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11.29 4번째 커미티 마침.
  2. 2017.11.24 새벽 4시 피피티 만드는 자
  3. 2017.11.17 0927 일상이 변하다 _ 두줄

새로운 랩으로 옮긴 후, 그 네번째 커미티 미팅을 오늘 했다. 

기간으로는 새 랩에 조인한지 2년에서 3일 뺀, 나름 기념비적인 시점. 


땡스 기빙 연휴 바로 뒤에 있었기에 연휴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세포 사진 편집하고, 점이 몇개인지 세고, 그래프 만들며 보냈고

입덧으로 인해 먹으면 토하고 (토해서) 슬퍼하다가 또 먹으면 토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남편이 해준 밥을 고맙게 받아 먹고 또 토하고...

점심 도시락. 입덧이란 뭐가 먹힐지 알수없는 도박.


아랫배 생리통처럼 오는게 심해서 (자궁이 커져서 그렇다 한다) 생전 안먹던 타이레놀도 어제 한알 먹고. 


어제 드디어 피피티 흐름을 잡고 

오늘 아침, 발표하기 2시간 전에서야 사람들이 잘 안쓰는 현미경실에 처박혀서 속사포로 구두 연습을 시작.


구석에 처박혀서 중얼중얼 구두 연습중



물론 발표 전날 교수님이 "아 이 세포들도 후딱 IF해서 발표전에 슬쩍 함 봐봐!" 라고 한게 유머. 

발표 전에 미쳐돌아가는거 아시면서 ㅋㅋㅋㅋ 초인적인 효율성으로 아침에 12분만에 4가지 컨디션 현미경 스캔함 ㅋㅋㅋ


매 커미티 미팅때 마다 ' 이건 도저히... 소화하기에 불가능한 양이다... ' 라고 느끼며 

그냥 할 수 있는 만큼까지만 하자고 겸허하게 반쯤 포기한 태도로 발표를 임하게 되는데 

(이건 교수님이 피드백을 발표 직전에 몰아서 주고, 피드백도 엄청 묵직하게 줘서 발표 내용이 훅훅 바뀌는 것도 한 몫 한다)

헐떡헐떡 거리고 잠 못자서 죽을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하긴 하는구나. 


오늘도 무사히 마쳤다. 


교수님 4명을 앉혀놓구 장장 49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설명하는데, 

설명하면서도 이게 지금 너무 중구난방으로 들리진 않을런지, 

내가 제대로 설명은 하고 있는건지, 핵심 지식을 빠뜨리진 않았는지,

교수님들이 흥미롭다고 느끼게 하고있는지 여러 의구심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이미 나는 할만큼 했고, 다시 한다 해도 주어진 조건 내에서는 이 이상은 할 수 없기에... 

(대학원 2년차 분자유전학에서 C+을 받았을 적에도 아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난 재수강해도 이 이상 못받아...)


그저 준비한대로, 욕먹을 각오를 하면서 발표. 


결과적으로는, 나도 놀라울 정도로 호평이었다. 


커미티 미팅이 시작하기 직전에, 그리고 발표 마친 후에 학생은 회의실에서 잠시 나가고 교수님들끼리 closed door discussion을 하는데, 이번에는 제일 연장자격인 교수님이 굳이 안나가도 될거 같다며 뻘쭘하게 나가려는 나를 잡았다. 

"성과가 아주 순탄하네, 이 정도면 9개월 있다가 만나도 되겠어"

 

커미티 미팅의 평가는 이 다음 미팅을 3개월, 6개월 또는 9개월 뒤에 할지로 갈리는데 - 

보통은 6개월이 주기적이고, 통상적으로 3개월은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경우 (=잘 안풀려서 집중적 관심이 필요한 경우), 9개월은 너무 순조로와 굳이 안건드려도 알아서 잘 하기에 집중하라고 시간을 주는 경우에 해당된다. 


허허 집중 관리 대상으로 찍혀서 3개월도 받아본 적 있는 나로서는 9개월을 받고나니... 네..? 


교수님들 진심이에요? 그래도 되겠어요? 두유 트러스트 미?? 




우리 교수님의 전폭적인 관리 아래 받은 좋은 평가라 교수님 덕이 제일 크다. 


그래도 이렇게 잘되고, 9개월 뒤에 보자고 하면 그 사이에 구름이 낳고, 6주에서 12주 출산휴가 받고나서 복귀하자마자 다음 커미티 미팅을 하면 된다는 것. 그럼 큰 공백 없이 복귀할 수 도 있다는 것. 


(출산휴가는 내국인 대학원생에게는 12주이지만 외국인 학생에게는 출산휴가 규정이 없다. 과 또는 담당교수의 재량. 그래서 아직 2주가 될지 6주가 될지 12주가 될지 알수가 없다.. 이에 대한 나의 감정폭발은 또 다른 때에 썰을 풀기로.)


출산휴가 떠나기 전에 주8일 일할 생각으로 일하고 매일 1-2시간씩 엑스트라로 일해야 한다는 교수님 말에 첨에는 욱하고 올라왔지만 

생각해보면 임신 말기 또는 아이 태어나고 정말 시간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미리미리 성과를 쟁여두라는 말씀이라 반박불가였다.

그런데 오늘 9개월 받고나니.. 이러다 진짜 잠깐 출휴 갔다가 바로 돌아와서 또 일할 것 같은 스멜이 폴폴...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해야하나, 좀 쉬고싶은데! 누군 1년 육아휴직도 받는데!' 라고 두시간 정도 억울해 했다. 

그러다 다시 돌이켜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일도 (특히 과학 쪽) 성과를 내려면 내 개인 시간을 쪼개어 일을 충당할 수 밖에 없는 거구나. 

이게 워킹맘이라면 - 아이를 우선시하며 키우고 또 일도 월급 받는만큼 해내려면 -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거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나마 대학원생이라 주중에 아이 챙겨야 하면 아이 챙기고 밤이나 주말에 와서 일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고,

아이 보며 일해야하면 교수님이 자기 오피스에 playpen 갖다놓구 애기 재우며 일해도 된다고 하셨으니, 

직장 환경도 최대한 내가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다. 


한 생각 돌이키니 이게 억울할 일이 아니라, 내가 어차피 넘어야 할 고비를 주변의 지원과 관심을 받으며 넘을 기회더라.


단지 내가 넘어야 할 고비를 교수님이 먼저 지적해줘서 마치 교수님이 시키는 것 같은 착각이었을 뿐. 

(그리고 교수님 본인도 이렇게 헤쳐나가고 계시기에, 더 크게 와 닿는다. 육아와 교수직 양쪽의 책임을 다 하기 위해서 매일 매일 저글링하는게 곁에서 잘 보이기에..)





Posted by 민들레_ :

미국 땡스기빙이라 어제 하루 집에서 쉬었다.


쉬었다고 하고 싶으나... 커미티 미팅이 바로 다음주 화요일이라 어디 가지는 못하고, 집에서 맛난거 해먹었는데 영 먹을때 땡기질 않는다. 어제 밤에 피피티 만들려고 자리잡고 오후 6시부터 앉아있었는데 9시쯤 포기. 헛구역질이 자꾸 나고 그렇다고 헛구역질 가라앉힌다고 뭐 먹기엔 너무 늦은 시각.. 속이 비면 헛구역질이 나오고 뭘 먹으면 입에서 신맛이 가시질 않아서 둘중 덜 힘든걸로 골라야한다 ㅠㅠ 


뒤집어지는 속을 잡고 한 시간쯤 뒤척이다 겨우 잠든 후, 

새벽 4시에 알람에 맞춰 일어났다. 


눈뜨자마자 먹고 싶었던 스팸김치볶음밥을 해먹었는데.... 막상 또 해놓고나서 먹으려니 그저그렇다. (그러나 뒷처리가 아까우므로 꾸역꾸역 먹는 중). 현 시각 4시 40분.. 

원래는 이번주 목금토일 내내 쉬는 주말이지만 커미티 미팅이 코앞인 자에게 그런 사치는 없나니..!!! 오늘 (금) 학교 가서 교수님 만나기로 했으니 으쌰으쌰 슬라이드를 만들어보자. 

Posted by 민들레_ :

9월 26일, 


아침에 일어나서 별 기대없이 임신테스트를 해보았다. 5초 정도 기다렸다가, 흘끗 보았는데 대조선만 뜨기에, 쓰레기통으로 직행.

그날 밤에, 간혹 나중에 보면 두 줄인 경우도 있대서 다시 휴지통을 뒤져 꺼내어보니.. 어라.. 두줄인가?

그간 제 아무리 눈을 찡겨보구 요리조리 살펴도 단호박 한 줄만 봐왔기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미 야심한 시각이라.. 

내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비싼 임테기 (개당 무려 $8..)로 해봐야지 하며 잠들었다.


9월 27일. 


어라... 진짜 임신인가...



디지털의 오류일 수도 있나 싶어서 임테기 분해. 두줄이 떠있는거보니 양성이 맞구나. 



남편에게 어떻게 말할까 고민했는데, 새벽 6시이길래.. 

여분의 카드에 남편의 할일 목록이라고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빨래하기 / 저녁하기 / 재활용 버리기 / ..... / 아기 침대 조립하기.


아직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워서 이것 좀 보라고 카드를 들이미니

눈을 비비며 어두운 침실에서 읽다가.. 어??? 하면서 화들짝 놀래주었다. 히히. 


결혼 또는 아이에 대한 생각 없이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어서 참 감사하다. 



늘 메이저에서 살짝 어긋나 있던 내가, 대다수의 사람들의 결혼, 임신의 큰 흐름을 함께하는 것이 참 낯설다.

위의 문장도 난다님의 어쿠스틱 라이프를 보며 참 와닿았던 내용이었는데 (정확히 기억안나므로 대충 내용만)

아래의 책에서 읽은, 

"어렵고도 흔한 임신" 이라는 문구도 정말 깊게 와닿았다. 정말 흔한데 참 어려운 임신이다. 





두 줄이 뜨는 것만 오매불망 기대했었는데, 

막상 두 줄이 뜨고나니 그 다음엔 조기 유산에 대한 걱정이 이어지고, 

그 이후에는 유전적 결함에 대한 걱정이 이루어졌다.

임신 6주 정도까지는 아는게 병이라고, 염색체 이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떨치기 어려웠는데


아 조기유산과 염색체이상에 관한 한, 

나는 할 수있는게 없다 - 그저 운명에 맡기고 기다릴 뿐이다 - 라고 한발자국 물러서니 한결 여유로와지고 편안해졌다. 


이제 11주차. 

2주만 더 있으면 first trimester 이 끝나는구나. 


그 다음에는 인터네셔널 학생에 대한 출산휴가 규정이 없는... 학교에 있기에 과랑 출산휴가 네고하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 


'baby 오늘의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신 15주 6일차  (0) 2017.12.20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