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던 간절기 자켓을 어제 드디어 사서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에 입고있는데
"오늘 30도 까지 올라가, 자켓 필요없어~" 라는 남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입은채로 돌아다니니까
자정에도 섭씨 24도라고 핸드폰으로 재차 확인 시켜준다...

내 맘을 그대는 모르지이~


Posted by 민들레_ :

우리 학과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Student Seminar을 한다. 

금요일 점심시간에 이루어지는 이 학생세미나는 과에서 주도하고 학생들이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 자리이다. 

학생들이 발표를 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면서, 피드백을 받아 발표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리. 


학생들이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이면서 (출석체크를 한다!)

과에서는 학생들의 참석률을 돕기 위해 점심을 주문해주곤 했다. 


4년 전, 처음 1학년으로서 이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에는 

다양한 메뉴 중에 고급음식인 스시가 종종 주문되어 있기도 했고,

2, 3학년 때에는 스시가 빠진 중국음식/샌드위치/화덕구이피자/미국피자 중의 옵션 중에서 오더니

4학년 후반이 되자 메뉴가 샌드위치로 고정이 되었고.. 

지난 주.. "점심 주문을 중지하겠다" 라는 과의 이메일이 왔다.


우리 세미나(12시 시작)의 전 시간대(10시-12시)에, 같은 세미나실에서 수업이 있는데

우리 세미나의 사람들이 그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었다는 신고가 있었다고. 


대체 누가 그런 무개념한 행동을 했나!!! 하며 슬퍼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전 시간대의 학생 하나가 뒤에 세팅이 되는 샌드위치들을 보더니 세미나 하러 온 아이들에게 "나도 이거 먹어도 돼?" 라고 물었다가... 세미나 학생들이 "아니 이거 세미나 하는 사람들 먹으라고 준비된거야" 라는 대답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수업시간에 늘 방해가 되었다며, 과에 강력히 항의 하겠다고.


상황을 정리하고 보니 음식을 배달해주는 분이 

전 수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회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가서 음식을 세팅하고 나왔던 것이고,

그 것 때문에 수업을 하던 사람들은 방해를 받았던 것. 


세미나를 하던 우리들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채 점심을 빼앗기고 말았다 ㅠㅠ 


이렇게 억울한(?) 상황이 되자, 안그래도 음식의 종류가 점점 박해지던 상황에 불만이 있었던 학생들은, 

'차라리 잘됐다!!! 됐다그래!! 내가 내일 체코 디저트 갖고올게, 그거 같이 먹자!!" 라는 동기의 이메일을 시작으로 

"나는 라따뚜이 만들어올게 / 나는 스패니시 오믈렛 만들어 올게 / 나는 음료수 가져올게 / 나는 와인 가져올게..." 등등의 이메일들을 꼬리에 꼬리를 이어 돌리기 시작했다. 


팟럭 파티 분위기가 되어 나도 들떠서 마늘빵을 구웠다. 


버터, 올리브유, 생파슬리, 잘게 자른 페퍼로니와 섞은, 오븐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Garlic knot

그러나 빵 반죽을 만드려는데 하얀 밀가루가 떨어져서 통밀가루를 섞었더니 

빵이 부풀질 않아 딱딱해졌다는 ㅠㅠㅠ 슬픔...

학생들이 가져온 각종 음료와 주류.

주스파, 와인파, 맥주파, 탄산음료파가 다양하게 골라 잡을 수 있는 드링크바~

세미나실에서, 음식을 가져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학생들

오른쪽의 책장 뒤에 뒷문이 있는데, 문 밖으로까지 줄을 서있다. 

음식이 동나기 전에 한장 찍으려 했는데....

너무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져서 찍을 새가 없었다..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자면: 

닭 구이, 닭튀김, 라따뚜이, 체코의 디저트빵, 두툼하고 감자가 들었던 스패니시 오믈렛,

4가지 맛의 감자칩, 쿠스쿠스 샐러드, 퀴노아 샐러드, 두가지 컵케익, 6종류의 쿠키..


심하게 영양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나의 음식 선택 ㅋㅋ


이 모든 음식들이 자발적으로 준비된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되는 일부의 학생들이 준비해온 것이었는데,

학기의 마지막 세미나인 다음 주에 

이번 주에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또 다시 팟럭을 준비해온다고 한다. 



ㅎㅎ 과에서 생긴 오해로 인해 무료 점심이 없어졌지만, 

이 상황에서 슬픔을 승화시켜서 

즐겁고도 다채로운 메뉴를 가능케 한 우리 과 학생들~


유쾌한 결속력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었다 :) 

다음주도 기대하겠어! 

Posted by 민들레_ :

어느날 남편이 "우리 삼겹살 그릴 좀 알아봐줘" 라고 해서

집에서 구워먹을 불판을 찾아 달라는 것인 줄 알았더니,

시아주버님과 몇일 전에 이야기를 하다가 리퀘스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사는 3형제중 둘째인데, 첫째인 시아주버님과 그의 아내인 형님, 그리고 셋째인 도련님(..이라고하니 이상하다 ㅋㅋㅋㅋ 우리끼리는 그냥 이름부르는데) 이렇게가 작년 우리의 한국 결혼식에 참석했었었다. 

그때 결혼식 당일날 이외에는 참 열심히 먹방을 찍으러 다녔었는데... 


진짜 스시를 먹고 싶다고 해서 코스로 나오는 일식 집에서도 먹고 (나도 처음이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를 사서 근처 식당에서 매운탕을 해먹기도 하고

남대문 시장 앞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기도 하고




숯불 화로구이집에서 불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떠나기 전날, 고깃집에 가서 부위별로 고기를 구워먹었다

이렇게 열심히 먹고 먹고 또 먹으러 다녔는데,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시아주버님과 형님이 고기 그릴을 공수할 수 있는지 남편에게 물어본 것이다. 


이 두분이 한국에서 여러 먹방을 찍으며 인상깊었던 점이

1) 부엌용 가위를 쓰는 것과

2) 식탁 안에 일체형으로 고기 그릴을 짜맞춘 것! 


(닭갈비집에서 당면사리와 고기를 잘라주는데 음식을 가위로 자르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두 분이 엄청나게 즐거워하며 사진도 찍었었다.. )


그리고 고기 그릴에 대해서는 그렇게 감명받은줄 몰랐었는데, 그게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오스트리아에 본인들의 캠핑카의 식탁에 구멍을 내어서 한국식 바베큐 그릴을 넣고 싶으시다고..


아예 숯불그릴이 들어가있는 식탁을 통째로 사서 보내드려야 하는 것인가.. 하고 동공지진을 하며 찾아보니 

의외로 업소용으로 그릴만 파는 곳이 많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이 비싸지는 않았다.

저렴한 것은 4만원대에서 대략 20만원 중반대까지의 가격대. 


용어들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블로그 http://m.blog.naver.com/bean1525/

제일 어려웠던 점은.. 

이런 업소용 그릴을 찾는 분들은 

그 분야 전문가라서 그런지..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 ㅠㅠ 


대체 착화는 무슨 뜻이고

로스타는 그냥 그릴과 뭐가 다른건지..

상향식 하향식은 뭐가 상향하향이라는건지.


이동식 식탁에 넣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제일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요로케 정리를 할 수 있었다. 



피어나 로스타 www.grill21.com에서 사진들을 주로 가져왔습니다

Kohlebecken 은 화로를 직역한 것인데.. 나의 제한적인 지식으로는 

화로구이와 가스구이의 큰 차이점이 철사망에 고기를 구울수 있는지, 없는지인 것 같아서 그걸 강조했다. 


무연착화식은 (No Smoke)은 전기가 220볼트가 필요하다고 일부 사이트에 쓰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전기로 작동하여 연기를 흡입하는 모터가 달려있는 듯 하다. 


아직도 숯불가스와 화로가스의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다.. ㅠㅠ 둘다 가스로 불을 시작해서 숯으로 불을 유지하는 시스템 같은데.. (보기에도 비슷해보이고) 


아주버님 내외가 이걸 보고 어떤게 좋겠다~ 카테고리를 정하고 나면 더 깊게 들어가서 주방용품 회사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오스트리아의 어느 작은 관광마을에서 캠핑카 옆에서 한국식 삼겹살을 굽고 있을 사사의 가족들을 상상하면ㅋㅋ 없는 시간 쪼개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크크 이게 바로 문화 홍보대사 아니겠는가! 


그리고 날 좋을 계절에 놀러가게 되면 수시로 밖에서 고기 구워먹을 생각하니 기분이 업~ 업~~ 



Posted by 민들레_ :

한달 만의 포스트 - 

스크롤 주의하세요! 구구절절 텍스트가 많아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향해 공부하는 학생은 자신의 지도교수 이외에도 2-3명의 교수님을 모아 Committee meeting을 형성한다. 이 분들은 학생을 위한 안전망이 되어 주시는 분들이다. 


예를 들어, 모든 교수님들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 지도 교수님이 너무 바빠서 학생을 챙기지 않거나 학생의 프로젝트를 외면할 때

- 지도교수가 학생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 안에서 해야할 잡다한 업무들을 시키거나 

- 지나치게 성과위주로 몰아가서 학생이 할 수 없는 일을 무리하게 시킬때

- 학생과 사이가 안 좋아져서 교수가 학생과의 소통을 거부할때

-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데 지도교수가 고집을 부리며 학생에게 산으로 가기를 강요할 때 등등..

지도교수-학생도 사람 사이의 관계인지라, 다양한 성향의 학생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성향의 교수님들이 있기 때문에 그 중에는 서로 극과 극이 만나서 불꽃 튀는 관계도 있고 서로 요철마냥 성격이 딱 들어맞아 죽이 잘맞아 졸업 후에도 친하게 지내는 관계도 있다. 


박사학위를 하면 4-5년간은 지도교수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내게 되는데, 지도교수가 학생에게 끼치는 영향이 워낙 막강한지라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학생이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있는 사람들이 커미티에 소속된 교수님들이다. 부당한 일이 있을 경우 제일 먼저 가서 말을 꺼내 상담하기 좋은 교수들이 커미티 멤버들이고, 내 프로젝트가 교수의 고집으로 인해 산으로 간다면 커미티 교수님들이 지도교수에게 교수 대 교수로서 방법이나 방향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 이 경우, 동료교수의 의견을, 더군다나 2-3명의 동료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을 맞닥뜨리면 지도교수도 접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또, 커미티의 큰 순 기능으로는

지도교수와 학생이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제 3자로서, 과학자로서 심도깊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다. 


나도 랩을 바꾸기 전부터 이런 커미티 미팅이 있었고, 원래의 G 지도교수님이 샌프란시스코로 떠난 뒤  A 지도교수님의 학생으로 바뀌게 된 뒤로는 커미티 미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프로젝트가 새로 바뀌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러이러한 것을 이러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보고 있다"라고 말을 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기 떄문에. 


긴 서두를 잘라먹고, 드디어 지난 4월 22일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게 된 후 첫 커미티 미팅을 하게 되었다.

새 랩에서 시작한지 5개월째 - 실질적으로 적응기와 등등을 빼자면 3.5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했던 것 치고는 흥미로운 실험결과들을 많이 뽑아냈기 때문에 지도교수님도 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커미티 미팅에 들어갔다. 


간식으로 커피와, 코스타리카에서 온 파인애플과 오스트리아에서 온 쿠키를 마련해놓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랑스럽게 나의 결과들을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교수님들의 표정이 영 흥겹지가 않다. 

전혀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았떤 서브 실험에서 교수님들이 눈을 떼지를 못하고.. 


결국 일반적으로는 2시간 내에 쌈싸먹고도 남을 커미티 미팅인데 내 미팅은 3시간을 거의 채웠고 (우리 뒤에 회의실 쓰는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원래는 지도교수님과 커미티 미팅 후에 함께 맥주나 한 잔 하며 그간의 수고를 축하하기로 했었는데 

 미팅 끝나고 교수실에서 2시간 넘게 커미티미팅의 실패를 분석하고 코멘트를 들었다. 아 정말 멘붕. 


커미티 멤버 교수님들의 요지는 4학년에 새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 빠르고 쉬운 프로젝트를 해야하지않겠냐, 라는 뉘앙스였는데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는 너무 광대한 꿈을 꾸는, 그러면서도 성공여부가 애매한 실험들이라 많은 우려를 받은 것.. 


지난 4개월간 주말에도 랩에 들어가며 바쁘고 바쁘게 달렸던 나로서는 맥이 좀 풀리더라. 

아니, 맥이 풀렸다기 보다는.. 

배우는 학생으로서 부족한 점이 있는게 당연하고, 발전할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너무 많은 지적을 한번에 받고 그 다음에 교수님과 2시간동안 커미티 미팅에서 우리가 부족했던 점을 듣고 있자니 머리와 마음에 과부하가 왔던 것 같다. 그래서 뇌가 정지된..? 그냥 멍한 느낌. 


(아이 키울 때 기억해야겠다. 혼나는거도 가끔 한 두개 혼나야지,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혼나면 왜 혼나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다 싫은 마음만 올라온다!!) 


지도교수님이 퇴근을 해야해서 분석의 시간은 끝이 나고 (5시 반정도) 

나는 비틀비틀거리며 가방을 싸서 학교를 나오며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남편, 커몬.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맨하탄 다운타운에서 만나서, 

가본적 없던 고양이 카페에 무작정 찾아갔다. Manhattan 의 Little Lions.


이 곳은 가게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곳에 들어가서 먼저 음료/음식을 주문하고 고양이 카페 입장료($11/1hr)를 지불한다. 그리고나서 음료/음식을 받아 들고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 차를 시켜서 들어가니 푹신한 소파들이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그 푹신한 소파 위에서 세상 초탈한 편안한 자세로 늘어져 자고 있는 고양이. 


그 모습을 보니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게 느껴지더라. 

그래도 힘이 없어서 ㄱ자의 소파의 구석에서 추욱 늘어져 다른 사람들이 고양이들과 노는 것들을 멍하니 구경하며 간간히 남편에게 꿍얼꿍얼 거리며 한 시간을 보냈다. 



소파 뒤에 성이 있었다! 두마리 다 자고 있어서 미처 몰랐었음.. 성 탑의 아가 고양이가 구출을 기다리는 공주님 같아서 빵 터짐


동물 테라피가 괜히 있는게 아니더라.. 앞으로도 답답함이 차올라 어쩔 줄 모를때 한번씩 가야겠다. 고양이랑 놀지 않아도, 

그냥 이 생명들이 호기심있게 놀거나 평화롭게 자는 모습만 봐도 위로가 되더라. 


고양이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나온 뒤, 이제 정신을 조금씩 차리던 나는 이제 하소연 타임이 와서.. 

남편을 이끌고 야외 테라스가 있는 다이너에 무작정 앉아서 음식을 주문 (이때 밤 9시 정도 ㅋㅋ) 하였고..

내 하소연의 전조를 듣던 남편은 맥주를 주문한다... ㅋㅋ


그러나 남자친구 남편 등등과 생활해 본 분들은 아시듯이,

남자는 자꾸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경향이 있어서, 남편은 자꾸 나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다음 번에는 ~하게 고칠 것을 권유하거나 내가 과학하는 태도에 대해 조언을 해주려했다. 아 근데 그게 아니라고 이 남자야. 하소연하다가 고구마를 먹는 기분.



그 다음날, 맘이 아주 잘통하는 친구를 브런치로 만났다. 저 케익 기억나시죵? ㅎㅎ 

이 친구가 저 카페에 가보고 싶다 해서, 케익을 시켜놓고 샌드위치를 시켜놓고 (웨이터가 고기를 좋아하면 이거 시키라더니.. 얇은 베이컨이 아니라 웬 훈제 삼겹살이 끼워져서 옴) 한참~~ 수다를 떨었다. 

이 친구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하고, 벤처를 할까 고민 중인 친구인데 나의 상황과 이야기하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새 프로젝트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비슷하더라. 그래서 더더욱 내가 이해받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고마워 베이비. 

박사 학위하면서 숱하게 많이 드는 고민 - "나는 과연 충분히 해낼 수있을 것인가?" 


해도해도 끝이 없고

그냥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해서 되는거라면 할텐데 (뜨게질처럼)

이 학위 과정에서 나는 노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몸으로 때우는 노력으로는 부족하고, 머리의 한계도 정말 자주 느끼고. 근데 머리의 한계는 내가 노력한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커미티 중에 교수님들끼리 오갔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는 분명 그 말을 듣고 있었으면서도 그 이야기의 의미를 전혀 못알아 들었다. 나중에 지도교수님이 해석해줘서 알게 됨.. 

평소에 나는 교수님들도 나같은 사람이지 뭐,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정말 그때의 커미티 미팅에선, 

'와 과학적 사고의 레벨이 정말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하고 경외심이 들더라. 

그리고 과연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도. 

이런 이야기를 알아먹어야 포닥을 할텐데.


이렇게 또 혼자 땅굴을 파며 들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친구가 한마디 한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언니가 못알아 듣는 것은 당연한거고, 중견급인 커미티 교수님들이 언니의 high risk인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그래, 커미티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게 당연하겠지. 




그러나 사람 맘이라는게 이해된다고 풀리는건 아니잖아요?

저녁에 답답함이 다시 올라와서 새우 듬뿍 넣은 고급라면을 한상 차려먹고..



그 다음 날에는 남편과 맨하탄 산책. 

햇살을 받으니 또 마음이 노곤노곤 따뜻따뜻해진다. 

마음이 힘들 때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 햇살의 온기, 생물들의 움직임 - 참 경이롭고 위로가 많이 된다.


날씨가 많이 풀리니 (뉴욕은 4월에도 눈이 왔다) 사람들이 센트럴 파크 잔디밭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연도 날리고 있었다. 

거짓말같이 수채화같은 하늘에 감탄하며 사진을 찰칵 찰칵. 


 남편이 요염하게 찍혔네..


정말 거짓말 같은 하늘!! 

합성한 것 같은 이 느낌 - 비록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공원 내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커미티의 후폭풍은.. 1주일이 지난 지금도 간간히 느끼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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