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는 웬디의 말에 위에 불도 들어오는거같고 바깥 창문은 더러운 것 같다며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엘베는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잘 모르면서 또 근거없는 믿음과 자신감으로 상대방을 묵살하는 행동이 또 나왔다. 내가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또 내가 확실하게 알지 못함을 인지하지 못해서 일어난 무례한 행동.

내 무의식에서 나는 내가 잘 안다고 믿고있구나. 위험하다. 경계하자.

그러나 또 시간을 들여 탐구하고 싶지는 않다. 뉴스나 정치를 이해하고자하면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든다. 맥락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왜 이리 피로감이 드는 것일까. 깊게 생각하고 싶지않아하니 자연히 인스타 등의 단편적 정보만 찾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진득하게 생각하는 것, 책 한권을 읽어내는 것을 해내는 인내심이랄까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아까도 책을 펼쳐들었는데 어서 결론을 알고싶은 조급함이 들면서 책을 한글자 한글자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건너뛰며 스키밍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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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새벽동안 침이 잘 넘어가지 않는 통증에 잠을 설치며 일어났다.

딱 든 생각은.  아 똥됐다. . 이거 Strep throat 각인데. 
부랴부랴 병가를 내고 응급진료소에 들어가서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박테리아성인 Strep은 아니고 바이러스성 인후염이나 독감 같단다.

그러니 가래끼는 우유랑 주스는 피하고 물과 차를 많이 마시고... 많이 쉬라는 기운빠지는 말을 듣고 집에 왔다.

월요일은 상태가 정말 안좋았고 (응급실 가야하는 온도에서 0.3도 부족하게까지 열이 오름) 화요일도 영 목이 너무 아프고 안그래도 입덧 때문에 위에서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데 목에서까지 삼켜지질 않으니 그냥 너무 서러우며 기력이 없었던 것.

수요일은 정상 출근을 해서 랩실에서 일을 하는데 영 머리가 띵해서 평소의 30-40프로의 효율로 겨우 일하고 왔다.
집에 오는 길에 일본 돈까스 카레가 땡겨서, 고고커리에서 테이크 아웃 주문해서 ㅋㅋ 추운 바람을 맞으며, 으슬으슬 떨면서 진땀을 흘리며 픽업해왔다. 아 유학생활 하니 역시 강해지는 듯..

실험실에서는 교수님이 본인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베이비 위스퍼를 비롯한 육아서 세권과 happiest baby on the block 영상을 주셨다.

목요일... 이제 목은 괜찮아졌는데 폐에서부터 끌어나오는 기침과 코가 엄청 막히기 시작했다.. 독감이구나. 여전히 몸은 으슬으슬, 진땀이 뻘뻘. 입고있는 fleece가 땀으로 너무 젖어서 부드럽고 땀 흡수 잘되는 요가바지를 스카프마냥 목에 둘러매고 좀비마냥 소파에 드러누워서 반쯤 눈을 뜬채로 하루를 보냈다. 이 날이 정말 제일 심한 고비였던 것 같다... 다섯번 토하고, 그중 한번은 네번째 토하고나서 한시간쯤있다 빈속에 또 토했는데 네번째때 미처 나오지 않았던 국수가 세가닥정도 마저 나오더라... 아아 입덧아... 너 참.. 매정하구나...

금요일은 조금 상태가 나아지는 것 같았으나 혹시 몰라 마저 병가. 이로서 주4일 병가.. 눈치보였지만 이 상태로는 학교 가봤자 자리만 차지하고 병만 옮길 것 같아서 과감하게 집에서 쉬었다. (이 와중에 근데 우리집 고양이인 탄이가 방광염와서 세겹으로 껴입구 동물병원가서 약도 받아옴. 물론 고양이 본인은 약먹고는 아주 똥꼬발랄하다..)

토요일... 뉴욕에 눈이 펑펑 내렸다. 아침에 눈 떴을때도 어느정도 쌓였는데 저녁 해질때까지 계속 펑펑 함박눈이 내렸다. 겨울스포츠의 나라 출신인 남편은 눈 냄새난다고 전날부터 들떠있더니 아주 신났다. 내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나가서 눈싸움하고 놀았을텐데.
이번 주 내내 남편은 장을 보고 (내가 낮에 먹고 쌓아둔) 설거지를 전담하고, 내 땀에 젖은 옷들을 다 빨래하고 먹고픈거 있다하면 사다주고 요리해주고...  좀비처럼 신음소리내며 축 쳐져있고 안씻은지 n일차가 되어가는 나에게 괜찮냐며 쓰다듬어주고.. 정말 더 이상은 바랄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사랑과 배려를 베풀어주고 있다.
중간중간 내가 땀흘려서 덥다고 덧신 벗거나 맨발로 돌아다니면 더 아프려고 그러냐고 혼내면서 덧신이나 슬리퍼 신겨주기까지...

내가 하는거라곤 내가 먹은거 예의상 싱크대에 담궈놓기랑 남편이 집안일 다하고 티비봐도 되냐하면 보고싶을때까지 보게 놔두기. 거저먹는 와이프다 정말.

목요일의 송년회도 영화약속도
토요일의 친구커플과의 외식약속도
일요일날 사러가기로 했던 아기침대도
모두 다 캔슬하고 아픈거 낫는 데에만 올인한 지난 일주일...

코는 아직 막히지만 그래도 기침은 많이 줄어들었고, 훅하고 열이 오르는 것도 없어진 것 같고, 남은건 먹으면 토하는거랑 배 통증정도. 근데 이 두 가지는 독감보다도 임신증상인데 감기로 내가 몸이 약해져서 더 괴로운 것 같다.

구름이는 잘 크고 있다는 신호가 이렇게 확연하니 ㅋㅋ 독감으로 시름시름 앓아가면서도 사실 구름이 걱정은 별로 안했다. 토하니까 아까워서 식후 비타민제 좀 덜 먹은 정도.

태중의 아이가 편안하려면 집이 불타는걸 봐도 "아 활활 자알 탄다! 우리 애는 멀쩡해서 다행이야!"라는 정도의 여유와 통 큰 마음가짐을 가지라던 조언이 떠오른다. 그래 뭐 ㅋㅋ 출산휴가가 6주던 12주던, 중요한건 나랑 내 아이 아니겠나. 그거에 신경쓰느라 중요한걸 놓치지는 않나 잘 헤아려보자.

일단 우리 남편의 보조는 정말 완벽하다.. 이정도면 산후조리 정말 걱정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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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와 연애하며 함께 알고 지내던 여러해 동안, 나는 계속 소파 사는 것을 미루어 왔었다. 


예전에 혼자 스튜디오 (원룸)에 살다가 이사 나오면서 소파를 처분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는, 어차피 바닥 생활에 익숙하니 나는 필요 없다고 하고 남편도 맨하탄의 작은 아파트 안에서 소파가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지 등에 동의해서 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소파에 기대어 누워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같이 드라마 보는 그 재미가 아쉬워 지던 그때... 

근처 이웃이 쓴 흔적이 거의 없는 소파를 판다고 하여 냉큼 거실의 수치를 재보고 소파를 구경하러 갔었다. 


더블베드(퀸사이즈)로 변신 가능한 소파. 더더욱 사야겠다는 마음에 불이 지펴지고...


소파를 보고 난 뒤 우리의 결정을 궁금해하는 주인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거실 수치를 확인하고, 짧은 토론 후에 사겠다고 소파 주인에게 이메일을 쐈다. 

좀 깎아달라고 네고를 했어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이메일 보낸 후 몇 분 차이로 다른 두 가정에서 소파를 사고 싶다고 했다고... 깎아달라 했음 못샀을 뻔했다. ㅎㅎ 

별거 아닌데 최종 득템자가 되니 왠지 승리한 뿌듯함. 크크 


주말이 되어 소파를 집에 가져온 뒤, 사사가 야심차게 소파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사사는 아버지가 숙련공이었어서 그런지, 공구에 대한 로망이 있다. 평소 자신에게 쓰는 돈은 늘 "필요"나 "먹는 것"에 국한되어 있던 남편이 어느날 충동구매로 큰 돈을 썼다며 이야기했을 때 대체 뭘 샀을까 궁금했는데, 홈디포에서 전문가급 전동공구 세트를 산 것.. 세일이었다고 강조했지만 그래도 수 백불대.. 


그 귀한(?) 몸값이 비로소 빛나는 순간이 왔다. 

전동 드릴과 드라이버, 여러박스의 드라이버 비츠 (driver bits)를 꺼내서 사방팔방에 나사를 늘어놓고 사사는 열심열심 모드. 

사실 나는 금요일 저녁이라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 때문에... 

방 구석에서 간간히 "우와~ 대박,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 등 응원을 보내며 딴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소파의 부분들을 사사가 나사로 고정시킬 때까지 땅에 닿지않게 들고 있는 역할을 하며 (다음날 등에 알배김..) 돕다 보니 거진 윗 파트가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으니... 


소파의 앉는 부분과 팔걸이를 고정하는 나사 중의 하나가 헛돌기 시작한 것! 소파의 앉는 부분으로 나사가 나와서 팔걸이 부분에 있는 고정된 쇠구멍에 맞물려 들어가야 하는데, 쇠구멍 중의 하나가 고정되지 않고 나사를 돌리면 같이 돌고 있었다. 남편이 힘으로 밀어 붙였더니 설상가상 나사는 빠지지도 않고 더 들어가지도 않는 상태로 끼어버렸다. 애써 펜치로 빼도, 망치로 두들겨도 꼼짝도 않는 상태. 


남편이 씨름하는 동안 방 구석에서 유유자적하게 응원하며 구경하던 나는 슬쩍 보고는 사태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간단하게 구글링을 해봤다. 줄자로 나사를 잘라낼 수 있다기에... 까짓꺼 "나사 끼인거 잘라내고 드릴 있으니 양 옆으로 구멍 더 내서 나사 박아서 소파 연결하면 되겠네~ 우리 이거 되팔꺼 아니잖아~" 라고 했다. 


난관에 부딪혀서인지 말이 급 없어진 남편 기분전환 시켜줄 겸, 공구점이 닫기 전에 나사 사러 다녀오자고 이끌고 나섰다. 공구점에서 맞는 사이즈 나사를 같이 고르고, 팔걸이 부분에 구멍내어 박을 나사와 맞물릴 쇠구멍도 골라서 구매 후 집으로 돌아왔다. 


줄톱으로 자르니 나사는 금방 잘렸고, 드릴로 구멍을 두개 내어 나사가 맞물릴 쇠구멍을 끼워 넣고.. 새로 산 나사로 소파 두 부분을 연결! 나사 1개 자리에 2개를 박았으니 더 튼튼해진 소파 완성~ 


가운데가 줄톱으로 잘라낸 낑긴 나사다. 위 아래가 새로 구멍을 내어 끼워넣은 쇠구멍.


마무리 작업을 하는 사사씨






프라이데이 나잇의 감성으로 '닐리리야 맘보' 상태였던 나는 소파가 완성되었으니 그 위에 드러누우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는데.. 남편이 "네 덕분에 살았어, 너 아님 난 못했을꺼야" 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사가 겉돌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낑겨서 빼지도 못하고 있을 때 본인은 패닉모드로 들어갔다고.. 몇백불 주고 소파를 샀는데 그걸 내가 망쳤어! 몇백불을 버리게 생겼어! 라고 공황상태에 빠져있는데 (그래서 말이 없던 거였다)


내가 대안을 제시하고, 자기 손을 이끌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주었다고... 네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어부지리로 뜻하지 않게 내조함....  


ㅋㅋㅋㅋㅋ 나는 내가 손 안대고도 소파가 만들어져서 좋았는데 ㅋㅋㅋ 


이게 바로 부부의 팀워크구나!

우리 둘 사이의 연대감이 한 단계 상승한 날!! 


이 소파는 아주 잘 쓰이고 있다. 

소파 위에서 컴퓨터도 하고, 티비도 보고, 가계부도 쓰고~ 소파 있으니 넘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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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던 간절기 자켓을 어제 드디어 사서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에 입고있는데
"오늘 30도 까지 올라가, 자켓 필요없어~" 라는 남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입은채로 돌아다니니까
자정에도 섭씨 24도라고 핸드폰으로 재차 확인 시켜준다...

내 맘을 그대는 모르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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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남편이 "우리 삼겹살 그릴 좀 알아봐줘" 라고 해서

집에서 구워먹을 불판을 찾아 달라는 것인 줄 알았더니,

시아주버님과 몇일 전에 이야기를 하다가 리퀘스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사는 3형제중 둘째인데, 첫째인 시아주버님과 그의 아내인 형님, 그리고 셋째인 도련님(..이라고하니 이상하다 ㅋㅋㅋㅋ 우리끼리는 그냥 이름부르는데) 이렇게가 작년 우리의 한국 결혼식에 참석했었었다. 

그때 결혼식 당일날 이외에는 참 열심히 먹방을 찍으러 다녔었는데... 


진짜 스시를 먹고 싶다고 해서 코스로 나오는 일식 집에서도 먹고 (나도 처음이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를 사서 근처 식당에서 매운탕을 해먹기도 하고

남대문 시장 앞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기도 하고




숯불 화로구이집에서 불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떠나기 전날, 고깃집에 가서 부위별로 고기를 구워먹었다

이렇게 열심히 먹고 먹고 또 먹으러 다녔는데,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시아주버님과 형님이 고기 그릴을 공수할 수 있는지 남편에게 물어본 것이다. 


이 두분이 한국에서 여러 먹방을 찍으며 인상깊었던 점이

1) 부엌용 가위를 쓰는 것과

2) 식탁 안에 일체형으로 고기 그릴을 짜맞춘 것! 


(닭갈비집에서 당면사리와 고기를 잘라주는데 음식을 가위로 자르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두 분이 엄청나게 즐거워하며 사진도 찍었었다.. )


그리고 고기 그릴에 대해서는 그렇게 감명받은줄 몰랐었는데, 그게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오스트리아에 본인들의 캠핑카의 식탁에 구멍을 내어서 한국식 바베큐 그릴을 넣고 싶으시다고..


아예 숯불그릴이 들어가있는 식탁을 통째로 사서 보내드려야 하는 것인가.. 하고 동공지진을 하며 찾아보니 

의외로 업소용으로 그릴만 파는 곳이 많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이 비싸지는 않았다.

저렴한 것은 4만원대에서 대략 20만원 중반대까지의 가격대. 


용어들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블로그 http://m.blog.naver.com/bean1525/

제일 어려웠던 점은.. 

이런 업소용 그릴을 찾는 분들은 

그 분야 전문가라서 그런지..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 ㅠㅠ 


대체 착화는 무슨 뜻이고

로스타는 그냥 그릴과 뭐가 다른건지..

상향식 하향식은 뭐가 상향하향이라는건지.


이동식 식탁에 넣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제일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요로케 정리를 할 수 있었다. 



피어나 로스타 www.grill21.com에서 사진들을 주로 가져왔습니다

Kohlebecken 은 화로를 직역한 것인데.. 나의 제한적인 지식으로는 

화로구이와 가스구이의 큰 차이점이 철사망에 고기를 구울수 있는지, 없는지인 것 같아서 그걸 강조했다. 


무연착화식은 (No Smoke)은 전기가 220볼트가 필요하다고 일부 사이트에 쓰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전기로 작동하여 연기를 흡입하는 모터가 달려있는 듯 하다. 


아직도 숯불가스와 화로가스의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다.. ㅠㅠ 둘다 가스로 불을 시작해서 숯으로 불을 유지하는 시스템 같은데.. (보기에도 비슷해보이고) 


아주버님 내외가 이걸 보고 어떤게 좋겠다~ 카테고리를 정하고 나면 더 깊게 들어가서 주방용품 회사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오스트리아의 어느 작은 관광마을에서 캠핑카 옆에서 한국식 삼겹살을 굽고 있을 사사의 가족들을 상상하면ㅋㅋ 없는 시간 쪼개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크크 이게 바로 문화 홍보대사 아니겠는가! 


그리고 날 좋을 계절에 놀러가게 되면 수시로 밖에서 고기 구워먹을 생각하니 기분이 업~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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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날, 맥주를 양껏 마시고

그 다음날인 토요일 하루의 일정. 이 많은 사진과 음식들이 '하루'만에 있었던 것에 스스로도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먼저, 아침에 숙취가 올라오던 우리 둘은,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동네의 농산물장에 장을 보러 갔다 (Farmer's market). 매주 토요일날 서는 장인데, 사실 장보다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하러 오는 단체에 일주일간 모아 두었던 음식물 찌꺼기를 전달하러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뉴욕에서 사는 분이라면 미처 기일내에 먹지 못해서 상한 음식, 또는 요리하며 나오는 각종 채소 찌끄러기를 모아서 비료로 만드는 NYC Compost Project 에 전달해 줄수 있다. 

미국 9년차인 지금도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섞이는 것이 거북하고 불편해서 우리 동네에도 이 단체가 들어오기를 소망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작년 겨울부터 매주 토요일 수거차가 오고 있다. 



불과 7분 거리인 장터까지 가는 거리에

우리는 숙취를 견디지 못하고, 근처 델리에서 조각당 1불하는 싸구려 기름진 피자를 사먹게 된다.


그리고나서, 집에서 양껏 차려입고 (?) 비로소 둘 만의 로맨틱한 생일을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집 앞에 뙇 피자 트럭이 와있었다. 우리 동네에 푸드트럭이 오는 것은 간간히 봐 왔지만 피자트럭이라니?


그래서 우리는 점심으로 피자를 먹기로 한다


맛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트럭을 찍어두었다. 맨하탄 여러분, 이 트럭보면 사드세요. 두번 사드세요!


사사가 고른 피자. 하나로 둘이 나눠먹기. 스벅 일회용컵은 반성..

한 판에 11불정도 였다. 화덕에 구운 피자 맛이 나서 연신 ' 우와' '우와'하며 먹었다. 

어떻게 저 트럭 안에 화덕 오븐을 설치했을까? 장작은 어디에 보관하는 걸까? 연기는 어디로 나가고 있는 거지? 하며 피자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사가 깨우쳐 주었다.

"화덕? 무슨 화덕이야. 프로판 가스로 구웠지"


본격적인 생일 맞이!

사사의 생일 일정은 모두 본인에게는 *비밀*로 진행되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지하철 역에서 내리는지 전혀 모르고 나를 따라 오고 있는 격.


그 첫번째 일정이자, 메인 생일 선물은.. 두구두구... 


Hayden Planetarium 뉴욕 자연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입장권*

참으로나 마니악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남편이 과학 덕후인지라 나름 고심해서 고른 것이다. 얼마나 과학덕후인지는 추후에 쓸 일이 있으리라..

단순한 박물관 관람이 아니라, Museum Hack이라는 단체를 통한 가이드 투어였다. 투어를 하는 가이드들이 젊은 편이고 (20-30대) 획일화 된, 주어진 매뉴얼에 따른 가이드가 아니라 각자 가이드가 스스로 박물관을 분석해서 제일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 투어 일정을 짠다. 즉, 같은 회사를 통해 같은 박물관을 여러번 가더라도, 가이드가 다르다면 다른 경험을 할 수있는 것이다. 


우리의 가이드는 Taxidermy (박제학)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박제학의 선구자 이전의 박제와 이후의 박제의 다른 점을 보여주었는데, 듣기 전에는 '그냥 박제동물이 박제동물이지 뭐' 하고 들었다가, 그 차이점을 보고나니 현대의 박제가 얼마나 많은 고심과 노력 끝에 이루어진 작품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박제라고 하면 과거 부자들이 재력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 거부감이 있었는데,

자연사 박물관의 박제된 동물들은 자연의 동물들을 볼 기회가 적은 도시의 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자연을 배우고, 간접적으로 느끼며 애착을 형성하게 하여 자연 보호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내에서 자연사 박물관의 설립률과 환경보호법안 제정률이 비례한다고. 


남자의 성비가 높았던 우리 팀은 그리고는 공룡을 보러 갔다. 어른이고 아이고 남자들이 갖는 공룡에 대한 애정은 신비롭다.

여기서 가이드는 우리에게 작은 공룡 모형을 주며, 

1) 전시관 내에서 이 공룡을 찾아서 

2) 이 공룡과 함께 셀카를 찍고

3) 이 공룡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1가지 찾아 오라고 미션을 내주었다. 


우리가 받은 공룡은 요렇게 생김 (구글 사진)


그리고 사사는 이 공룡을 찾아 나섰다.


(공룡을 보자마자 트리세라톱스! 라고 외쳤던 내가 자랑스럽다 ㅋㅋㅋ

국민학교 때 열심히 읽던 공룡 만화 시리즈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공룡 앞에서 새로운 지식을 열심히 찾고있는 사사


공룡 전신과 함께 찍은 셀카는, 

공룡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우리의 부족한 팔 길이로 인해 아주 부담스러운 사진이 되어 생략.


대신 가이드가 티라노사우르스 앞에서 티라노 흉내를 내는 우리들 사진을 찍어 주었다. 

공룡은 보통 손가락이 4개인데 티라노는 손가락이 3개라고 한다.

그리고 손가락 끝이 앞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손뼉을 치듯 서로를 마주보며 있다고.

들은 지식을 바탕으로 열심히 따라해본 티라노다.



자연사 박물관 역에서 공룡을 발견하고 신남



다음 서프라이즈 생일 이벤트는 맨하탄의 오스트리아 식당. 

맨하탄에 독일 식당은 참 많은데 오스트리아 식당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 중에서 유명한, 오스트리아 박물관 안에 있는 카페. 기대를 많이 하고 갔었다. 


사사가 아주 만족스러워했던 Stiegl. 



둘이서만 저녁을 먹을 줄 알았던 남편은, 우리 테이블에 4인용으로 세팅이 되자 아주 혼란스러워 했었다. ㅎㅎ

우연히 생일이 비슷한 커플이 맨하탄에 온다고 하여 함께 디너. 

음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서비스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음식의 엄청나게 맛남을 상쇄시킬정도로. 

여러분 그냥 독일식당 가세요..



윗 사진의 적은 음식 양에 모두 만족하지 못해서 (특히 아스파라거스와 감자 몇조각으로 만족해야 했던 분이 ㅋㅋ) 

우리는 2차를 가게 된다. 오스트리아 음식을 먹었으니 그 다음은 한식으로~ 

지글지글. 

사사를 만나기 전에 나는 거의 채식으로만 지냈는데 (의도했다기 보다는 고기 손질하는 것을 싫어해서) 사사와 만나고나서부터 점점 내 식단에 고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계하는 중이다. 


메뉴 중에 흑돼지 삼겹살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사사가 흥분하여 흑돼지도 시켜먹었다. 

한국에서 결혼식 후에 제주도 신혼여행을 3박 4일 다녀오며 흑돼지에 매료 되더니만은,

기회가 닿을 적 마다 흑돼지를 먹으려고 하고 있다. ㅋㅋ 


의도치않게 저녁을 새롭게 먹으며, 고기 세트메뉴에 각종 반찬에 칼칼한 된장찌개에 냉면까지 먹고

배를 뚠뚠 두들기며 사사의 생일을 마무리하였다. 


주말 내내 먹을 음식을 하루 안에 다 먹은 느낌이다. 생일이 1년에 한번 뿐이라 다행이야. 














Posted by 민들레_ :

부제: 사사의 생일과, 오스트리아 말의 아리송함. 


나이가 들면서.. 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20대 초반에는 내 생일 즈음이 다가오면 한달 전부터 친구들 초대할 거, 어디서 파티할지 계획하느라 바빴었다. 그리고 그 당일날 내 한몸 불살라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호스트 역할을 했었다. (파티호스트 말이다. 직업호스트말고..) 누가 언제 오는지, 뭘 먹으면 좋을지, 채식주의자나 알러지가 있는 친구는 누가 있는지 등등을 체크하며 계획하고는 했었다. 


사사와 갖 데이트를 시작하던 2011년 생일에 내가 양껏 차려입고 여자애들끼리 1차 갔다가 2차부터 남자(사사포함)들도 와서 함께 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뒤로는 내 생일 파티를 한 기억이.. 없다..?


내 생일날에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소소하고 소박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화려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이벤트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기대에 호응해줘야 할 것 같고 그렇게 되었다. ㅎㅎ.. 작년 생일도 내가 뭐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남편 생일은 3년간 뭐했는지 다 기억남..) 


남편 생일은 뭔가 막 챙겨주고 싶다. 

로맨틱하게 내가 뭘 해주며 즐겁게 해주기보다는 - 생일날 하루는 남편이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 수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싶달까. 나의 파티호스트 기질이 이제는 남편의 생일날 남편과 남편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향으로 발휘되고 있다. 


생일 주말의 전야제였던 금요일,

남편이 고른 독일맥주 가게 (Paulaner NYC)에 갔다. 내가 관여하지않고, 사사의 직장동료들이 주로 오는 자리 였기 때문에, 나는 따로 아는 친구 몇명에게 올수있음 맛난거 먹으러와~ 하고 정보 전달을 해놓고, 사사가 초대한 현 직장동료들과 전 직장 동료들이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있는 눈치 없는 눈치를 동원해서 화제를 만들어 대화를 유도하고는 했다. 

이 사람이 지금 관심가질만한건 뭘까? 저 사람은 어떤걸 좋아하나? 

처음 만나는 사람을 관찰하며, 머릿 속으로 추리게임을 하면서 모두가 즐겁게 이야기할 만한 화제들을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는데, 무난히 성공했었기를 바란다 ㅎㅎ 내 노력보다는 맥주의 힘으로 모두 재밌었던 것 같다.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맥주는 사이즈별로 파는 것이 참 신기했었다. 

내가 주로 본 것들은 300미리, 500미리, 1리터 용량이었다. (쾰른 지역에서는 200미리로 주로 판다고 한다) 

각자 이름이 따로 있는데, 

300mL = Seiterl [싸이딸]

500mL = Halbe [호이베]

1mL = Maß [모스] 

이렇게 배워 알고있었고, 오스트리아에 방문할 적마다 쓰곤 했다. 


그러나 내가 이 맥주 집에서 독일웨이터에게 호이베 (500ml)를 주문하자.. 

웨이터는 ???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사사는 빵 터지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잘 써먹던 단어인데 왜그러지? 하고 보니, 

Halbe는 오스트리아에서만 [호이베]라고 하고, 정식 독일어로는 [할배]라고 읽힌단다. 


아 오스트리아 말 정말 혼란스럽다 ㅠㅠ 독일어라고 배우는데 독일에서 쓰지를 못하는 독일어다. 

오스트리아에서만 호이베라고 한다는 사사 말도 못믿겠다... 사사네 지역에서만 쓰는 발음일 수도 있다. 

비엔나가면 못알아 들을지도 ㅠㅠ 


또 다른 일화로는, 

사과파이 종류 중의 하나를 시댁에서 Apfel bunki 라고 구워주시기에, 그 동네에서 사먹을때도, 사사와 이야기할때도 계속 Apfelbunki라고 쓰고 다녔는데,


그 마을에서만 쓰는 단어란다

어쩐지 다른 독일친구들은 못알아듣더라...... 


독일어, 아니 오스트리아어 배우기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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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랫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이전 두 포스트에 사진을 듬뿍 올리며 과욕을 부렸더니, 잘하고픈 마음에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하루이틀.. 한달이 지나버렸다. 두둥. 이상하게 무언가 잘하려고 마음을 먹다보면 꼭 그냥 하는 것보다 진도가 느리다. 잘하려는 마음이 장애물일 줄이야.


오늘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하여 비로소 자유롭게 컴퓨터 할 시간이 생겼다. 

남편인 사사와 (슈눅에서 애칭변경!) 나는 성향이 참 달랐다. 


연애초기, 주말이면 집에서 요리해먹으며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남자와 주말이면 쇼핑이든 산책이든 일단 나가고 싶은 여자. 그리고 뉴욕에서 5년 지내며 학교도 다녔고 직장도 다니고 절도 다니던 나와 이제 막 유럽에서 미국에 취직해서 온 남편은 만나야 할 친구들의 수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쭈욱 이어져서 지금도 나는 대학교 친구, 대학원 친구, 절 친구 등등의 모임이 있고 남편은 집-직장을 충실히하는 남자인지라 퇴근 후 집에서 영화보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나의 아주 친한 친구들은 한국인들이라 한국어 모임이 되어 남편을 초대하기도 애매해서 늘 혼자 놀러가게 되는데.. 그래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남편도 한국어가 주인 모임에는 굳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인이 많은 사사의 직장에 독일인 모임이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독일인 모임이라지만 독일어권 (오스트리아, 스위스)도 모두 모이는 것 같다. 한달에 한번정도 Bierhaus에서 모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릿 속에서 전구가 켜졌다. 그러나 너무 티나게 가라고하면 안갈거 같으니까 은근하게 "그런 모임가서 우리 나중에 유럽가서 취직할때 도움되는 정보도 알고 그래야하지 않겠어~?" 하며 잊을만 하면 한번씩 쿡쿡, 몇달 간 찔러줬더니 오늘 드디어 그 모임에 갔다. 그 동안 나만 한국인 모임에 가서 신나게 놀고 오느라 미안한 것도 있었고, 집에 가면 늘 남편이 있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쉽기도 했었는데, 성공이다. 새로운 것을 하기 아주 귀찮아하는 남편에게 이건 대이벤트. 앞으로도 자주 나가도록, 오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면 좋겠다. (밤10시를 향해가는데 아직도 안들어오고 있다.. 문자도 없다! 완전 재밌나보다!!)


남편이 없는, 나 혼자 장악한 집안에서 나는 침실의 내 쪽을 정리하고, 청소기로도 밀고, 지난주에 왕창 주문했던 옷가지가 와서 다 택떼고 빨래함에 넣고, 찬밥이 반공기 있길래 찬밥에 채소와 고추장 참기름으로 비빔밥도 만들었다. 


이 여유~ 자유~ 

참 좋다! 


남편 서운해하지마. 우린 모두 자유가 필요한 존재야.. 


제일 하고싶었던, 혼자살 때의 자유: 컴퓨터 앞에서 웹서핑하면서 밥먹기


+ EBS 글로벌 가족 정착기(링크)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서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러한 가족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부분들을 간접적으로 알수 있어서 재밌게 보고있다. 한국에 들어가서 살면 남편이 외국인이라는 점과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렵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백인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보게되니 내가 우려했던 것들이 얼마나 사치였는지 깨달으며, 겸허해진다. 아 인종차별. 나도 유럽가서 살면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받겠지만, 유난히 내 나라에서 외국인들이 피부색에 따라 차별받거나 우대받는 것은 참 부끄럽다.. 

Posted by 민들레_ :

이공계의 대학원이라 함은 장학제도가 인문사회계보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적용되는데, 이는 일반 대부분의 대학원에서 하는 수업조교로서의 수입외에 "실험조교" 로서의 책임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장학금이라기보다는 실험실에서 일한 댓가로서 임금을 받는 것에 더 가깝다. 실제로도 미국 국세청에 내는 서류중에 wage(임금) 관련된 서류를 제출해야하니, 행정상으로도 장학금보다는 임금으로 취급받고 있다. 


생물의학 관련 실험실의 경우는 또 하나의 특수성이 생기는데, 이는 살아있는 세포/생물을 다루는 것에서 기인한다. 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뼈저리게 알듯, 살아있는 생물은 주중 주말도 없고 밤낮도 없다. 실험하는 대상에 대한 전반적인 경향은 알지만 언제든지 "아차!" 하는 순간에 아프기 시작하거나, 돌연변이가 되거나, 죽기도 한다. 그러면 그 실험 대상을 갖고 하려던 실험은 물거품이 되어 안녕.. 안녕..

 

처음 실험실 생활에 발을 들인 것은 2007년 11월이었다. 학생비자로 유학생활 중이었던지라, 돈을 받을 수 없었던 나는 무급으로 학교에서 1시간정도 떨어진 실험실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9년 부터는 실험실에서 기술직으로 일을 하고 다녔는데, 이때 나의 실험실 생활은 필요하면 언제든 실험실에 죽치고 있는 애니콜 상태였다. 아침 7시도, 새벽2시도.. 


그 방식 그대로 대학원에 와서 3여년을 생활했는데, 몸이 점점 축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근의 함정인 - '어차피 늦게까지 있을 건데 좀 천천히 하지뭐'와, 주말에도 흡사 주중처럼 일하는, 요일 개념이 없어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다. 


스티커의 얼굴이 내쪽이 더 동그랗고 넓은 것은 .. 그저 웃으며 받아들일 뿐이다 ㅠㅠ


결혼을 했는데 결혼한 상대가 일탈이라고는 내입장에서 귀여운 반항정도로만 하고 사는 새나라의 어린이인 것이었다. 연애할때 게임을 엄청 좋아한다며 디아블로 확장팩을 샀다 그래서 한동안 연락이 끊기려나 생각했는데, 주말에 길어야 5시간정도 하고는 잘시간에 맞추어 스스로 끄고 자는 남자였으며, 결혼하고 나서보니 12시에 가까운 시간에 자게 되면 오늘 반항아였다며 뿌듯해하고 (그나마 금, 토에만 이런다) 무엇보다... 주말을 주말로서 알차게 느끼고 보내려고 노력을 하는 남자였다. 


같이 사는 사람이 주중 저녁에는 웬만하면 집에 바로 오고, 주말에는 주말활동을 하려는 사람이다보니 나도 그 영향을 받아 주중에 늦게까지 일하는 횟수를 줄이게 되고, 주말에도 실험실에 출근하는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주중에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면서 - 일이 아닌 노는 것(쇼핑, 친구와 약속 등등)을 주말에 채워넣고 주말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 전에는 주말데이트를 하려고 만나도 할일목록을 클리어하며 쫓기듯 만났었다면, 이제는 주말에는 맘편하게 논다! 하는 철학같은 것이 생겨서 느긋하게 동네를 돌아다니기도하고, 가보고 싶었던 맛집이 멀어도 가보게 되었다. 이 남자와 결혼하고는 내 삶의 질을 높아졌다고 할수있다. (덤으로 수년간 밥한끼 맘 놓고 못먹게 하던 내 만성위염을 사라지게 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2016년 들어 주말에 일부러 먹으러 갔던 곳들이다. 광고의 의도가 없으니 가게명은 생략..


일본에서 온 베이커리 체인이라고한다. 시그니쳐 케익은 저 노란 밀푀유 크레페케익같다. 층층이 생크림과 과일이 듬뿍 들어있어서 맛있었다. 조각당 $10이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분인지라.. 외식하는 대신 간다고 생각하고 갔던 카페다. 대신 커피는 무한리필. 


를 이 가게로 인도한 사진. 와 어마어마한 저 층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이건 언젠가 다음에 가게 된다면 먹고 싶은 케익. 아쉽게도 갔을때 진열대에 없었다. 저 생크림의 산을 먹으려면 그날 하루는 굶어야할 것 같군.. 





주말마다 눈이 내리던 강추위가 한풀 꺾이고 드디어 영하가 아닌 영상의 주말이 온다고 해서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뉴욕브런치 하면 생각나는 커피랑 빵을 먹으러 갈까 생각했는데 남편은 라면을 먹으러 가자고 수어차례 강력히 주장하였다. 또 때에 맞게, 브런치 가기로 한 전날, 학교 행사로 나는 과음을 하였고........... 다음날 목마름과 두통으로 오전 일곱시부터 국물을 찾는 퀭한 와이프로서 라면을 택한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찬양하였다. (도저히 견딜수없어서 응급처치로 신라면스프를 탄 라면스프차를 좀 마시긴 했다) 


가운데에 이미 섭렵당하기 시작한 것들은 생굴튀김과 닭카라아게. 라멘은 사진으로 볼때마다 진짜 맛나보이는데 막상 먹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무엇일까..? 다음번에는 매운걸 시켜봐야하나. 아니면 내가 라면이 그리운 것은 실로는 MSG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대도시라서 음식을 다양하게 먹으러 다닐 수가 있어서 참 좋다. 대학원을 마치고나면 남편도 직장을 바꿀 시기가 되는데, 이 다음에는 어느 곳으로 가게 될지 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한국? 둘다 편하게 지내기에는 미국이 낫기는 한데, 나 또는 배우자의 뿌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무시할 수가 없다. 여기에서는 아무래도 둘다 외국인이다 보니까. 주말을 사수할 수있는 직장을 가진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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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토요일은 일을 빡시게하고, 일요일에도 실험실 나가서 일하고픈 욕망을 꾹 눌러담으며 가족과 하루를 붙어있었다.

왠지 이번 주말에는 이걸 꼭 먹어야겠다며 남편이 Fleischlaberl을 만들었다. 본인 집안 레시피에 따라 nutmeg를 넣은 매쉬드 포테토도 함께.
아래에는 기념샷. 나중에 결혼 50주년 되면 이런 사진들이 하나하나 다 보물이 되겠지.

맛있었는데 감자가 어째 좀 달았다.
Yukon Gold감자랑 White potato 있길래 유콘으로 집어왔는데 얘가 원래 단맛이 있는건가 싶다. 한국에는 감자가 한종류 아닌가? 한국 감자를 달라!
그동안의 Fleischlaberl은 맨날 버터에 튀겼는데, 내가 기름져서 부대껴서 못먹겠다고 수어차례 항의를 했더니 이번엔 기름을 적게넣고 구워줬다. 내 입맛에 훨씬 잘 맞는다. 냄비 가득 만들었으니 수요일까지 도시락으로 열심히 알차게 싸가야지.

밥먹고 게으름에 드러누우..려 했으나 맨하탄 살아도 집 밖으로 잘 안나가는 우리에게 주말은 기회다 싶어 억지로라도 나갔다. 뽈뽈 돌아다니려고 나갔는데 탔던 지하철이 갑자기 운행중단을 선언 한다. 우리는 목적지까지 반도 못가서 내릴수밖에.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소나기가 와서 건물보수용 scaffolding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중.
남편은 열심히 사탕을 깨고 있다. 사탕게임 시작은 둘 중에 내가 먼저 시작했었는데 빠져나오질 못해서 자괴감에 지워버렸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다시 입문해서 레벨 1부터 다시 올라가고있다..

비 피하다가 추워서 들어간 카페. 거울에 메뉴가 쓰여있는 걸 모르고 나는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메뉴 중에 모르는게 있어서 그거 두잔 시켰더니 온 몸이 움츠러드는 쓴맛이 고농축되어있었다...
Cortado: An espresso cut with a small amount of milk

믿을 수 없다. 에스프레소라고? 에스프레소보다 더 쓰고 괴로운 맛이었는데..! 잔 가득히 우유를 넣어도 도저히 쓴맛을 감당할 수 없어서 시럽까지 넣고나니 비로소 먹을 수 있었다. 휴. 우리의 작은 모험은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수습이 되었다.

하루 쭈욱 일 생각 않고 쉬고나니 사람이 생기가 돌더라. 또 한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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