근처 델리에서 조각당 1불하는 싸구려 기름진 피자를 사먹게 된다.


그리고나서, 집에서 양껏 차려입고 (?) 비로소 둘 만의 로맨틱한 생일을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집 앞에 뙇 피자 트럭이 와있었다. 우리 동네에 푸드트럭이 오는 것은 간간히 봐 왔지만 피자트럭이라니?


그래서 우리는 점심으로 피자를 먹기로 한다


맛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트럭을 찍어두었다. 맨하탄 여러분, 이 트럭보면 사드세요. 두번 사드세요!


사사가 고른 피자. 하나로 둘이 나눠먹기. 스벅 일회용컵은 반성..

한 판에 11불정도 였다. 화덕에 구운 피자 맛이 나서 연신 ' 우와' '우와'하며 먹었다. 

어떻게 저 트럭 안에 화덕 오븐을 설치했을까? 장작은 어디에 보관하는 걸까? 연기는 어디로 나가고 있는 거지? 하며 피자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사가 깨우쳐 주었다.

"화덕? 무슨 화덕이야. 프로판 가스로 구웠지"


본격적인 생일 맞이!

사사의 생일 일정은 모두 본인에게는 *비밀*로 진행되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지하철 역에서 내리는지 전혀 모르고 나를 따라 오고 있는 격.


그 첫번째 일정이자, 메인 생일 선물은.. 두구두구... 


Hayden Planetarium 뉴욕 자연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입장권*

참으로나 마니악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남편이 과학 덕후인지라 나름 고심해서 고른 것이다. 얼마나 과학덕후인지는 추후에 쓸 일이 있으리라..

단순한 박물관 관람이 아니라, Museum Hack이라는 단체를 통한 가이드 투어였다. 투어를 하는 가이드들이 젊은 편이고 (20-30대) 획일화 된, 주어진 매뉴얼에 따른 가이드가 아니라 각자 가이드가 스스로 박물관을 분석해서 제일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 투어 일정을 짠다. 즉, 같은 회사를 통해 같은 박물관을 여러번 가더라도, 가이드가 다르다면 다른 경험을 할 수있는 것이다. 


우리의 가이드는 Taxidermy (박제학)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박제학의 선구자 이전의 박제와 이후의 박제의 다른 점을 보여주었는데, 듣기 전에는 '그냥 박제동물이 박제동물이지 뭐' 하고 들었다가, 그 차이점을 보고나니 현대의 박제가 얼마나 많은 고심과 노력 끝에 이루어진 작품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박제라고 하면 과거 부자들이 재력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 거부감이 있었는데,

자연사 박물관의 박제된 동물들은 자연의 동물들을 볼 기회가 적은 도시의 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자연을 배우고, 간접적으로 느끼며 애착을 형성하게 하여 자연 보호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내에서 자연사 박물관의 설립률과 환경보호법안 제정률이 비례한다고. 


남자의 성비가 높았던 우리 팀은 그리고는 공룡을 보러 갔다. 어른이고 아이고 남자들이 갖는 공룡에 대한 애정은 신비롭다.

여기서 가이드는 우리에게 작은 공룡 모형을 주며, 

1) 전시관 내에서 이 공룡을 찾아서 

2) 이 공룡과 함께 셀카를 찍고

3) 이 공룡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1가지 찾아 오라고 미션을 내주었다. 


우리가 받은 공룡은 요렇게 생김 (구글 사진)


그리고 사사는 이 공룡을 찾아 나섰다.


(공룡을 보자마자 트리세라톱스! 라고 외쳤던 내가 자랑스럽다 ㅋㅋㅋ

국민학교 때 열심히 읽던 공룡 만화 시리즈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공룡 앞에서 새로운 지식을 열심히 찾고있는 사사


공룡 전신과 함께 찍은 셀카는, 

공룡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우리의 부족한 팔 길이로 인해 아주 부담스러운 사진이 되어 생략.


대신 가이드가 티라노사우르스 앞에서 티라노 흉내를 내는 우리들 사진을 찍어 주었다. 

공룡은 보통 손가락이 4개인데 티라노는 손가락이 3개라고 한다.

그리고 손가락 끝이 앞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손뼉을 치듯 서로를 마주보며 있다고.

들은 지식을 바탕으로 열심히 따라해본 티라노다.



자연사 박물관 역에서 공룡을 발견하고 신남



다음 서프라이즈 생일 이벤트는 맨하탄의 오스트리아 식당. 

맨하탄에 독일 식당은 참 많은데 오스트리아 식당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 중에서 유명한, 오스트리아 박물관 안에 있는 카페. 기대를 많이 하고 갔었다. 


사사가 아주 만족스러워했던 Stiegl. 



둘이서만 저녁을 먹을 줄 알았던 남편은, 우리 테이블에 4인용으로 세팅이 되자 아주 혼란스러워 했었다. ㅎㅎ

우연히 생일이 비슷한 커플이 맨하탄에 온다고 하여 함께 디너. 

음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서비스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음식의 엄청나게 맛남을 상쇄시킬정도로. 

여러분 그냥 독일식당 가세요..



윗 사진의 적은 음식 양에 모두 만족하지 못해서 (특히 아스파라거스와 감자 몇조각으로 만족해야 했던 분이 ㅋㅋ) 

우리는 2차를 가게 된다. 오스트리아 음식을 먹었으니 그 다음은 한식으로~ 

지글지글. 

사사를 만나기 전에 나는 거의 채식으로만 지냈는데 (의도했다기 보다는 고기 손질하는 것을 싫어해서) 사사와 만나고나서부터 점점 내 식단에 고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계하는 중이다. 


메뉴 중에 흑돼지 삼겹살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사사가 흥분하여 흑돼지도 시켜먹었다. 

한국에서 결혼식 후에 제주도 신혼여행을 3박 4일 다녀오며 흑돼지에 매료 되더니만은,

기회가 닿을 적 마다 흑돼지를 먹으려고 하고 있다. ㅋㅋ 


의도치않게 저녁을 새롭게 먹으며, 고기 세트메뉴에 각종 반찬에 칼칼한 된장찌개에 냉면까지 먹고

배를 뚠뚠 두들기며 사사의 생일을 마무리하였다. 


주말 내내 먹을 음식을 하루 안에 다 먹은 느낌이다. 생일이 1년에 한번 뿐이라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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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사사의 생일과, 오스트리아 말의 아리송함. 


나이가 들면서.. 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20대 초반에는 내 생일 즈음이 다가오면 한달 전부터 친구들 초대할 거, 어디서 파티할지 계획하느라 바빴었다. 그리고 그 당일날 내 한몸 불살라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호스트 역할을 했었다. (파티호스트 말이다. 직업호스트말고..) 누가 언제 오는지, 뭘 먹으면 좋을지, 채식주의자나 알러지가 있는 친구는 누가 있는지 등등을 체크하며 계획하고는 했었다. 


사사와 갖 데이트를 시작하던 2011년 생일에 내가 양껏 차려입고 여자애들끼리 1차 갔다가 2차부터 남자(사사포함)들도 와서 함께 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뒤로는 내 생일 파티를 한 기억이.. 없다..?


내 생일날에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소소하고 소박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화려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이벤트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기대에 호응해줘야 할 것 같고 그렇게 되었다. ㅎㅎ.. 작년 생일도 내가 뭐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남편 생일은 3년간 뭐했는지 다 기억남..) 


남편 생일은 뭔가 막 챙겨주고 싶다. 

로맨틱하게 내가 뭘 해주며 즐겁게 해주기보다는 - 생일날 하루는 남편이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 수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싶달까. 나의 파티호스트 기질이 이제는 남편의 생일날 남편과 남편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향으로 발휘되고 있다. 


생일 주말의 전야제였던 금요일,

남편이 고른 독일맥주 가게 (Paulaner NYC)에 갔다. 내가 관여하지않고, 사사의 직장동료들이 주로 오는 자리 였기 때문에, 나는 따로 아는 친구 몇명에게 올수있음 맛난거 먹으러와~ 하고 정보 전달을 해놓고, 사사가 초대한 현 직장동료들과 전 직장 동료들이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있는 눈치 없는 눈치를 동원해서 화제를 만들어 대화를 유도하고는 했다. 

이 사람이 지금 관심가질만한건 뭘까? 저 사람은 어떤걸 좋아하나? 

처음 만나는 사람을 관찰하며, 머릿 속으로 추리게임을 하면서 모두가 즐겁게 이야기할 만한 화제들을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는데, 무난히 성공했었기를 바란다 ㅎㅎ 내 노력보다는 맥주의 힘으로 모두 재밌었던 것 같다.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맥주는 사이즈별로 파는 것이 참 신기했었다. 

내가 주로 본 것들은 300미리, 500미리, 1리터 용량이었다. (쾰른 지역에서는 200미리로 주로 판다고 한다) 

각자 이름이 따로 있는데, 

300mL = Seiterl [싸이딸]

500mL = Halbe [호이베]

1mL = Maß [모스] 

이렇게 배워 알고있었고, 오스트리아에 방문할 적마다 쓰곤 했다. 


그러나 내가 이 맥주 집에서 독일웨이터에게 호이베 (500ml)를 주문하자.. 

웨이터는 ???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사사는 빵 터지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잘 써먹던 단어인데 왜그러지? 하고 보니, 

Halbe는 오스트리아에서만 [호이베]라고 하고, 정식 독일어로는 [할배]라고 읽힌단다. 


아 오스트리아 말 정말 혼란스럽다 ㅠㅠ 독일어라고 배우는데 독일에서 쓰지를 못하는 독일어다. 

오스트리아에서만 호이베라고 한다는 사사 말도 못믿겠다... 사사네 지역에서만 쓰는 발음일 수도 있다. 

비엔나가면 못알아 들을지도 ㅠㅠ 


또 다른 일화로는, 

사과파이 종류 중의 하나를 시댁에서 Apfel bunki 라고 구워주시기에, 그 동네에서 사먹을때도, 사사와 이야기할때도 계속 Apfelbunki라고 쓰고 다녔는데,


그 마을에서만 쓰는 단어란다

어쩐지 다른 독일친구들은 못알아듣더라...... 


독일어, 아니 오스트리아어 배우기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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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반기: 습관들이기


#1. 운동

늘 앉아있거나 마우스를 잡고 있다보니 어깨가 자주 아프다. 요즘들어서는 터널증후군 마냥 손목도 화끈거리고 붓기가 좀 있다. 운동으로 물질대사량도 올리고 몸의 균형도 맞추려고 하는데,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이 보이면 내 안의 무언가가 무너져내리면서 그저 바닥과 혼연일체가 되고싶을 뿐인 것이다..

집에서 홈트레이닝도 해보구 크로스핏도 해봤는데, 크로스핏은 온몸에서 경기가 일어나서 안되겠고 홈트레이닝은 티비와 거실을 장악하는 남편의 방해로 인해 자꾸 무산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네를 한바퀴 슬슬 달리는 것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2. 독일어

영어를 익히기 시작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말이 버벅대거나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그런데 또 다른 언어를 배우다니 - 그 생각만으로도 겁나서 도저히 손을 못대고 있었는데, 한살이라도 어릴때에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남편도 한국어를 동시에 배우기로. 미국 다음에는 오스트리아도, 한국도 살아보고 싶은데 둘다 언어가 되어야 직장이라도 잡고 그러지 않겠나. 무엇보다 - 서로의 가족들과 만날때 가족들의 대화를 거의 못알아 듣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 이쁘고 사랑스런 4살 조카는 아직 영어를 하지 못하는 듯하니, 내가 독어를 배울 수 밖에! 

4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괴테인스티튜트에 등록할 예정. 비싸니까 큰 맘먹고 일단 한번만 해봐야지. 


#3. 과학

고등학교 수능공부가 어렵다고 아빠에게 하소연을 하자, 아빠는 

"고등학교때는 답이 있는 문제만 있어. 과정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답은 꼭 있지. 

대학교때는 답이 없는 문제도 내줘. 다만, 그런 문제를 줄때는 답이 없다, 라는 것은 알고 있지.

대학원에 가면 말이야, 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문제를 준단다." 라고 했었다. 

아빠의 통찰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대학원에 오니 질문을 해도 그 답을 나도 모르고 교수님도 모르고 분야의 권위있는 과학자도 모른다. 모름의 바다에서 구슬을 찾아 꿰어내야 하는데, 구슬을 찾으려면 바다의 지형을 조금이나마 좀더 알아야 한다. 그래서 습관 세번째는, 논문 읽기. 

주말 중 하루는 아예 시간을 빼서 카페나 도서관에 혼자가서 논문을 요약정리해보려한다. 

학부시절 친구들끼리 카페가서 공부하던 그 기분도 느낄겸. 




Posted by 민들레_ :

너무 오랫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이전 두 포스트에 사진을 듬뿍 올리며 과욕을 부렸더니, 잘하고픈 마음에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하루이틀.. 한달이 지나버렸다. 두둥. 이상하게 무언가 잘하려고 마음을 먹다보면 꼭 그냥 하는 것보다 진도가 느리다. 잘하려는 마음이 장애물일 줄이야.


오늘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하여 비로소 자유롭게 컴퓨터 할 시간이 생겼다. 

남편인 사사와 (슈눅에서 애칭변경!) 나는 성향이 참 달랐다. 


연애초기, 주말이면 집에서 요리해먹으며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남자와 주말이면 쇼핑이든 산책이든 일단 나가고 싶은 여자. 그리고 뉴욕에서 5년 지내며 학교도 다녔고 직장도 다니고 절도 다니던 나와 이제 막 유럽에서 미국에 취직해서 온 남편은 만나야 할 친구들의 수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쭈욱 이어져서 지금도 나는 대학교 친구, 대학원 친구, 절 친구 등등의 모임이 있고 남편은 집-직장을 충실히하는 남자인지라 퇴근 후 집에서 영화보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나의 아주 친한 친구들은 한국인들이라 한국어 모임이 되어 남편을 초대하기도 애매해서 늘 혼자 놀러가게 되는데.. 그래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남편도 한국어가 주인 모임에는 굳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인이 많은 사사의 직장에 독일인 모임이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독일인 모임이라지만 독일어권 (오스트리아, 스위스)도 모두 모이는 것 같다. 한달에 한번정도 Bierhaus에서 모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릿 속에서 전구가 켜졌다. 그러나 너무 티나게 가라고하면 안갈거 같으니까 은근하게 "그런 모임가서 우리 나중에 유럽가서 취직할때 도움되는 정보도 알고 그래야하지 않겠어~?" 하며 잊을만 하면 한번씩 쿡쿡, 몇달 간 찔러줬더니 오늘 드디어 그 모임에 갔다. 그 동안 나만 한국인 모임에 가서 신나게 놀고 오느라 미안한 것도 있었고, 집에 가면 늘 남편이 있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쉽기도 했었는데, 성공이다. 새로운 것을 하기 아주 귀찮아하는 남편에게 이건 대이벤트. 앞으로도 자주 나가도록, 오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면 좋겠다. (밤10시를 향해가는데 아직도 안들어오고 있다.. 문자도 없다! 완전 재밌나보다!!)


남편이 없는, 나 혼자 장악한 집안에서 나는 침실의 내 쪽을 정리하고, 청소기로도 밀고, 지난주에 왕창 주문했던 옷가지가 와서 다 택떼고 빨래함에 넣고, 찬밥이 반공기 있길래 찬밥에 채소와 고추장 참기름으로 비빔밥도 만들었다. 


이 여유~ 자유~ 

참 좋다! 


남편 서운해하지마. 우린 모두 자유가 필요한 존재야.. 


제일 하고싶었던, 혼자살 때의 자유: 컴퓨터 앞에서 웹서핑하면서 밥먹기


+ EBS 글로벌 가족 정착기(링크)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서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러한 가족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부분들을 간접적으로 알수 있어서 재밌게 보고있다. 한국에 들어가서 살면 남편이 외국인이라는 점과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렵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백인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보게되니 내가 우려했던 것들이 얼마나 사치였는지 깨달으며, 겸허해진다. 아 인종차별. 나도 유럽가서 살면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받겠지만, 유난히 내 나라에서 외국인들이 피부색에 따라 차별받거나 우대받는 것은 참 부끄럽다.. 

Posted by 민들레_ :

이공계의 대학원이라 함은 장학제도가 인문사회계보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적용되는데, 이는 일반 대부분의 대학원에서 하는 수업조교로서의 수입외에 "실험조교" 로서의 책임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장학금이라기보다는 실험실에서 일한 댓가로서 임금을 받는 것에 더 가깝다. 실제로도 미국 국세청에 내는 서류중에 wage(임금) 관련된 서류를 제출해야하니, 행정상으로도 장학금보다는 임금으로 취급받고 있다. 


생물의학 관련 실험실의 경우는 또 하나의 특수성이 생기는데, 이는 살아있는 세포/생물을 다루는 것에서 기인한다. 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뼈저리게 알듯, 살아있는 생물은 주중 주말도 없고 밤낮도 없다. 실험하는 대상에 대한 전반적인 경향은 알지만 언제든지 "아차!" 하는 순간에 아프기 시작하거나, 돌연변이가 되거나, 죽기도 한다. 그러면 그 실험 대상을 갖고 하려던 실험은 물거품이 되어 안녕.. 안녕..

 

처음 실험실 생활에 발을 들인 것은 2007년 11월이었다. 학생비자로 유학생활 중이었던지라, 돈을 받을 수 없었던 나는 무급으로 학교에서 1시간정도 떨어진 실험실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9년 부터는 실험실에서 기술직으로 일을 하고 다녔는데, 이때 나의 실험실 생활은 필요하면 언제든 실험실에 죽치고 있는 애니콜 상태였다. 아침 7시도, 새벽2시도.. 


그 방식 그대로 대학원에 와서 3여년을 생활했는데, 몸이 점점 축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근의 함정인 - '어차피 늦게까지 있을 건데 좀 천천히 하지뭐'와, 주말에도 흡사 주중처럼 일하는, 요일 개념이 없어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다. 


스티커의 얼굴이 내쪽이 더 동그랗고 넓은 것은 .. 그저 웃으며 받아들일 뿐이다 ㅠㅠ


결혼을 했는데 결혼한 상대가 일탈이라고는 내입장에서 귀여운 반항정도로만 하고 사는 새나라의 어린이인 것이었다. 연애할때 게임을 엄청 좋아한다며 디아블로 확장팩을 샀다 그래서 한동안 연락이 끊기려나 생각했는데, 주말에 길어야 5시간정도 하고는 잘시간에 맞추어 스스로 끄고 자는 남자였으며, 결혼하고 나서보니 12시에 가까운 시간에 자게 되면 오늘 반항아였다며 뿌듯해하고 (그나마 금, 토에만 이런다) 무엇보다... 주말을 주말로서 알차게 느끼고 보내려고 노력을 하는 남자였다. 


같이 사는 사람이 주중 저녁에는 웬만하면 집에 바로 오고, 주말에는 주말활동을 하려는 사람이다보니 나도 그 영향을 받아 주중에 늦게까지 일하는 횟수를 줄이게 되고, 주말에도 실험실에 출근하는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주중에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면서 - 일이 아닌 노는 것(쇼핑, 친구와 약속 등등)을 주말에 채워넣고 주말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 전에는 주말데이트를 하려고 만나도 할일목록을 클리어하며 쫓기듯 만났었다면, 이제는 주말에는 맘편하게 논다! 하는 철학같은 것이 생겨서 느긋하게 동네를 돌아다니기도하고, 가보고 싶었던 맛집이 멀어도 가보게 되었다. 이 남자와 결혼하고는 내 삶의 질을 높아졌다고 할수있다. (덤으로 수년간 밥한끼 맘 놓고 못먹게 하던 내 만성위염을 사라지게 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2016년 들어 주말에 일부러 먹으러 갔던 곳들이다. 광고의 의도가 없으니 가게명은 생략..


일본에서 온 베이커리 체인이라고한다. 시그니쳐 케익은 저 노란 밀푀유 크레페케익같다. 층층이 생크림과 과일이 듬뿍 들어있어서 맛있었다. 조각당 $10이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분인지라.. 외식하는 대신 간다고 생각하고 갔던 카페다. 대신 커피는 무한리필. 


를 이 가게로 인도한 사진. 와 어마어마한 저 층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이건 언젠가 다음에 가게 된다면 먹고 싶은 케익. 아쉽게도 갔을때 진열대에 없었다. 저 생크림의 산을 먹으려면 그날 하루는 굶어야할 것 같군.. 





주말마다 눈이 내리던 강추위가 한풀 꺾이고 드디어 영하가 아닌 영상의 주말이 온다고 해서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뉴욕브런치 하면 생각나는 커피랑 빵을 먹으러 갈까 생각했는데 남편은 라면을 먹으러 가자고 수어차례 강력히 주장하였다. 또 때에 맞게, 브런치 가기로 한 전날, 학교 행사로 나는 과음을 하였고........... 다음날 목마름과 두통으로 오전 일곱시부터 국물을 찾는 퀭한 와이프로서 라면을 택한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찬양하였다. (도저히 견딜수없어서 응급처치로 신라면스프를 탄 라면스프차를 좀 마시긴 했다) 


가운데에 이미 섭렵당하기 시작한 것들은 생굴튀김과 닭카라아게. 라멘은 사진으로 볼때마다 진짜 맛나보이는데 막상 먹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무엇일까..? 다음번에는 매운걸 시켜봐야하나. 아니면 내가 라면이 그리운 것은 실로는 MSG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대도시라서 음식을 다양하게 먹으러 다닐 수가 있어서 참 좋다. 대학원을 마치고나면 남편도 직장을 바꿀 시기가 되는데, 이 다음에는 어느 곳으로 가게 될지 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한국? 둘다 편하게 지내기에는 미국이 낫기는 한데, 나 또는 배우자의 뿌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무시할 수가 없다. 여기에서는 아무래도 둘다 외국인이다 보니까. 주말을 사수할 수있는 직장을 가진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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