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12.11 일주일간의 독감
  2. 2016.01.20 독감에 골골골
  3. 2016.01.13 일이 잘 안될 때 2
지난 월요일 새벽동안 침이 잘 넘어가지 않는 통증에 잠을 설치며 일어났다.

딱 든 생각은.  아 똥됐다. . 이거 Strep throat 각인데. 
부랴부랴 병가를 내고 응급진료소에 들어가서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박테리아성인 Strep은 아니고 바이러스성 인후염이나 독감 같단다.

그러니 가래끼는 우유랑 주스는 피하고 물과 차를 많이 마시고... 많이 쉬라는 기운빠지는 말을 듣고 집에 왔다.

월요일은 상태가 정말 안좋았고 (응급실 가야하는 온도에서 0.3도 부족하게까지 열이 오름) 화요일도 영 목이 너무 아프고 안그래도 입덧 때문에 위에서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데 목에서까지 삼켜지질 않으니 그냥 너무 서러우며 기력이 없었던 것.

수요일은 정상 출근을 해서 랩실에서 일을 하는데 영 머리가 띵해서 평소의 30-40프로의 효율로 겨우 일하고 왔다.
집에 오는 길에 일본 돈까스 카레가 땡겨서, 고고커리에서 테이크 아웃 주문해서 ㅋㅋ 추운 바람을 맞으며, 으슬으슬 떨면서 진땀을 흘리며 픽업해왔다. 아 유학생활 하니 역시 강해지는 듯..

실험실에서는 교수님이 본인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베이비 위스퍼를 비롯한 육아서 세권과 happiest baby on the block 영상을 주셨다.

목요일... 이제 목은 괜찮아졌는데 폐에서부터 끌어나오는 기침과 코가 엄청 막히기 시작했다.. 독감이구나. 여전히 몸은 으슬으슬, 진땀이 뻘뻘. 입고있는 fleece가 땀으로 너무 젖어서 부드럽고 땀 흡수 잘되는 요가바지를 스카프마냥 목에 둘러매고 좀비마냥 소파에 드러누워서 반쯤 눈을 뜬채로 하루를 보냈다. 이 날이 정말 제일 심한 고비였던 것 같다... 다섯번 토하고, 그중 한번은 네번째 토하고나서 한시간쯤있다 빈속에 또 토했는데 네번째때 미처 나오지 않았던 국수가 세가닥정도 마저 나오더라... 아아 입덧아... 너 참.. 매정하구나...

금요일은 조금 상태가 나아지는 것 같았으나 혹시 몰라 마저 병가. 이로서 주4일 병가.. 눈치보였지만 이 상태로는 학교 가봤자 자리만 차지하고 병만 옮길 것 같아서 과감하게 집에서 쉬었다. (이 와중에 근데 우리집 고양이인 탄이가 방광염와서 세겹으로 껴입구 동물병원가서 약도 받아옴. 물론 고양이 본인은 약먹고는 아주 똥꼬발랄하다..)

토요일... 뉴욕에 눈이 펑펑 내렸다. 아침에 눈 떴을때도 어느정도 쌓였는데 저녁 해질때까지 계속 펑펑 함박눈이 내렸다. 겨울스포츠의 나라 출신인 남편은 눈 냄새난다고 전날부터 들떠있더니 아주 신났다. 내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나가서 눈싸움하고 놀았을텐데.
이번 주 내내 남편은 장을 보고 (내가 낮에 먹고 쌓아둔) 설거지를 전담하고, 내 땀에 젖은 옷들을 다 빨래하고 먹고픈거 있다하면 사다주고 요리해주고...  좀비처럼 신음소리내며 축 쳐져있고 안씻은지 n일차가 되어가는 나에게 괜찮냐며 쓰다듬어주고.. 정말 더 이상은 바랄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사랑과 배려를 베풀어주고 있다.
중간중간 내가 땀흘려서 덥다고 덧신 벗거나 맨발로 돌아다니면 더 아프려고 그러냐고 혼내면서 덧신이나 슬리퍼 신겨주기까지...

내가 하는거라곤 내가 먹은거 예의상 싱크대에 담궈놓기랑 남편이 집안일 다하고 티비봐도 되냐하면 보고싶을때까지 보게 놔두기. 거저먹는 와이프다 정말.

목요일의 송년회도 영화약속도
토요일의 친구커플과의 외식약속도
일요일날 사러가기로 했던 아기침대도
모두 다 캔슬하고 아픈거 낫는 데에만 올인한 지난 일주일...

코는 아직 막히지만 그래도 기침은 많이 줄어들었고, 훅하고 열이 오르는 것도 없어진 것 같고, 남은건 먹으면 토하는거랑 배 통증정도. 근데 이 두 가지는 독감보다도 임신증상인데 감기로 내가 몸이 약해져서 더 괴로운 것 같다.

구름이는 잘 크고 있다는 신호가 이렇게 확연하니 ㅋㅋ 독감으로 시름시름 앓아가면서도 사실 구름이 걱정은 별로 안했다. 토하니까 아까워서 식후 비타민제 좀 덜 먹은 정도.

태중의 아이가 편안하려면 집이 불타는걸 봐도 "아 활활 자알 탄다! 우리 애는 멀쩡해서 다행이야!"라는 정도의 여유와 통 큰 마음가짐을 가지라던 조언이 떠오른다. 그래 뭐 ㅋㅋ 출산휴가가 6주던 12주던, 중요한건 나랑 내 아이 아니겠나. 그거에 신경쓰느라 중요한걸 놓치지는 않나 잘 헤아려보자.

일단 우리 남편의 보조는 정말 완벽하다.. 이정도면 산후조리 정말 걱정없는듯..
Posted by 민들레_ :

독감에 골골골

2016. 1. 20. 20:35 from life 오늘은 뉴욕

건강하게 먹겠다고 고구마빵을 구웠다.
머랭을 쳐서 삶은 고구마랑 섞어주고나서 렌지에 돌리면 땡! 비쥬얼 좋게 베리도 얹었는데 달걀물 맛이 너무나서 조금 비렸다.

건강하게 먹으니 운동도해야겠다 했는데 학교 친구와 오랫만에 만나 와인 한병과 메뉴 5개와 디저트로 와인을 더마시며 네시간을 쉬지않고 떠들었다.. 목이 칼칼해져왔다. 간만에 말을 많이해서그런가보다 했더니 웬걸 그대로 독감이 왔다. 목아파서 주말내내 켈록대다가 목이 좀 가라앉는가 싶더니 이젠 코가 막힌다. 어제 조퇴하고 집에왔는데 입에서 땡기는거 왕창먹고 푹 잤더니 몸은 무겁고 찌뿌둥하고 심지어 전화사기 당하는 꿈도 꿨다.

조퇴한 보람이 없다.
오늘은 가서 여여하게 할일 하고 와야겠다. 아프다고 핑계 대기시작하면 끝이없으니 .. 스스로에게도 많이 관대해지고. 그렇다고 너무 쪼이는거도 건강하지않기는 한데 늘 그 경계의 감을 잘 못잡고있다.
Posted by 민들레_ :
새 실험실로 옮긴후에 적응하느라 동분서주, 물품 어딨는지 몰라서 헤매고 시스템을 몰라서 어리버리하다보니 어느새 한달 반이 지났다. 한달 반 동안 해놓은 것은 없어 보이는데.. 6주나 지나가다니.

실험 밀도를 빡빡하게 올려서 돌리다가 어제 샘플 11개 결과확인을 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나온 것이 없었다.

왜지?

몇년간 해온 실험이고 설령 환경이 바뀌었더라도 안될 아유는 없었는데.. 혹시나해서 마지막 결과를 다시 점검해보려고 준비하고있기는 한데, 자신감이 수습이 안된다. 기분전환하려고 웹툰을 읽어도 '웹툰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를 잘 쓰는 재능이 있네.. 나는 잘하는게 뭐가 있지?' 이런 생각이 자꾸 올라온다.

건망증도 있어서 열쇠고 핸드폰이고 가방이고 깜빡하고 (종종 진짜 미친다) 암기력도 당근 안되고, 실험은 왜 자꾸 뭐가 하나씩 어긋나는건지~!!!

많이 실험하고싶어 서두르다보면 실수가 늘어나고, 그러면 실험 전체를 못믿게 되고.. 근데 진도는 안나가고~
우리 전공학술지에 다다른 벽에서 아무것도 되지않는 박사생을 위한 칼럼이 있는거 보면 비단 나만 이런 기분 느끼는건 아닌 것 같은데.. 거 참 막막한 심정이다. 이럴때 주변의 누군가가 승승장구하는거보면 -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걸 알면서도 - 얄미워하는 못된 마음이 날것 같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행동이 말처럼 쉽지는 않구나.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