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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09 점심을 빼앗긴 학생들의 반란 2

우리 학과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Student Seminar을 한다. 

금요일 점심시간에 이루어지는 이 학생세미나는 과에서 주도하고 학생들이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 자리이다. 

학생들이 발표를 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면서, 피드백을 받아 발표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리. 


학생들이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이면서 (출석체크를 한다!)

과에서는 학생들의 참석률을 돕기 위해 점심을 주문해주곤 했다. 


4년 전, 처음 1학년으로서 이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에는 

다양한 메뉴 중에 고급음식인 스시가 종종 주문되어 있기도 했고,

2, 3학년 때에는 스시가 빠진 중국음식/샌드위치/화덕구이피자/미국피자 중의 옵션 중에서 오더니

4학년 후반이 되자 메뉴가 샌드위치로 고정이 되었고.. 

지난 주.. "점심 주문을 중지하겠다" 라는 과의 이메일이 왔다.


우리 세미나(12시 시작)의 전 시간대(10시-12시)에, 같은 세미나실에서 수업이 있는데

우리 세미나의 사람들이 그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었다는 신고가 있었다고. 


대체 누가 그런 무개념한 행동을 했나!!! 하며 슬퍼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전 시간대의 학생 하나가 뒤에 세팅이 되는 샌드위치들을 보더니 세미나 하러 온 아이들에게 "나도 이거 먹어도 돼?" 라고 물었다가... 세미나 학생들이 "아니 이거 세미나 하는 사람들 먹으라고 준비된거야" 라는 대답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수업시간에 늘 방해가 되었다며, 과에 강력히 항의 하겠다고.


상황을 정리하고 보니 음식을 배달해주는 분이 

전 수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회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가서 음식을 세팅하고 나왔던 것이고,

그 것 때문에 수업을 하던 사람들은 방해를 받았던 것. 


세미나를 하던 우리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채 점심을 빼앗기고 말았다 ㅠㅠ 


이렇게 억울한(?) 상황이 되자, 안그래도 음식의 종류가 점점 박해지던 상황에 불만이 있었던 학생들은, 

'차라리 잘됐다!!! 됐다그래!! 내가 내일 체코 디저트 갖고올게, 그거 같이 먹자!!" 라는 동기의 이메일을 시작으로 

"나는 라따뚜이 만들어올게 / 나는 스패니시 오믈렛 만들어 올게 / 나는 음료수 가져올게 / 나는 와인 가져올게..." 등등의 이메일들을 꼬리에 꼬리를 이어 돌리기 시작했다. 


팟럭 파티 분위기가 되어 나도 들떠서 마늘빵을 구웠다. 


버터, 올리브유, 생파슬리, 잘게 자른 페퍼로니와 섞은, 오븐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Garlic knot

그러나 빵 반죽을 만드려는데 하얀 밀가루가 떨어져서 통밀가루를 섞었더니 

빵이 부풀질 않아 딱딱해졌다는 ㅠㅠㅠ 슬픔...

학생들이 가져온 각종 음료와 주류.

주스파, 와인파, 맥주파, 탄산음료파가 다양하게 골라 잡을 수 있는 드링크바~

세미나실에서, 음식을 가져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학생들

오른쪽의 책장 뒤에 뒷문이 있는데, 문 밖으로까지 줄을 서있다. 

음식이 동나기 전에 한장 찍으려 했는데....

너무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져서 찍을 새가 없었다..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자면: 

닭 구이, 닭튀김, 라따뚜이, 체코의 디저트빵, 두툼하고 감자가 들었던 스패니시 오믈렛,

4가지 맛의 감자칩, 쿠스쿠스 샐러드, 퀴노아 샐러드, 두가지 컵케익, 6종류의 쿠키..


심하게 영양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나의 음식 선택 ㅋㅋ


이 모든 음식들이 자발적으로 준비된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되는 일부의 학생들이 준비해온 것이었는데,

학기의 마지막 세미나인 다음 주에 

이번 주에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또 다시 팟럭을 준비해온다고 한다. 



ㅎㅎ 과에서 생긴 오해로 인해 무료 점심이 없어졌지만, 

이 상황에서 슬픔을 승화시켜서 

즐겁고도 다채로운 메뉴를 가능케 한 우리 과 학생들~


유쾌한 결속력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었다 :) 

다음주도 기대하겠어!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