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눈보라가 온다고 각종 미디어에서 경고가 일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한두송이씩 눈꽃이 사락 사락 내리더니 오늘 토요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줄곧 밖이 이렇다.

아침에는 썰매를 끌고나온 용감한 어린이들이 있었는데 부모님들이 다 데려갔나보다. 밖이 뿌연 이유는 눈송이가 계속 날라다녀서. 바람도 많이 불어서 눈이 위로도 내리고(?), 옆으로도 내리고.. 가속된 브라우니안 모션으로 날라다닌다.

강 건너편 맨하탄이 사라졌다. 아스라이 보이는 건물이 몽환적이다. 오늘 맨하탄은 전설 속의 섬같아.

주말내내 집에 있을 계획을 세워서 금요일 귀가하자마자 빵을 굽기위한 스타터를 만들어두었다. 베이킹하면 보통 케익/디저트류인데, 나는 그보다 (식사용)빵bread 베이킹이 더 끌린다. 도전의식이 타올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빵 먹는게 더 좋다...

빵 굽기 첫시도는 몇년 전 이케아 냄비를 빵틀 삼아 구웠었고, 몇달 전에는 유대인들이 먹는 꿀빵같은걸 구웠는데 다 빵이 부풀지를 않거나(후에 알고보니 죽은 효모를 계속 쓰고있었음) 지나치게 부풀어서 실패했더랬다. 빵 굽는데 나는 소질이 없나봉가 하고 큰 기대없이 다시 시도해봤다.

주로 사먹는 빵이 찾아본 Country bread라는거랑 비슷하기에 이 레시피를 도전.
http://www.kingarthurflour.com/recipes/french-style-country-bread-recipe

반죽이 생각보다 질기고 건조한거 같아서 과연 한 덩어리가 될까 싶었는데 60분 같은 12분 동안 양손으로 체중을 실어 반죽하니 맨들맨들 한 덩어리가 되더라. 양팔의 근육과 코어 근육 단련은 덤. 수 차례 실온 숙성을 하고나서 굽기 직전 모습.

바삭바삭한 껍질을 위해서는 오븐에 수증기를 공급하라고 해서 아예 예열때부터 물을 넣고 끓게두었다 (아래 팬) 그리고 처음 구울때에는 얼음을 세네번 던져넣었다 (윗팬에) 금방 사라진거보면 수증기가 된 거 겠..지?

완성된 빵과 시식!
식어야 왠지 더 껍질이 바삭할 것 같았지만 기다리지못하고 썰어먹었다. 속은 말랑말랑하고 껍질은 바삭! 사먹는 것처럼 껍질이 바사삭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만족. 소금을 정량보다 넉넉하게 넣었는데도 맛이 밍밍한거보니 우리집 소금이 덜 짠가보다. 다음엔 좀 더 넣어야지.

버터를 녹여서 소금 살짝 뿌리고 냠냠. 남편이 재키찬오빠 영화보다가 중간중간 빵을 먹으러 일어났던 것으로 보아 객관적인 평가도 성공적. ㅋㅋㅋ. 스스로 할 수있는 일이 하나 늘었다. 쓸모있음 레벨 업!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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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들레_ :

독감에 골골골

2016. 1. 20. 20:35 from life 오늘은 뉴욕

건강하게 먹겠다고 고구마빵을 구웠다.
머랭을 쳐서 삶은 고구마랑 섞어주고나서 렌지에 돌리면 땡! 비쥬얼 좋게 베리도 얹었는데 달걀물 맛이 너무나서 조금 비렸다.

건강하게 먹으니 운동도해야겠다 했는데 학교 친구와 오랫만에 만나 와인 한병과 메뉴 5개와 디저트로 와인을 더마시며 네시간을 쉬지않고 떠들었다.. 목이 칼칼해져왔다. 간만에 말을 많이해서그런가보다 했더니 웬걸 그대로 독감이 왔다. 목아파서 주말내내 켈록대다가 목이 좀 가라앉는가 싶더니 이젠 코가 막힌다. 어제 조퇴하고 집에왔는데 입에서 땡기는거 왕창먹고 푹 잤더니 몸은 무겁고 찌뿌둥하고 심지어 전화사기 당하는 꿈도 꿨다.

조퇴한 보람이 없다.
오늘은 가서 여여하게 할일 하고 와야겠다. 아프다고 핑계 대기시작하면 끝이없으니 .. 스스로에게도 많이 관대해지고. 그렇다고 너무 쪼이는거도 건강하지않기는 한데 늘 그 경계의 감을 잘 못잡고있다.
Posted by 민들레_ :

주말에 토요일은 일을 빡시게하고, 일요일에도 실험실 나가서 일하고픈 욕망을 꾹 눌러담으며 가족과 하루를 붙어있었다.

왠지 이번 주말에는 이걸 꼭 먹어야겠다며 남편이 Fleischlaberl을 만들었다. 본인 집안 레시피에 따라 nutmeg를 넣은 매쉬드 포테토도 함께.
아래에는 기념샷. 나중에 결혼 50주년 되면 이런 사진들이 하나하나 다 보물이 되겠지.

맛있었는데 감자가 어째 좀 달았다.
Yukon Gold감자랑 White potato 있길래 유콘으로 집어왔는데 얘가 원래 단맛이 있는건가 싶다. 한국에는 감자가 한종류 아닌가? 한국 감자를 달라!
그동안의 Fleischlaberl은 맨날 버터에 튀겼는데, 내가 기름져서 부대껴서 못먹겠다고 수어차례 항의를 했더니 이번엔 기름을 적게넣고 구워줬다. 내 입맛에 훨씬 잘 맞는다. 냄비 가득 만들었으니 수요일까지 도시락으로 열심히 알차게 싸가야지.

밥먹고 게으름에 드러누우..려 했으나 맨하탄 살아도 집 밖으로 잘 안나가는 우리에게 주말은 기회다 싶어 억지로라도 나갔다. 뽈뽈 돌아다니려고 나갔는데 탔던 지하철이 갑자기 운행중단을 선언 한다. 우리는 목적지까지 반도 못가서 내릴수밖에.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소나기가 와서 건물보수용 scaffolding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중.
남편은 열심히 사탕을 깨고 있다. 사탕게임 시작은 둘 중에 내가 먼저 시작했었는데 빠져나오질 못해서 자괴감에 지워버렸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다시 입문해서 레벨 1부터 다시 올라가고있다..

비 피하다가 추워서 들어간 카페. 거울에 메뉴가 쓰여있는 걸 모르고 나는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메뉴 중에 모르는게 있어서 그거 두잔 시켰더니 온 몸이 움츠러드는 쓴맛이 고농축되어있었다...
Cortado: An espresso cut with a small amount of milk

믿을 수 없다. 에스프레소라고? 에스프레소보다 더 쓰고 괴로운 맛이었는데..! 잔 가득히 우유를 넣어도 도저히 쓴맛을 감당할 수 없어서 시럽까지 넣고나니 비로소 먹을 수 있었다. 휴. 우리의 작은 모험은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수습이 되었다.

하루 쭈욱 일 생각 않고 쉬고나니 사람이 생기가 돌더라. 또 한주 가보자.
Posted by 민들레_ :
새 실험실로 옮긴후에 적응하느라 동분서주, 물품 어딨는지 몰라서 헤매고 시스템을 몰라서 어리버리하다보니 어느새 한달 반이 지났다. 한달 반 동안 해놓은 것은 없어 보이는데.. 6주나 지나가다니.

실험 밀도를 빡빡하게 올려서 돌리다가 어제 샘플 11개 결과확인을 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나온 것이 없었다.

왜지?

몇년간 해온 실험이고 설령 환경이 바뀌었더라도 안될 아유는 없었는데.. 혹시나해서 마지막 결과를 다시 점검해보려고 준비하고있기는 한데, 자신감이 수습이 안된다. 기분전환하려고 웹툰을 읽어도 '웹툰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를 잘 쓰는 재능이 있네.. 나는 잘하는게 뭐가 있지?' 이런 생각이 자꾸 올라온다.

건망증도 있어서 열쇠고 핸드폰이고 가방이고 깜빡하고 (종종 진짜 미친다) 암기력도 당근 안되고, 실험은 왜 자꾸 뭐가 하나씩 어긋나는건지~!!!

많이 실험하고싶어 서두르다보면 실수가 늘어나고, 그러면 실험 전체를 못믿게 되고.. 근데 진도는 안나가고~
우리 전공학술지에 다다른 벽에서 아무것도 되지않는 박사생을 위한 칼럼이 있는거 보면 비단 나만 이런 기분 느끼는건 아닌 것 같은데.. 거 참 막막한 심정이다. 이럴때 주변의 누군가가 승승장구하는거보면 -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걸 알면서도 - 얄미워하는 못된 마음이 날것 같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행동이 말처럼 쉽지는 않구나.
Posted by 민들레_ :

동생 방문 확정!

2016. 1. 12. 23:19 from 카테고리 없음
동생이 올 여름에 한달간 놀러오기로했다. 일곱살 반 차이나는 동생인데 - 아아 신난다!!!

무리해서라도 좋은데 데려가고 좋은거 먹이고싶은데 동생도 성인이니 동생이랑 반반 부담하는게 맞나? 싶다가도. 브런치먹을 곳, 뮤지컬 볼 것... 이제부터 플래닝 시작!
Posted by 민들레_ :

슈눅은 나보다 아침형 인간인지라 보통 나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출근한다. 

오랫만에 서둘러서 슈눅과 함께 출근을 하다가, 나는 지하철로, 슈눅은 트램을 타러 헤어졌다. 

그리고 지하철역의 지하 2층을 한참 깊게 내려가서 플랫폼에 다다르니 아뿔싸.. 지하철이 안다닌단다. 이제 막 첫 방송으로 안다닌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지하철이 아니면 트램을 타야하기 때문에 두 층을 올라가 슈눅에게 문자를 했다.

어디야? 오늘 지하철 안다닌대

어어 나 트램타려고 기다리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하나 놓쳤어. 어쩐지 사람들이 막 몰려오더라. 

쪼매만 기달려 나도 그리로 갈게!


트램 역에 도착했는데 머어얼리 슈눅이 내가 보인다고 연락이 왔다. 어후 근데 줄이..


오른편에 보이는 쇠가 표 긁고 들어가는 개찰구인데.. 반대편 개찰구보다 이쪽이 줄이 짧아서 이리로 왔는데도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다. 슈눅은 저어어기 앞에 있었고. 

그냥 가라고 했지만 기다리겠다던 슈눅에게서 문자가 왔다

ㅠㅠ기다리려고 했는데 뒷사람들한테 밀려서 타버리고 말았어... 안녕... 

그리고 나도 그 다다음 트램에 이르러서야 겨우겨우 탔다는 이야기..  그래도 나름 함께 출근했다고 믿는다. ㅎㅎ 

Posted by 민들레_ :


학회장 사진. 내부 사진은 (아마도) 보안 관계상 찍지 말라고 되어있었다. 

친구가 데려가준 La Jolla 해변가. 라호야. 

때마침 저녁노을이 이쁘게 물들고 있었다. 럭키. 

신기한 동굴. 저 가운데에 보이는 까만 돌 위의 노란 물체는 귀퉁이가 부서져있는 서핑보드다.

파도가 험해보이는데, 저 앞에서 서핑 잘못하다가 물살에 휘말려들어가면 저 서핑보드처럼 되겠구나.. 싶었음.

ㅋㅋㅋㅋ완전 귀여웠던 물개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변가에서부터 인도있는 곳까지 기어올라와서는 

일렬로 정렬해서 잠을 잔다 ㅋㅋㅋ 

샌디에고 야경

필터링을 좀 넣어봄 

루프탑바에서. 동료따라 망고코즈모폴리탄을 주문했는데

입맛이 변했나.. 너무 달았다. 이젠 그냥 진토닉이나 시켜야하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려는 루프탑바 ㅎㅎ 

바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 

동네 이름은 앤티크하고, 가로등도 고풍스러웠는데

현지인 말로는 거의 모든 건물들이 최근 10-15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떠나는 날 기어코 찾아갔던, 서부친구의 강력추천 메뉴

Carne asada fries.

위키피디아 말에 따르자면 샌디에고에서 시작된 메뉴라고 한다. 사

이드메뉴인줄 알고 시켰는데 어마어마한 양이 나와서 겨우겨우 다 먹었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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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사람을 만날때가 있다.


어떻게 세상 모든 사람과 맞는가- 하며, 그저 내 갈길을 가더라도 어느 순간 불편했던 또는 오해가 꼬인채로 멀어졌던 사람과 다시 길이 엇갈리게 될때 동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는 불합리하거나 치사한 사람으로 남아있는 그 사람이 다른 이들과는 우정을 나누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할 때 알수없는 불편함이 걸린다. 내가 속이 좁았던 것일까, 그 사람의 다양한 면인 걸까. 그렇다고 오래전에 묻어버렸던 오해를 다시 발굴해내어 그 속내를 낱낱이 파헤치기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그렇게 풀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나버렸고, 그 오해 이후 다른 엎치고 덮친 일들로도 마음이 상했던 지라 태초의 그 첫 오해를 푼다고 하하호호 가화만사성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걸렸던 불편함을 잘 추스러 접어놓는다. 다음에 그 사람과 인연이 엇갈릴 때까지는.  


대학 졸업하고나니 가끔 만나도 잘 통하는 사람, 매일 만나도 말문이 턱턱 막히는 사람이 더 확연히 드러나는 것 같다. 내 성격과 성향과 성질머리가 또렷해지는 만큼 잘 드러나는 거겠지? 


사람 사이에는 더더욱 옳고 그름의 잣대가 적용하기 어렵다. 


내가 옳다고 저 사람이 내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내가 옳다고 밝혀지는 순간 불화가 더 활활 타오를때도 있지. 나같아도 상대가 옳고 내가 틀렸다고 확인되는 순간 오해가 풀리기는 커녕 더 미워질듯. 너무 완벽한 사람은 얄미운게 이런 마음일까? 


무조건 선한 사람도, 무조건 나쁜 사람도 없다. 

그저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 대충 통해도 충분한 사람, 그냥 안통하는 사람.. 사이의 스펙트럼이랄까. 아주 세세한 그라데이션으로 퍼져있고 누군가가 그 그라데이션 선상에서 절대점을 갖는 것도 아니다. 스펙트럼의 범위가 1~100 이라면 딱 찝어 누구는 37이야. 이렇게 할 수없다는 거지. 유동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거 같다. 대충 20~40 사이의 사람.. 이런 느낌? 때에 따라 30인줄 알았던 사람이 90이 될수도 있고 80인줄 알았는데 0일때도 있고. 


더불어 철이 더 들면서 (다 들었다곤 할수없다) "나는 ㅁㅁ한 사람이야" "나는 원래 ㅇㅇ 안해" 라고 스스로를 자주 정의하는 버릇을 경계하게 된다. 그게 나든 남이든.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관계에 따라 종잡을 수 없는게 사람의 정체성인데 어떻게 "원래" 라는 말을 갖다 붙일 수 있을까 싶어서. 


Posted by 민들레_ :

티스토리를 처음 시작하고 멋모르고 블로그를 두개 만들었다가, 

어째서인지 아이디를 누르면 안쓰는 블로그로 연동되길래 아예 그 블로그를 삭제했더니...

이젠 '없는 주소입니다'가 뜨네요. 티스토리 어렵다.

 그러므로 제 블로그는 알아서 찾아오는 분들만 보는 것으로 합니다. 


선택된 소수에게만 공개되는 블로그! 

! 뾰로롱



지난 금요일 밤에 비행기를 타고 슝 샌디에고에 학회차 왔다. 



(오 사진이 많다!!!!! 신난다!!!!) 

비행기 안에서 샌디에고 다다를 때 즈음 옆에 앉은 동료의 놀림을 받으면서 열심히 찍어서 

겨우 한장 건졌다. 찬란한 도시 샌디에고..? 

서부는 동부보다 따뜻하다고 익히 들었는데 어째서인지 나는 비행기에서 계속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공항에 내려서도 춥더라.

여러분 샌디에고 갈때는 레이어드 룩을 입으셔야 해요. 

해들면 벗고 해진 뒤/그늘 들어가면 껴입어야 합니다.. 


주말에 춥다는 서부지인의 말에 겨울코트 + 더울까봐 반팔티 여러장 이렇게 가져왔는데

코트 입기엔 유난스럽고 반팔티로는 도저히 버틸수가 없었다. 콧물 훌쩍.  

결국 눈에 띈 GAP가서 스웨터 하나 샀다. 주구장창 학회 내내 이 스웨터만 입을 태세. 


날씨는 정말 끝내줬다. 하늘이 정말 포토샵으로 합성한 것 마냥 푸르다. 

지금이 샌디에고의 겨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간간히 야자수나무에 크리스마스 전구를 감아놨더라. 

기회 된다면 찍어서 올려야지. 


학회장의 발코니(?)에서 보였던 풍경. 

남편이 집에 있어서 자랑하려고 찍었던 샷. 

그러나 남편은 친구네 크리스마스 파티 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염장질은 실패했다. 


인근 그리스 케밥집에서 먹었던 바클라바 Baklava. (그리스 음식점이었는데 왜때문에 터키음식이..?) 

아이스크림이 일품이었고, 위 아래 반죽은 튀겨져 있어서 바삭바삭. 

바클라바 먹을때마다 느끼는건데, 난 역시 이게 너무 달다. 

단 것보다 쌉싸름한 것이 좋고, 담백한 것이 좋다. 할머니 입맛이 되어가나봐.  


샌디에고가 멕시코랑 엄청 가깝다는 사실에,

서부 친구들이 멕시칸음식을 많이 먹으라고 추천해줘서 

주로 멕시칸 식당을 찾았다. 

사진은 친구와 시킨 라임마가리따, 딸기마가리따. 


그리고 나오는 멕시칸 음식. 

왼쪽 위에는 매콤한 살사와 칩이 잔뜩 있었는데 음식 나오기전에 작살내었지. 

왼쪽 가운데는 과카몰리 (구아카몰리? 구아카몰? 과카몰? 대충 발음해도 다 알아들으니 괜찮다). 

미국와서 아보카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신비로운 과일이다. 

밥에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고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어. 

맨 오른쪽은 대충 짐작으로 콘치즈 같아서 시켰는데 이게 정말 맛있었다. 

친구1과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었더니 안먹겠다던 친구2가 따로 한개 시켜서 혼자 다먹음. 

콘에 우리나라의 오뚜기스프스런 치즈가 아니라, 파마산(?)치즈를 듬뿍 뿌려서 줬는데 

거기에 사워크림 + 알수없는 시즈닝. 

정말 맛있었다. 


아 잊어버릴뻔한 타코. 

하루종일 입에 뭘 먹을걸 달고 있어서 배가 많이 불렀는데..

소고기 타코 / 까르니따(돼지고기) 타코 / 랍스타 타코..

여기저기 고수가 듬뿍듬뿍 숨어있다. 고수 싫어하면 못먹을 거 같다. 근데 난 다 잘먹으니까 괜찮아. 



다다음날 아침. 

어제도 사실 혼자 숙소에서 양껏 먹었기 때문에 아침은 간단히 먹으려고

근처 카페에 왔다.

 

카페에 오니 보이는 셀프 결제 기계가 넷.. 

(이런거 보면 꼭 해봐야 하니까 해본다) 



오른쪽의 카드리더기에 결제카드를 긁으면 여러가지 메뉴가 뜬다. 

기계화 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이 경우는 상세한 사진과 재료, 가격이 다 써있어서 

관광객 모드+결정하는데 오래 걸리는 나는 

이런 저런 메뉴를 다 둘러볼수 있어서 좋았다. 


이중 고른 것은 

Hot Spiced Apple Cider (계피, 홍차, 사과사이다를 끓인 것) 큰 잔과 

다진 채소+치즈+달걀물로 구워진 Quiche키시. 


키시 나올때 사이즈 작아서 사실 많이 실망했는데

한입 먹고 감동했다.

치즈가, 버섯이, 채소가 듬뿍듬뿍..!!!! 아아 행복해..!!!!! 


카페에서 다음 학회 세션 들어가기전에 논문읽으려고 왔는데

키시랑 사이다 마시면서 블로그하는 중. 


학회에 왔는데 내용은 먹는 내용만 있다. 아 부끄러워라. 

더군다나 매일 잘 먹기 위해 아침에 운동도 한다. 후후. 


연구스런 느낌을 찍고 싶긴 한데.. 

학회장 내에서는 미발표 결과들이 많기 때문에 사진이 금지되어서.. (변명)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니 내 일상이 늘 비슷비슷한 거 같아서 뭘써야하나 고민했었는데, 이런 일탈(?)의 기회가 생겨서 평소에 잘 안찍던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자꾸 찍으니 눈치보여 민망했지만 사진이 있으니 글쓰는데 풍성해져서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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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들레_ :

11월 초, 


나의 지도교수님은 매주 함께하는 랩 미팅을 마치며 "8주 뒤에 학교를 그만두고 떠난다" 라고 알려주었다. 


우리 실험실 사람들 전원 나라 잃은 표정. 


이공계에서 지도 교수가 떠난다는 것은 박사과정 학생들, 그리고 박사후 연구원(포닥)들이 오갈 곳 없이 붕 뜨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몇년간 연구를 한 성과는 논문으로 판가름이 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논문이 없다면 3~5년 연구했던 시간은 그저 버린 시간 아니냐고도 한다) 논문이 나오려면 아무리 빡시게 해도 3년, 대학원생이 제1저자나 공동저자로 논문을 내려면 보통 4~5년 걸린다. 논문을 향해 달려가던 대학원생들과 포닥들 입장에서는 결실이 나오기 전에 중간에 교수님이 증발해버리면 그 결실이 흐지부지 말라 비틀어져버릴 가능성이 급격히 치솟게 된다. 


이제 4년차이며 1-2년안에 논문이 나올법한 상황이었던 내 경우는 중간에 애매하게 된 케이스가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나서 보니 의외로 학교를 떠나는 교수님들이 빈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눈치도 많이 늘고 (과학 실험도 순간순간의 감이 중요한 것 같다..?) 손기술도 늘었더라. 새 지도교수님과 새로운 팀 속에서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원래 교수님의 발표가 있던 그 날부터 바로 새로운 지도교수님을 찾아 물색 - ! 

일주일간 3번, 총 6~7시간 정도의 면담을 거치고나서 다가온 Thanksgiving연휴에 묻어가며 쿨타임을 가진 후에 오늘 비로소 새로운 실험실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실험실 인원 보충으로 인해.. 이미 포화상태였던 실험실에 자리가 없었던 관계로 교수님이 같은 층의 빈 사무공간을 쓸 수 있도록 해주셨다. 복도에 덩그라니 놓여져있던 책상에서도 지내봤고 책상이 없이 노트북으로 메뚜기 생활도 해봤으니 두려울 것 없이 오늘 사무공간에 들어갔는데..



너무 크다


교수님 방보다도 더 크다 ㅋㅋㅋㅋㅋㅋ 어떤 다른 교수님이 쓰던 오피스였다는데... 이걸 나혼자 쓰라구?

한가운데 덩그라니 있던 쓰레기통을 구석으로 밀어넣고 왕이 된 기분으로 셋팅해놓고 퇴근! 

오며가며 아는 사람들에게 내 오피스에 공간 많으니 커피마시러 놀러오라고 동네방네 이야기해 두었다.  


전전긍긍하며 박사 프로젝트 다시 시작하는 비루했던 대학원생이 어찌저찌 스리슬쩍 덕 보았던 오늘의 하루. 금요일날 팀발표 있는데 화요일 밤인 오늘도 시작 안했다는 슬픈 소식도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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