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나의 지도교수님은 매주 함께하는 랩 미팅을 마치며 "8주 뒤에 학교를 그만두고 떠난다" 라고 알려주었다. 


우리 실험실 사람들 전원 나라 잃은 표정. 


이공계에서 지도 교수가 떠난다는 것은 박사과정 학생들, 그리고 박사후 연구원(포닥)들이 오갈 곳 없이 붕 뜨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몇년간 연구를 한 성과는 논문으로 판가름이 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논문이 없다면 3~5년 연구했던 시간은 그저 버린 시간 아니냐고도 한다) 논문이 나오려면 아무리 빡시게 해도 3년, 대학원생이 제1저자나 공동저자로 논문을 내려면 보통 4~5년 걸린다. 논문을 향해 달려가던 대학원생들과 포닥들 입장에서는 결실이 나오기 전에 중간에 교수님이 증발해버리면 그 결실이 흐지부지 말라 비틀어져버릴 가능성이 급격히 치솟게 된다. 


이제 4년차이며 1-2년안에 논문이 나올법한 상황이었던 내 경우는 중간에 애매하게 된 케이스가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나서 보니 의외로 학교를 떠나는 교수님들이 빈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눈치도 많이 늘고 (과학 실험도 순간순간의 감이 중요한 것 같다..?) 손기술도 늘었더라. 새 지도교수님과 새로운 팀 속에서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원래 교수님의 발표가 있던 그 날부터 바로 새로운 지도교수님을 찾아 물색 - ! 

일주일간 3번, 총 6~7시간 정도의 면담을 거치고나서 다가온 Thanksgiving연휴에 묻어가며 쿨타임을 가진 후에 오늘 비로소 새로운 실험실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실험실 인원 보충으로 인해.. 이미 포화상태였던 실험실에 자리가 없었던 관계로 교수님이 같은 층의 빈 사무공간을 쓸 수 있도록 해주셨다. 복도에 덩그라니 놓여져있던 책상에서도 지내봤고 책상이 없이 노트북으로 메뚜기 생활도 해봤으니 두려울 것 없이 오늘 사무공간에 들어갔는데..



너무 크다


교수님 방보다도 더 크다 ㅋㅋㅋㅋㅋㅋ 어떤 다른 교수님이 쓰던 오피스였다는데... 이걸 나혼자 쓰라구?

한가운데 덩그라니 있던 쓰레기통을 구석으로 밀어넣고 왕이 된 기분으로 셋팅해놓고 퇴근! 

오며가며 아는 사람들에게 내 오피스에 공간 많으니 커피마시러 놀러오라고 동네방네 이야기해 두었다.  


전전긍긍하며 박사 프로젝트 다시 시작하는 비루했던 대학원생이 어찌저찌 스리슬쩍 덕 보았던 오늘의 하루. 금요일날 팀발표 있는데 화요일 밤인 오늘도 시작 안했다는 슬픈 소식도 전해드린다..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