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의 대학원이라 함은 장학제도가 인문사회계보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적용되는데, 이는 일반 대부분의 대학원에서 하는 수업조교로서의 수입외에 "실험조교" 로서의 책임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장학금이라기보다는 실험실에서 일한 댓가로서 임금을 받는 것에 더 가깝다. 실제로도 미국 국세청에 내는 서류중에 wage(임금) 관련된 서류를 제출해야하니, 행정상으로도 장학금보다는 임금으로 취급받고 있다. 


생물의학 관련 실험실의 경우는 또 하나의 특수성이 생기는데, 이는 살아있는 세포/생물을 다루는 것에서 기인한다. 아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뼈저리게 알듯, 살아있는 생물은 주중 주말도 없고 밤낮도 없다. 실험하는 대상에 대한 전반적인 경향은 알지만 언제든지 "아차!" 하는 순간에 아프기 시작하거나, 돌연변이가 되거나, 죽기도 한다. 그러면 그 실험 대상을 갖고 하려던 실험은 물거품이 되어 안녕.. 안녕..

 

처음 실험실 생활에 발을 들인 것은 2007년 11월이었다. 학생비자로 유학생활 중이었던지라, 돈을 받을 수 없었던 나는 무급으로 학교에서 1시간정도 떨어진 실험실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9년 부터는 실험실에서 기술직으로 일을 하고 다녔는데, 이때 나의 실험실 생활은 필요하면 언제든 실험실에 죽치고 있는 애니콜 상태였다. 아침 7시도, 새벽2시도.. 


그 방식 그대로 대학원에 와서 3여년을 생활했는데, 몸이 점점 축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근의 함정인 - '어차피 늦게까지 있을 건데 좀 천천히 하지뭐'와, 주말에도 흡사 주중처럼 일하는, 요일 개념이 없어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다. 


스티커의 얼굴이 내쪽이 더 동그랗고 넓은 것은 .. 그저 웃으며 받아들일 뿐이다 ㅠㅠ


결혼을 했는데 결혼한 상대가 일탈이라고는 내입장에서 귀여운 반항정도로만 하고 사는 새나라의 어린이인 것이었다. 연애할때 게임을 엄청 좋아한다며 디아블로 확장팩을 샀다 그래서 한동안 연락이 끊기려나 생각했는데, 주말에 길어야 5시간정도 하고는 잘시간에 맞추어 스스로 끄고 자는 남자였으며, 결혼하고 나서보니 12시에 가까운 시간에 자게 되면 오늘 반항아였다며 뿌듯해하고 (그나마 금, 토에만 이런다) 무엇보다... 주말을 주말로서 알차게 느끼고 보내려고 노력을 하는 남자였다. 


같이 사는 사람이 주중 저녁에는 웬만하면 집에 바로 오고, 주말에는 주말활동을 하려는 사람이다보니 나도 그 영향을 받아 주중에 늦게까지 일하는 횟수를 줄이게 되고, 주말에도 실험실에 출근하는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주중에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면서 - 일이 아닌 노는 것(쇼핑, 친구와 약속 등등)을 주말에 채워넣고 주말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 전에는 주말데이트를 하려고 만나도 할일목록을 클리어하며 쫓기듯 만났었다면, 이제는 주말에는 맘편하게 논다! 하는 철학같은 것이 생겨서 느긋하게 동네를 돌아다니기도하고, 가보고 싶었던 맛집이 멀어도 가보게 되었다. 이 남자와 결혼하고는 내 삶의 질을 높아졌다고 할수있다. (덤으로 수년간 밥한끼 맘 놓고 못먹게 하던 내 만성위염을 사라지게 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2016년 들어 주말에 일부러 먹으러 갔던 곳들이다. 광고의 의도가 없으니 가게명은 생략..


일본에서 온 베이커리 체인이라고한다. 시그니쳐 케익은 저 노란 밀푀유 크레페케익같다. 층층이 생크림과 과일이 듬뿍 들어있어서 맛있었다. 조각당 $10이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분인지라.. 외식하는 대신 간다고 생각하고 갔던 카페다. 대신 커피는 무한리필. 


를 이 가게로 인도한 사진. 와 어마어마한 저 층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이건 언젠가 다음에 가게 된다면 먹고 싶은 케익. 아쉽게도 갔을때 진열대에 없었다. 저 생크림의 산을 먹으려면 그날 하루는 굶어야할 것 같군.. 





주말마다 눈이 내리던 강추위가 한풀 꺾이고 드디어 영하가 아닌 영상의 주말이 온다고 해서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뉴욕브런치 하면 생각나는 커피랑 빵을 먹으러 갈까 생각했는데 남편은 라면을 먹으러 가자고 수어차례 강력히 주장하였다. 또 때에 맞게, 브런치 가기로 한 전날, 학교 행사로 나는 과음을 하였고........... 다음날 목마름과 두통으로 오전 일곱시부터 국물을 찾는 퀭한 와이프로서 라면을 택한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찬양하였다. (도저히 견딜수없어서 응급처치로 신라면스프를 탄 라면스프차를 좀 마시긴 했다) 


가운데에 이미 섭렵당하기 시작한 것들은 생굴튀김과 닭카라아게. 라멘은 사진으로 볼때마다 진짜 맛나보이는데 막상 먹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무엇일까..? 다음번에는 매운걸 시켜봐야하나. 아니면 내가 라면이 그리운 것은 실로는 MSG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대도시라서 음식을 다양하게 먹으러 다닐 수가 있어서 참 좋다. 대학원을 마치고나면 남편도 직장을 바꿀 시기가 되는데, 이 다음에는 어느 곳으로 가게 될지 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한국? 둘다 편하게 지내기에는 미국이 낫기는 한데, 나 또는 배우자의 뿌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무시할 수가 없다. 여기에서는 아무래도 둘다 외국인이다 보니까. 주말을 사수할 수있는 직장을 가진다면 참 좋겠다-! 

Posted by 민들레_ :

11월 초, 


나의 지도교수님은 매주 함께하는 랩 미팅을 마치며 "8주 뒤에 학교를 그만두고 떠난다" 라고 알려주었다. 


우리 실험실 사람들 전원 나라 잃은 표정. 


이공계에서 지도 교수가 떠난다는 것은 박사과정 학생들, 그리고 박사후 연구원(포닥)들이 오갈 곳 없이 붕 뜨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몇년간 연구를 한 성과는 논문으로 판가름이 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논문이 없다면 3~5년 연구했던 시간은 그저 버린 시간 아니냐고도 한다) 논문이 나오려면 아무리 빡시게 해도 3년, 대학원생이 제1저자나 공동저자로 논문을 내려면 보통 4~5년 걸린다. 논문을 향해 달려가던 대학원생들과 포닥들 입장에서는 결실이 나오기 전에 중간에 교수님이 증발해버리면 그 결실이 흐지부지 말라 비틀어져버릴 가능성이 급격히 치솟게 된다. 


이제 4년차이며 1-2년안에 논문이 나올법한 상황이었던 내 경우는 중간에 애매하게 된 케이스가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나서 보니 의외로 학교를 떠나는 교수님들이 빈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눈치도 많이 늘고 (과학 실험도 순간순간의 감이 중요한 것 같다..?) 손기술도 늘었더라. 새 지도교수님과 새로운 팀 속에서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원래 교수님의 발표가 있던 그 날부터 바로 새로운 지도교수님을 찾아 물색 - ! 

일주일간 3번, 총 6~7시간 정도의 면담을 거치고나서 다가온 Thanksgiving연휴에 묻어가며 쿨타임을 가진 후에 오늘 비로소 새로운 실험실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실험실 인원 보충으로 인해.. 이미 포화상태였던 실험실에 자리가 없었던 관계로 교수님이 같은 층의 빈 사무공간을 쓸 수 있도록 해주셨다. 복도에 덩그라니 놓여져있던 책상에서도 지내봤고 책상이 없이 노트북으로 메뚜기 생활도 해봤으니 두려울 것 없이 오늘 사무공간에 들어갔는데..



너무 크다


교수님 방보다도 더 크다 ㅋㅋㅋㅋㅋㅋ 어떤 다른 교수님이 쓰던 오피스였다는데... 이걸 나혼자 쓰라구?

한가운데 덩그라니 있던 쓰레기통을 구석으로 밀어넣고 왕이 된 기분으로 셋팅해놓고 퇴근! 

오며가며 아는 사람들에게 내 오피스에 공간 많으니 커피마시러 놀러오라고 동네방네 이야기해 두었다.  


전전긍긍하며 박사 프로젝트 다시 시작하는 비루했던 대학원생이 어찌저찌 스리슬쩍 덕 보았던 오늘의 하루. 금요일날 팀발표 있는데 화요일 밤인 오늘도 시작 안했다는 슬픈 소식도 전해드린다..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