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는 웬디의 말에 위에 불도 들어오는거같고 바깥 창문은 더러운 것 같다며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엘베는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잘 모르면서 또 근거없는 믿음과 자신감으로 상대방을 묵살하는 행동이 또 나왔다. 내가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또 내가 확실하게 알지 못함을 인지하지 못해서 일어난 무례한 행동.

내 무의식에서 나는 내가 잘 안다고 믿고있구나. 위험하다. 경계하자.

그러나 또 시간을 들여 탐구하고 싶지는 않다. 뉴스나 정치를 이해하고자하면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든다. 맥락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왜 이리 피로감이 드는 것일까. 깊게 생각하고 싶지않아하니 자연히 인스타 등의 단편적 정보만 찾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진득하게 생각하는 것, 책 한권을 읽어내는 것을 해내는 인내심이랄까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아까도 책을 펼쳐들었는데 어서 결론을 알고싶은 조급함이 들면서 책을 한글자 한글자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건너뛰며 스키밍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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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5주 6일차

2017. 12. 20. 23:20 from baby 오늘의 아이
어쩜 이렇게 피곤할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피곤하다. 온 몸의 피가 다 빨린 기분...이 아침부터 시작된다.

임신 초기때 많이 피곤하고 중기때 부터는 에너지가 돌아온다고 하던데 나는 어째 중기 들어서면서 입덧도 심해졌고 (그러나 16주 되어가니 사라지는 듯) 피곤함이 절정을 찍고있다.

어제는 학교 관련해서 잡다한 물품을 사느라고 일 일찍 마치고 staples, michaels에 들러 물건을 사는데 기다리는 줄에서 기절할것 같았다. 두 발로 서있기 위해서 온전히 집중해야했음.. 그 다음에 남편 만나서 장보러 갔는데 내내 쓰러질 것 같았다.

 원래는 몸무게가 지난 이주간 갑자기 늘어서 (이주간 +2kg) 트레드밀에서 빨리걷기라도 하려했는데 이건 뭐... 제 발로 아파트 찾아 걸어들어간 것 만으로도 박수받아야할 것 같은 기분

내 몸이 힘드니 친구와 대화하는데에 집중하기도 어렵고 성탄절 들뜬 분위기가 한창이거늘 마음도 영 동하질 않는다... 아이 나오기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라 즐겨야한다는 의지는 있지만 체력이 심하게 방전.

중기에 기력이 돌아온다더니.... 어디갔니 내 기력?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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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일상이 변하다 _ 두줄  (0)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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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새벽동안 침이 잘 넘어가지 않는 통증에 잠을 설치며 일어났다.

딱 든 생각은.  아 똥됐다. . 이거 Strep throat 각인데. 
부랴부랴 병가를 내고 응급진료소에 들어가서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박테리아성인 Strep은 아니고 바이러스성 인후염이나 독감 같단다.

그러니 가래끼는 우유랑 주스는 피하고 물과 차를 많이 마시고... 많이 쉬라는 기운빠지는 말을 듣고 집에 왔다.

월요일은 상태가 정말 안좋았고 (응급실 가야하는 온도에서 0.3도 부족하게까지 열이 오름) 화요일도 영 목이 너무 아프고 안그래도 입덧 때문에 위에서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데 목에서까지 삼켜지질 않으니 그냥 너무 서러우며 기력이 없었던 것.

수요일은 정상 출근을 해서 랩실에서 일을 하는데 영 머리가 띵해서 평소의 30-40프로의 효율로 겨우 일하고 왔다.
집에 오는 길에 일본 돈까스 카레가 땡겨서, 고고커리에서 테이크 아웃 주문해서 ㅋㅋ 추운 바람을 맞으며, 으슬으슬 떨면서 진땀을 흘리며 픽업해왔다. 아 유학생활 하니 역시 강해지는 듯..

실험실에서는 교수님이 본인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베이비 위스퍼를 비롯한 육아서 세권과 happiest baby on the block 영상을 주셨다.

목요일... 이제 목은 괜찮아졌는데 폐에서부터 끌어나오는 기침과 코가 엄청 막히기 시작했다.. 독감이구나. 여전히 몸은 으슬으슬, 진땀이 뻘뻘. 입고있는 fleece가 땀으로 너무 젖어서 부드럽고 땀 흡수 잘되는 요가바지를 스카프마냥 목에 둘러매고 좀비마냥 소파에 드러누워서 반쯤 눈을 뜬채로 하루를 보냈다. 이 날이 정말 제일 심한 고비였던 것 같다... 다섯번 토하고, 그중 한번은 네번째 토하고나서 한시간쯤있다 빈속에 또 토했는데 네번째때 미처 나오지 않았던 국수가 세가닥정도 마저 나오더라... 아아 입덧아... 너 참.. 매정하구나...

금요일은 조금 상태가 나아지는 것 같았으나 혹시 몰라 마저 병가. 이로서 주4일 병가.. 눈치보였지만 이 상태로는 학교 가봤자 자리만 차지하고 병만 옮길 것 같아서 과감하게 집에서 쉬었다. (이 와중에 근데 우리집 고양이인 탄이가 방광염와서 세겹으로 껴입구 동물병원가서 약도 받아옴. 물론 고양이 본인은 약먹고는 아주 똥꼬발랄하다..)

토요일... 뉴욕에 눈이 펑펑 내렸다. 아침에 눈 떴을때도 어느정도 쌓였는데 저녁 해질때까지 계속 펑펑 함박눈이 내렸다. 겨울스포츠의 나라 출신인 남편은 눈 냄새난다고 전날부터 들떠있더니 아주 신났다. 내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나가서 눈싸움하고 놀았을텐데.
이번 주 내내 남편은 장을 보고 (내가 낮에 먹고 쌓아둔) 설거지를 전담하고, 내 땀에 젖은 옷들을 다 빨래하고 먹고픈거 있다하면 사다주고 요리해주고...  좀비처럼 신음소리내며 축 쳐져있고 안씻은지 n일차가 되어가는 나에게 괜찮냐며 쓰다듬어주고.. 정말 더 이상은 바랄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사랑과 배려를 베풀어주고 있다.
중간중간 내가 땀흘려서 덥다고 덧신 벗거나 맨발로 돌아다니면 더 아프려고 그러냐고 혼내면서 덧신이나 슬리퍼 신겨주기까지...

내가 하는거라곤 내가 먹은거 예의상 싱크대에 담궈놓기랑 남편이 집안일 다하고 티비봐도 되냐하면 보고싶을때까지 보게 놔두기. 거저먹는 와이프다 정말.

목요일의 송년회도 영화약속도
토요일의 친구커플과의 외식약속도
일요일날 사러가기로 했던 아기침대도
모두 다 캔슬하고 아픈거 낫는 데에만 올인한 지난 일주일...

코는 아직 막히지만 그래도 기침은 많이 줄어들었고, 훅하고 열이 오르는 것도 없어진 것 같고, 남은건 먹으면 토하는거랑 배 통증정도. 근데 이 두 가지는 독감보다도 임신증상인데 감기로 내가 몸이 약해져서 더 괴로운 것 같다.

구름이는 잘 크고 있다는 신호가 이렇게 확연하니 ㅋㅋ 독감으로 시름시름 앓아가면서도 사실 구름이 걱정은 별로 안했다. 토하니까 아까워서 식후 비타민제 좀 덜 먹은 정도.

태중의 아이가 편안하려면 집이 불타는걸 봐도 "아 활활 자알 탄다! 우리 애는 멀쩡해서 다행이야!"라는 정도의 여유와 통 큰 마음가짐을 가지라던 조언이 떠오른다. 그래 뭐 ㅋㅋ 출산휴가가 6주던 12주던, 중요한건 나랑 내 아이 아니겠나. 그거에 신경쓰느라 중요한걸 놓치지는 않나 잘 헤아려보자.

일단 우리 남편의 보조는 정말 완벽하다.. 이정도면 산후조리 정말 걱정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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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랩으로 옮긴 후, 그 네번째 커미티 미팅을 오늘 했다. 

기간으로는 새 랩에 조인한지 2년에서 3일 뺀, 나름 기념비적인 시점. 


땡스 기빙 연휴 바로 뒤에 있었기에 연휴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세포 사진 편집하고, 점이 몇개인지 세고, 그래프 만들며 보냈고

입덧으로 인해 먹으면 토하고 (토해서) 슬퍼하다가 또 먹으면 토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남편이 해준 밥을 고맙게 받아 먹고 또 토하고...

점심 도시락. 입덧이란 뭐가 먹힐지 알수없는 도박.


아랫배 생리통처럼 오는게 심해서 (자궁이 커져서 그렇다 한다) 생전 안먹던 타이레놀도 어제 한알 먹고. 


어제 드디어 피피티 흐름을 잡고 

오늘 아침, 발표하기 2시간 전에서야 사람들이 잘 안쓰는 현미경실에 처박혀서 속사포로 구두 연습을 시작.


구석에 처박혀서 중얼중얼 구두 연습중



물론 발표 전날 교수님이 "아 이 세포들도 후딱 IF해서 발표전에 슬쩍 함 봐봐!" 라고 한게 유머. 

발표 전에 미쳐돌아가는거 아시면서 ㅋㅋㅋㅋ 초인적인 효율성으로 아침에 12분만에 4가지 컨디션 현미경 스캔함 ㅋㅋㅋ


매 커미티 미팅때 마다 ' 이건 도저히... 소화하기에 불가능한 양이다... ' 라고 느끼며 

그냥 할 수 있는 만큼까지만 하자고 겸허하게 반쯤 포기한 태도로 발표를 임하게 되는데 

(이건 교수님이 피드백을 발표 직전에 몰아서 주고, 피드백도 엄청 묵직하게 줘서 발표 내용이 훅훅 바뀌는 것도 한 몫 한다)

헐떡헐떡 거리고 잠 못자서 죽을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하긴 하는구나. 


오늘도 무사히 마쳤다. 


교수님 4명을 앉혀놓구 장장 49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설명하는데, 

설명하면서도 이게 지금 너무 중구난방으로 들리진 않을런지, 

내가 제대로 설명은 하고 있는건지, 핵심 지식을 빠뜨리진 않았는지,

교수님들이 흥미롭다고 느끼게 하고있는지 여러 의구심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이미 나는 할만큼 했고, 다시 한다 해도 주어진 조건 내에서는 이 이상은 할 수 없기에... 

(대학원 2년차 분자유전학에서 C+을 받았을 적에도 아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난 재수강해도 이 이상 못받아...)


그저 준비한대로, 욕먹을 각오를 하면서 발표. 


결과적으로는, 나도 놀라울 정도로 호평이었다. 


커미티 미팅이 시작하기 직전에, 그리고 발표 마친 후에 학생은 회의실에서 잠시 나가고 교수님들끼리 closed door discussion을 하는데, 이번에는 제일 연장자격인 교수님이 굳이 안나가도 될거 같다며 뻘쭘하게 나가려는 나를 잡았다. 

"성과가 아주 순탄하네, 이 정도면 9개월 있다가 만나도 되겠어"

 

커미티 미팅의 평가는 이 다음 미팅을 3개월, 6개월 또는 9개월 뒤에 할지로 갈리는데 - 

보통은 6개월이 주기적이고, 통상적으로 3개월은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경우 (=잘 안풀려서 집중적 관심이 필요한 경우), 9개월은 너무 순조로와 굳이 안건드려도 알아서 잘 하기에 집중하라고 시간을 주는 경우에 해당된다. 


허허 집중 관리 대상으로 찍혀서 3개월도 받아본 적 있는 나로서는 9개월을 받고나니... 네..? 


교수님들 진심이에요? 그래도 되겠어요? 두유 트러스트 미?? 




우리 교수님의 전폭적인 관리 아래 받은 좋은 평가라 교수님 덕이 제일 크다. 


그래도 이렇게 잘되고, 9개월 뒤에 보자고 하면 그 사이에 구름이 낳고, 6주에서 12주 출산휴가 받고나서 복귀하자마자 다음 커미티 미팅을 하면 된다는 것. 그럼 큰 공백 없이 복귀할 수 도 있다는 것. 


(출산휴가는 내국인 대학원생에게는 12주이지만 외국인 학생에게는 출산휴가 규정이 없다. 과 또는 담당교수의 재량. 그래서 아직 2주가 될지 6주가 될지 12주가 될지 알수가 없다.. 이에 대한 나의 감정폭발은 또 다른 때에 썰을 풀기로.)


출산휴가 떠나기 전에 주8일 일할 생각으로 일하고 매일 1-2시간씩 엑스트라로 일해야 한다는 교수님 말에 첨에는 욱하고 올라왔지만 

생각해보면 임신 말기 또는 아이 태어나고 정말 시간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미리미리 성과를 쟁여두라는 말씀이라 반박불가였다.

그런데 오늘 9개월 받고나니.. 이러다 진짜 잠깐 출휴 갔다가 바로 돌아와서 또 일할 것 같은 스멜이 폴폴...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해야하나, 좀 쉬고싶은데! 누군 1년 육아휴직도 받는데!' 라고 두시간 정도 억울해 했다. 

그러다 다시 돌이켜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일도 (특히 과학 쪽) 성과를 내려면 내 개인 시간을 쪼개어 일을 충당할 수 밖에 없는 거구나. 

이게 워킹맘이라면 - 아이를 우선시하며 키우고 또 일도 월급 받는만큼 해내려면 -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거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나마 대학원생이라 주중에 아이 챙겨야 하면 아이 챙기고 밤이나 주말에 와서 일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고,

아이 보며 일해야하면 교수님이 자기 오피스에 playpen 갖다놓구 애기 재우며 일해도 된다고 하셨으니, 

직장 환경도 최대한 내가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다. 


한 생각 돌이키니 이게 억울할 일이 아니라, 내가 어차피 넘어야 할 고비를 주변의 지원과 관심을 받으며 넘을 기회더라.


단지 내가 넘어야 할 고비를 교수님이 먼저 지적해줘서 마치 교수님이 시키는 것 같은 착각이었을 뿐. 

(그리고 교수님 본인도 이렇게 헤쳐나가고 계시기에, 더 크게 와 닿는다. 육아와 교수직 양쪽의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 매일 매일 저글링하는게 곁에서 잘 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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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땡스기빙이라 어제 하루 집에서 쉬었다.


쉬었다고 하고 싶으나... 커미티 미팅이 바로 다음주 화요일이라 어디 가지는 못하고, 집에서 맛난거 해먹었는데 영 먹을때 땡기질 않는다. 어제 밤에 피피티 만들려고 자리잡고 오후 6시부터 앉아있었는데 9시쯤 포기. 헛구역질이 자꾸 나고 그렇다고 헛구역질 가라앉힌다고 뭐 먹기엔 너무 늦은 시각.. 속이 비면 헛구역질이 나오고 뭘 먹으면 입에서 신맛이 가시질 않아서 둘중 덜 힘든걸로 골라야한다 ㅠㅠ 


뒤집어지는 속을 잡고 한 시간쯤 뒤척이다 겨우 잠든 후, 

새벽 4시에 알람에 맞춰 일어났다. 


눈뜨자마자 먹고 싶었던 스팸김치볶음밥을 해먹었는데.... 막상 또 해놓고나서 먹으려니 그저그렇다. (그러나 뒷처리가 아까우므로 꾸역꾸역 먹는 중). 현 시각 4시 40분.. 

원래는 이번주 목금토일 내내 쉬는 주말이지만 커미티 미팅이 코앞인 자에게 그런 사치는 없나니..!!! 오늘 (금) 학교 가서 교수님 만나기로 했으니 으쌰으쌰 슬라이드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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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아침에 일어나서 별 기대없이 임신테스트를 해보았다. 5초 정도 기다렸다가, 흘끗 보았는데 대조선만 뜨기에, 쓰레기통으로 직행.

그날 밤에, 간혹 나중에 보면 두 줄인 경우도 있대서 다시 휴지통을 뒤져 꺼내어보니.. 어라.. 두줄인가?

그간 제 아무리 눈을 찡겨보구 요리조리 살펴도 단호박 한 줄만 봐왔기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미 야심한 시각이라.. 

내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비싼 임테기 (개당 무려 $8..)로 해봐야지 하며 잠들었다.


9월 27일. 


어라... 진짜 임신인가...



디지털의 오류일 수도 있나 싶어서 임테기 분해. 두줄이 떠있는거보니 양성이 맞구나. 



남편에게 어떻게 말할까 고민했는데, 새벽 6시이길래.. 

여분의 카드에 남편의 할일 목록이라고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빨래하기 / 저녁하기 / 재활용 버리기 / ..... / 아기 침대 조립하기.


아직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워서 이것 좀 보라고 카드를 들이미니

눈을 비비며 어두운 침실에서 읽다가.. 어??? 하면서 화들짝 놀래주었다. 히히. 


결혼 또는 아이에 대한 생각 없이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어서 참 감사하다. 



늘 메이저에서 살짝 어긋나 있던 내가, 대다수의 사람들의 결혼, 임신의 큰 흐름을 함께하는 것이 참 낯설다.

위의 문장도 난다님의 어쿠스틱 라이프를 보며 참 와닿았던 내용이었는데 (정확히 기억안나므로 대충 내용만)

아래의 책에서 읽은, 

"어렵고도 흔한 임신" 이라는 문구도 정말 깊게 와닿았다. 정말 흔한데 참 어려운 임신이다. 





두 줄이 뜨는 것만 오매불망 기대했었는데, 

막상 두 줄이 뜨고나니 그 다음엔 조기 유산에 대한 걱정이 이어지고, 

그 이후에는 유전적 결함에 대한 걱정이 이루어졌다.

임신 6주 정도까지는 아는게 병이라고, 염색체 이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떨치기 어려웠는데


아 조기유산과 염색체이상에 관한 한, 

나는 할 수있는게 없다 - 그저 운명에 맡기고 기다릴 뿐이다 - 라고 한발자국 물러서니 한결 여유로와지고 편안해졌다. 


이제 11주차. 

2주만 더 있으면 first trimester 이 끝나는구나. 


그 다음에는 인터네셔널 학생에 대한 출산휴가 규정이 없는... 학교에 있기에 과랑 출산휴가 네고하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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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5주 6일차  (0) 2017.12.20
Posted by 민들레_ :


박사학위라는게 일반적으로 익숙한 1-2년 과정의 대학원과는 다른게, 

또는 4년 과정의 의과나 법과 대학원과도 다른게.. 

박사학위는 정해진 졸업이 없다. 성과에 따라 잘하면 빨리 졸업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그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무 잘하면 발목 잡혀서 졸업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은 너무 잘했는데 운이 나빠서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은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교수와 상성이 안맞으면 또 헬게이트가 열린다. 


학위 기간이 미정인데다가 

"이정도면 졸업해라" 라고 결정하는 칼자루는 지도교수가 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박사생과 지도교수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인거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애 보다는 증의 퍼센트가 높아진다...) 


내 박사과정은 연대기순으로 요약하자면, 

2012년에 석박사 통합과정인 대학원에 입학해서,

2013년에 A교수님을 지도교수로 정하고 연구조교로 일을 하다가

2015년에 A교수님이 아카데미아를 뒤로하고 회사에 취직하는 바람에, 

2015년 12월부터 B교수님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2017년 4월 현재, 5학년을 마치고 올 9월부터는 박사 6년차가 된다. 

박사 6년차라고는 해도 실제 지금 실험실에서 내 연구를 한 기간은 1년 4개월정도.. 


지금 B교수님은 4학년에 다시 맨땅부터 시작해야하는 내 상황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해주고 억울해 해주고 

A교수님이 내 펀딩(=내 월급)에 관한 말을 여러번 번복하면서 일이 지저분해지기 시작할때 

나서서 걱정하지말라고 본인이 다 해결한다고 안심시켜주고 그런 분이다. 


성격도 호탕해서 나랑 농담따먹기도 자주하고

신기한 간식 선물받으면 지나가면서 내 책상에 놓고 가주고 

내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때는 차분하게 그 상황에 대해서 브리핑도 해주며

"일단은 너도 관련된 일이니 너도 알아야한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이렇게 대처해서

네가 불이익을 안당하게 ##하자는 결론으로 이끌어나가겠다" 

이렇게 해주는, 아 쓰면서도 보니 정말 둘도 없을 배려넘치는 지도교수다. 


그런데 이것도 내가 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지 ㅋㅋㅋㅋ 

아무리 내가 부처님 예수님과 일해도 내가 힘들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만성피로로 늘 미열과 충혈된 눈으로 살다가 보면


"열심히 해서 논문 하나 더 내야지, 그래야 너한테 좋다. 

그리고 이번에 결과 발표하면 과에서 너보구 1년안에 졸업하라고 할텐데

그거 1년 연장해서 7학년 꽉 채우고 졸업하면서 논문 하나 더 내는게

네 장래에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내가 과에다가 너 1년 더 있게 해달라고 사정하겠다"


이런 교수님의 말이 참 쓰게 다가올때가 있다


저 말이 틀린건 하나도 없는데

1년 더 실험하는게 논문으로 나오려면 논문까지 내가 다 써야하는데 

1년 안에 그건 비현실적인거 같고


나름 일주일에 50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더 해야해 더, 더 열심히 해야해! 

대학원생은 일주일에 60시간정도 일하는게 적당한거 같애" 

이런 말씀을 하시는거도 맥빠질때가 있고


알고보니 우리 실험실의 4명의 박사생 중에서 

나에게만 이렇게 (애정어린?) 채찍질을 하는 걸 알았을 때  

'아 내게 거는 기대가 크구나, 이 기대에 보답해야겠다'가 아니라

' 아 진짜.. 쟤는 맨날 조퇴하는데 왜 나한테만 그래!!' 가 먼저 떠오르는거다. ㅠㅠ


사실 전자의 반응은.. 나중에 내가 유명해져서 지도교수를 떠올리며 어디 인터뷰에서나 하는 말이지, 

진짜로 맘 속 첫 반응이 저런식이라면..

글쎄....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ㅋㅋㅋㅋ 


내일 모레 커미티 미팅*이 있어서 지난주에 80시간정도 일하고, 

주말내내 일하고, 이번주도 매일 아침에 눈뜨자마자부터 자기 전까지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분석하고 현미경 사진 다듬고 피피티 만들고, 

오늘 지도교수님이랑 만나서 결과토론을 한바탕 했다. 

(*커미티 미팅: 박사생들이 무책임한 지도교수를 만나서 허송세월하거나 않도록, 

박사생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교수를 3-4명정도 정해서 

지도교수 외의 교수들에게 졸업 프로젝트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모임.

지도교수가 성격파탄이거나, 박사생을 방치하거나, 그릇된 방향으로 플젝을

자꾸 몰아가는 경우에 이 커미티의 교수들이 제재를 가할 수 있음)


어 그런데 결과 토론 후에,  

커미티 미팅 끝나는 목요일 오후부터 할 일과

그 담날인 금요일날 해야하는 일과

오는 주말 안에 이거이거 분석 좀 다 해야겠다며 일을 막 던지시는게 아닌가.  


아 교수님 나 죽겠소!

근데 또 보니 진짜 나한테만 그래!

왜 다른 애들은 커미티 끝나고 좀 쉬게 해주는데 

나한테 이렇게 빡시게!! 돌리는 것이오!!!!!!!!!! 

여름에 학생도 하나 맡으라 하고!!

조교도 하라하고!! 실험은 이 속도 그대로 가라고 하고!!


일을 많이 하는건 괜찮은데

이게 내가 동기부여가 되어서 일을 많이하는거랑

' 아 이거까지만 죽도록 달리고 한숨 돌려야지' 하는 찰나에

목구녕까지 차오르게 일을 주고 몇일 간격으로 재촉받으며

일을 많이 하는건.. 

내 멘탈의 상태가 너무 다르다 


그래, 잘 하려면 열심히 해야지.

근데 얼마나 열심히 해야돼?

최선을 다하라고?

최선을 다하는 거 좋다, 근데 내 삶이 망가지면서까지 최선을 다하는건

정말 어리석고 바보같은 짓인거. 

어디서부턴가는 나의 존엄성을 위해서 선을 그어야 하는거 같다. 


그리고 내가 초인적인 일정으로 일을 많이 하고 데이터를 많이 생산해내면

그게 어떤 괴로움을 동반해서 나오는 건지 남들은 알수가 없다. 

본인이 괴로웠던게 아니니 옆에서 보기엔 결과가 운이 좋아 쉽게 쉽게 나오는 걸로 보이고

쉽게 쉽게 나오는 거 같아보이니

쉽게 쉽게 요구하는거 같다.. 


실험에 들이는 시간/노력과 연구의 진도는 얼추 비례하며 증가하다가 

결국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비범한 연구의 생산성은, 

내 속을 갉아먹고 내 삶을 희생하는 댓가로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받는거...


학교 내에서는 숭고한 과학을 위해서는 그럴수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는데

그 분위기는 고용주(학교/지도교수)들에게 용이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런 압박 속에서 "더, 더, 더"를 요구받다가 그게 내재화되어서

스스로 그렇게 삶을 희생하며 살아야만 과학자가 될 수있다고 뿌리깊게 믿기 시작하는 거같다. 


휴식도 없고, 나를 위한 시간도, 사회적 관계를 위한 시간도 여유도 부족하여

점점 더 "일이라도 더 하자"로 이어지는 악순환. 


이 악순환에 끌려들어가는 사람들을 계속 봐오고 

의식적으로 경계하고 각오하면서 대학원을 들어왔는데도 

나 또한 교수님의 요구를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심리적 압박에 못이겨 

악마와의 거래에 손을 대려는걸 보고 식겁했다. 


교수님은 교수님의 입장에서 일을 많이 줘도 해내는 학생이면,

당연히 더 일을 주고싶고 계속 이렇게 일을 하기를 기대하겠지.


그래도 무리인건 무리야. 교수님 저도 좀 살아야겠어요. 

주말에 하루는 쉬어야겠어요. 어차피 내가 힘든건 온전히 내 몫이잖아! ㅠㅠ 



Posted by 민들레_ :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가벼운 로맨틱 코메디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나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진리(이 경우에는 음악적 경지)를 연구하고 그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기위해 계속 노력하는 삶.

과거, 짧은 몇주간의 기간이었지만 이전과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에 살았던 때가 있었다.
같은 일상일지언정 전혀 다른 삶이었지.

진리를 추구하는 동력이 일상화가 되면 계속 그 '다른 세상'에 머물러 있게 되는걸까?

변화하고픈 내가 있는데 동시에 변화하기위한 행동에는 한없이 게으른 나도 있다.

결론으로 오늘 저녁은 맥주 두병에 후렌치후라이.
Posted by 민들레_ :

사사와 연애하며 함께 알고 지내던 여러해 동안, 나는 계속 소파 사는 것을 미루어 왔었다. 


예전에 혼자 스튜디오 (원룸)에 살다가 이사 나오면서 소파를 처분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는, 어차피 바닥 생활에 익숙하니 나는 필요 없다고 하고 남편도 맨하탄의 작은 아파트 안에서 소파가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지 등에 동의해서 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소파에 기대어 누워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같이 드라마 보는 그 재미가 아쉬워 지던 그때... 

근처 이웃이 쓴 흔적이 거의 없는 소파를 판다고 하여 냉큼 거실의 수치를 재보고 소파를 구경하러 갔었다. 


더블베드(퀸사이즈)로 변신 가능한 소파. 더더욱 사야겠다는 마음에 불이 지펴지고...


소파를 보고 난 뒤 우리의 결정을 궁금해하는 주인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거실 수치를 확인하고, 짧은 토론 후에 사겠다고 소파 주인에게 이메일을 쐈다. 

좀 깎아달라고 네고를 했어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이메일 보낸 후 몇 분 차이로 다른 두 가정에서 소파를 사고 싶다고 했다고... 깎아달라 했음 못샀을 뻔했다. ㅎㅎ 

별거 아닌데 최종 득템자가 되니 왠지 승리한 뿌듯함. 크크 


주말이 되어 소파를 집에 가져온 뒤, 사사가 야심차게 소파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사사는 아버지가 숙련공이었어서 그런지, 공구에 대한 로망이 있다. 평소 자신에게 쓰는 돈은 늘 "필요"나 "먹는 것"에 국한되어 있던 남편이 어느날 충동구매로 큰 돈을 썼다며 이야기했을 때 대체 뭘 샀을까 궁금했는데, 홈디포에서 전문가급 전동공구 세트를 산 것.. 세일이었다고 강조했지만 그래도 수 백불대.. 


그 귀한(?) 몸값이 비로소 빛나는 순간이 왔다. 

전동 드릴과 드라이버, 여러박스의 드라이버 비츠 (driver bits)를 꺼내서 사방팔방에 나사를 늘어놓고 사사는 열심열심 모드. 

사실 나는 금요일 저녁이라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 때문에... 

방 구석에서 간간히 "우와~ 대박,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 등 응원을 보내며 딴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소파의 부분들을 사사가 나사로 고정시킬 때까지 땅에 닿지않게 들고 있는 역할을 하며 (다음날 등에 알배김..) 돕다 보니 거진 윗 파트가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으니... 


소파의 앉는 부분과 팔걸이를 고정하는 나사 중의 하나가 헛돌기 시작한 것! 소파의 앉는 부분으로 나사가 나와서 팔걸이 부분에 있는 고정된 쇠구멍에 맞물려 들어가야 하는데, 쇠구멍 중의 하나가 고정되지 않고 나사를 돌리면 같이 돌고 있었다. 남편이 힘으로 밀어 붙였더니 설상가상 나사는 빠지지도 않고 더 들어가지도 않는 상태로 끼어버렸다. 애써 펜치로 빼도, 망치로 두들겨도 꼼짝도 않는 상태. 


남편이 씨름하는 동안 방 구석에서 유유자적하게 응원하며 구경하던 나는 슬쩍 보고는 사태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간단하게 구글링을 해봤다. 줄자로 나사를 잘라낼 수 있다기에... 까짓꺼 "나사 끼인거 잘라내고 드릴 있으니 양 옆으로 구멍 더 내서 나사 박아서 소파 연결하면 되겠네~ 우리 이거 되팔꺼 아니잖아~" 라고 했다. 


난관에 부딪혀서인지 말이 급 없어진 남편 기분전환 시켜줄 겸, 공구점이 닫기 전에 나사 사러 다녀오자고 이끌고 나섰다. 공구점에서 맞는 사이즈 나사를 같이 고르고, 팔걸이 부분에 구멍내어 박을 나사와 맞물릴 쇠구멍도 골라서 구매 후 집으로 돌아왔다. 


줄톱으로 자르니 나사는 금방 잘렸고, 드릴로 구멍을 두개 내어 나사가 맞물릴 쇠구멍을 끼워 넣고.. 새로 산 나사로 소파 두 부분을 연결! 나사 1개 자리에 2개를 박았으니 더 튼튼해진 소파 완성~ 


가운데가 줄톱으로 잘라낸 낑긴 나사다. 위 아래가 새로 구멍을 내어 끼워넣은 쇠구멍.


마무리 작업을 하는 사사씨






프라이데이 나잇의 감성으로 '닐리리야 맘보' 상태였던 나는 소파가 완성되었으니 그 위에 드러누우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는데.. 남편이 "네 덕분에 살았어, 너 아님 난 못했을꺼야" 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사가 겉돌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낑겨서 빼지도 못하고 있을 때 본인은 패닉모드로 들어갔다고.. 몇백불 주고 소파를 샀는데 그걸 내가 망쳤어! 몇백불을 버리게 생겼어! 라고 공황상태에 빠져있는데 (그래서 말이 없던 거였다)


내가 대안을 제시하고, 자기 손을 이끌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주었다고... 네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어부지리로 뜻하지 않게 내조함....  


ㅋㅋㅋㅋㅋ 나는 내가 손 안대고도 소파가 만들어져서 좋았는데 ㅋㅋㅋ 


이게 바로 부부의 팀워크구나!

우리 둘 사이의 연대감이 한 단계 상승한 날!! 


이 소파는 아주 잘 쓰이고 있다. 

소파 위에서 컴퓨터도 하고, 티비도 보고, 가계부도 쓰고~ 소파 있으니 넘 편하다!!


Posted by 민들레_ :
어느새 날짜가 또 훌쩍 지나갔다. 

2016년의 6월이라니 - 올 한해가 반올려서 반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 속도로 시간이 지나간다.


주중에는 도저히 집에와서 컴퓨터를 할 시간이 안나서

주말마다 블로그 업데이트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노력이 결실을 잘 맺질 못하고 있다.. ㅜㅠ


지난 주말, memorial day weekend에는 차를 빌려 필라델피아 - 버지니아 - 워싱턴 디씨 주말여행을 다녀왔는데, 곧 1탄, 2탄으로 나눠서 올리려고 한다. 후후. 

그리고 드디어 이번 주말에는 토요일 약속도 안잡고 일부러 블로그 업뎃하려고 비워두고, 남편도 쫓아냈다! 

(결혼하고 더 느끼는건데, 남편이 집에 있으면 내가 혼자 뭘 하기가 여의치가 않다. 다른 분들도 이러세요? 티비를 보거나 요리를 하거나 "같이"하는 것들을 주로 하게 되고, 나 혼자 책을 읽거나 하는건 왠지 덜하게 되더라고요.. )


오랫만의 컴백이니 일단 시작은 천천히 - 

그동안 기억에 남기고 싶었던, 먹었던 것들. 


1. 서울대학교 초코렛 

학교에서 유대인 계열의 동료가 "서울대학교 알아?" 라고 묻길래, 당연히 안다고 했더니 자기가 실험을 도와줬던 한국인이 자기에게 줬다며 같이 나눠먹자고 초코렛을 건넸다. 

서울대학교랑 초코렛이 뭔 상관이지? 했더니.. 


서울대학교에서 ㅋㅋㅋㅋㅋ 초코렛을 만들다니 ㅋㅋㅋㅋㅋㅋ

얘는 대체 어쩌다가 뉴욕까지 왔는가 -

마카다미아가 들어있었는데 생각외로 맛이 있었다! 

기념품이 으레 그렇듯, 느끼한 팜오일 가득한 초코렛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크림이 들어간 초코렛 맛이라서 놀람.




2. 맨하탄의 독일 정육점, Schaller & Weber 


체코에서 온 친구와 고기 이야기를 하다가 할렘 근처에 좋은 정육점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편이 늘 미국 소세지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하던게 기억나서 (나의 제한된 주관적인 경험담: 독일어권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미국의 소세지와 맥주가 시원찮다고 한다) 정보를 받아서 보니 Upper east에 위치한 독일 정육점이었다. 좀 더 알아보니 - 맨하탄 내의 크고 작은 모든 비어하우스에 거의 독점 공급을 하고 있었고, 뉴저지, 버지니아 디씨 멀게는 서부까지 공급을 하는 어마어마한 정육점이었다! 그러니 맨하탄의 어디 독일/오스트리아 음식점을 가더라도 실상은 같은 소세지를 먹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맨하탄 독일 식당끼리 소세지 맛 비교하지 말자. ㅎㅎ 


www.schallerweber.com 납품하는 맨하탄의 레스토랑들



사사가 사랑하는 Stiegl슈티글 (짤츠부르크 소재, 오스트리아 최대의 맥주회사)도 팔길래 냉큼 두어병 사와서 

Frankfruter를 삶아, 매콤한 겨자와 함께 냠냠. 크으- 가격 생각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아주 좋다. 대 만족!



새삼스레 Schaller & Weber을 우연찮게 마주치고 그 위엄을 다시 느낀 곳은, 맨하탄의 거리 축제였다.

옷 반품하러 마실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길거리의 축제. 

날이 좋아지는 봄/여름 즈음에 주말이면 맨하탄 곳곳에서 아래의 사진과 같이 경찰의 교통 통제 아래 노점상들이 늘어서며 길거리의 흥이 오른다. 




사사와 함께 사람들을 헤치며 양 옆의 부스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독일 소세지를 판다는 German bratwurst 스탠드를 보고 사사가 Frankfruter한개를 사왔다. 받은 프랑크푸르터 위에 부스에 비치된 머스타드 소스를 뿌리려던 찰나, 머스타드 소스 병에 "Schaller & Weber"이 찍혀있는게 아닌가...... 


그 뒤를 보니 그릴에 올리기 위해 꺼내는 소세지들이 Schaller Weber 마크가 찍힌 박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 정육점은 대체 뭐지.. 독일 소세지계의 마피아인가...





직접 맛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Schaller & Weber 공급 레스토랑 목록:

http://www.schallerweber.com/find-buy/restaurants/


집에서 맘껏 해먹어버리겠다 하는 분들을 위해..


Schaller & Weber 공급 슈퍼마켓 목록:

http://www.schallerweber.com/find-buy/stores-retailers/

뉴욕에서는 Fairway Market 전 매장에 납품된다고 하네요. 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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