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날, 맥주를 양껏 마시고

그 다음날인 토요일 하루의 일정. 이 많은 사진과 음식들이 '하루'만에 있었던 것에 스스로도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먼저, 아침에 숙취가 올라오던 우리 둘은,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동네의 농산물장에 장을 보러 갔다 (Farmer's market). 매주 토요일날 서는 장인데, 사실 장보다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하러 오는 단체에 일주일간 모아 두었던 음식물 찌꺼기를 전달하러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뉴욕에서 사는 분이라면 미처 기일내에 먹지 못해서 상한 음식, 또는 요리하며 나오는 각종 채소 찌끄러기를 모아서 비료로 만드는 NYC Compost Project 에 전달해 줄수 있다. 

미국 9년차인 지금도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섞이는 것이 거북하고 불편해서 우리 동네에도 이 단체가 들어오기를 소망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작년 겨울부터 매주 토요일 수거차가 오고 있다. 



불과 7분 거리인 장터까지 가는 거리에

우리는 숙취를 견디지 못하고, 근처 델리에서 조각당 1불하는 싸구려 기름진 피자를 사먹게 된다.


그리고나서, 집에서 양껏 차려입고 (?) 비로소 둘 만의 로맨틱한 생일을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집 앞에 뙇 피자 트럭이 와있었다. 우리 동네에 푸드트럭이 오는 것은 간간히 봐 왔지만 피자트럭이라니?


그래서 우리는 점심으로 피자를 먹기로 한다


맛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트럭을 찍어두었다. 맨하탄 여러분, 이 트럭보면 사드세요. 두번 사드세요!


사사가 고른 피자. 하나로 둘이 나눠먹기. 스벅 일회용컵은 반성..

한 판에 11불정도 였다. 화덕에 구운 피자 맛이 나서 연신 ' 우와' '우와'하며 먹었다. 

어떻게 저 트럭 안에 화덕 오븐을 설치했을까? 장작은 어디에 보관하는 걸까? 연기는 어디로 나가고 있는 거지? 하며 피자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사가 깨우쳐 주었다.

"화덕? 무슨 화덕이야. 프로판 가스로 구웠지"


본격적인 생일 맞이!

사사의 생일 일정은 모두 본인에게는 *비밀*로 진행되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지하철 역에서 내리는지 전혀 모르고 나를 따라 오고 있는 격.


그 첫번째 일정이자, 메인 생일 선물은.. 두구두구... 


Hayden Planetarium 뉴욕 자연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입장권*

참으로나 마니악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남편이 과학 덕후인지라 나름 고심해서 고른 것이다. 얼마나 과학덕후인지는 추후에 쓸 일이 있으리라..

단순한 박물관 관람이 아니라, Museum Hack이라는 단체를 통한 가이드 투어였다. 투어를 하는 가이드들이 젊은 편이고 (20-30대) 획일화 된, 주어진 매뉴얼에 따른 가이드가 아니라 각자 가이드가 스스로 박물관을 분석해서 제일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 투어 일정을 짠다. 즉, 같은 회사를 통해 같은 박물관을 여러번 가더라도, 가이드가 다르다면 다른 경험을 할 수있는 것이다. 


우리의 가이드는 Taxidermy (박제학)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박제학의 선구자 이전의 박제와 이후의 박제의 다른 점을 보여주었는데, 듣기 전에는 '그냥 박제동물이 박제동물이지 뭐' 하고 들었다가, 그 차이점을 보고나니 현대의 박제가 얼마나 많은 고심과 노력 끝에 이루어진 작품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박제라고 하면 과거 부자들이 재력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 거부감이 있었는데,

자연사 박물관의 박제된 동물들은 자연의 동물들을 볼 기회가 적은 도시의 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자연을 배우고, 간접적으로 느끼며 애착을 형성하게 하여 자연 보호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내에서 자연사 박물관의 설립률과 환경보호법안 제정률이 비례한다고. 


남자의 성비가 높았던 우리 팀은 그리고는 공룡을 보러 갔다. 어른이고 아이고 남자들이 갖는 공룡에 대한 애정은 신비롭다.

여기서 가이드는 우리에게 작은 공룡 모형을 주며, 

1) 전시관 내에서 이 공룡을 찾아서 

2) 이 공룡과 함께 셀카를 찍고

3) 이 공룡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1가지 찾아 오라고 미션을 내주었다. 


우리가 받은 공룡은 요렇게 생김 (구글 사진)


그리고 사사는 이 공룡을 찾아 나섰다.


(공룡을 보자마자 트리세라톱스! 라고 외쳤던 내가 자랑스럽다 ㅋㅋㅋ

국민학교 때 열심히 읽던 공룡 만화 시리즈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공룡 앞에서 새로운 지식을 열심히 찾고있는 사사


공룡 전신과 함께 찍은 셀카는, 

공룡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우리의 부족한 팔 길이로 인해 아주 부담스러운 사진이 되어 생략.


대신 가이드가 티라노사우르스 앞에서 티라노 흉내를 내는 우리들 사진을 찍어 주었다. 

공룡은 보통 손가락이 4개인데 티라노는 손가락이 3개라고 한다.

그리고 손가락 끝이 앞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손뼉을 치듯 서로를 마주보며 있다고.

들은 지식을 바탕으로 열심히 따라해본 티라노다.



자연사 박물관 역에서 공룡을 발견하고 신남



다음 서프라이즈 생일 이벤트는 맨하탄의 오스트리아 식당. 

맨하탄에 독일 식당은 참 많은데 오스트리아 식당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 중에서 유명한, 오스트리아 박물관 안에 있는 카페. 기대를 많이 하고 갔었다. 


사사가 아주 만족스러워했던 Stiegl. 



둘이서만 저녁을 먹을 줄 알았던 남편은, 우리 테이블에 4인용으로 세팅이 되자 아주 혼란스러워 했었다. ㅎㅎ

우연히 생일이 비슷한 커플이 맨하탄에 온다고 하여 함께 디너. 

음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서비스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음식의 엄청나게 맛남을 상쇄시킬정도로. 

여러분 그냥 독일식당 가세요..



윗 사진의 적은 음식 양에 모두 만족하지 못해서 (특히 아스파라거스와 감자 몇조각으로 만족해야 했던 분이 ㅋㅋ) 

우리는 2차를 가게 된다. 오스트리아 음식을 먹었으니 그 다음은 한식으로~ 

지글지글. 

사사를 만나기 전에 나는 거의 채식으로만 지냈는데 (의도했다기 보다는 고기 손질하는 것을 싫어해서) 사사와 만나고나서부터 점점 내 식단에 고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계하는 중이다. 


메뉴 중에 흑돼지 삼겹살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사사가 흥분하여 흑돼지도 시켜먹었다. 

한국에서 결혼식 후에 제주도 신혼여행을 3박 4일 다녀오며 흑돼지에 매료 되더니만은,

기회가 닿을 적 마다 흑돼지를 먹으려고 하고 있다. ㅋㅋ 


의도치않게 저녁을 새롭게 먹으며, 고기 세트메뉴에 각종 반찬에 칼칼한 된장찌개에 냉면까지 먹고

배를 뚠뚠 두들기며 사사의 생일을 마무리하였다. 


주말 내내 먹을 음식을 하루 안에 다 먹은 느낌이다. 생일이 1년에 한번 뿐이라 다행이야.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