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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8 [내면탐구] 환상 속의 그대 10

1. 내 친구가 지나가듯 말했다. "언니, 언니는 ~되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 말이 묵직하고 둔하게 나를 강타했다. 

"~해야한다, ~되어야한다"라는 목줄을 내가 나에게 겹겹이 씌워놓고 목줄의 손잡이를 이곳 저곳에 걸쳐놓아, 결국에는 그 어느 한 방향으로도 가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긴장만 하고있는 모습이었다.


2. 내가 되고픈 나는, 매일매일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통해서 몸이 건강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아침에 10분씩이라도 명상을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내 전공에 한해서는 날카롭고 예리하고 스피디한 두뇌가 쌩썡 돌아가는 사람이다. 간식이 있어도 느긋한 마음으로 조금씩 즐기며 먹을 줄 아는.


3. 그러나 나는 간식이 있으면 간식 생각에 일이 안되는 사람일 뿐이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주굉장히매우 힘든 사람이라 아침에 알람이 울리는 6시반 대신 8시즈음 겨우겨우 두 눈도 떠지지 않는 채로 억지로 샤워기 아래에서 물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한때 나는 아침형 인간이었고, 한때 나는 운동을 매일 두시간씩 하며 허벅지가 갈라졌었고, 한때 나는 먹을 것에 초탈하여 맛은 생각치않고 영양에만 충실하게 먹었는데 - 그 모습들이 지금의 내가 아닌데도 여전히 나는 내가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매일 언덕을 달리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던 그 시기는 돌이켜보니 어느덧 5년전이다. 5년전의 내 몸과 지금의 내 몸은 전혀 다른데도, 나는 내가 맘만 먹으면 금세 그때의 운동 강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었다. 지금의 내 근육은 물렁물렁하고 빈약한데도!


4. 또한 지독하고도 치열한 연애의 끝에 인간 사이의 이해관계에 대해 질리도록 고뇌하며 반(半)도인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나는 어느 누구에도, 그 무엇에도 화내거나 짜증내거나 하지 않는, 내 인생 최고의 평안과 즐거움을 맛보았었다. 이것도 그러고보니 5-6년전. 


5. 나는 지금의 내가 5년 전의 나같지 않다고 매일매일 실망을 거듭하며 "그렇게 되어야한다"라고 목줄을 옥죄고 있는 거였다. 지난 30년 내 인생의 전반 중에서 어떤 부분을 잘했던 시기를 회상하며, 지금의 내가 3년전의 살림스킬, 5년전의 운동력, 6년전의 통찰력, 대학교 때의 주량 등등 그 잘했던 점들을 쏙쏙 뽑아낸 최종보스격 집합체가 되지 않은 것에 내 스스로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6. 환상 속의 그대.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고 하는 거긴 한데,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모든 면에서 최고능력치를 찍은 나"가 되려고 하니 이거 참 끝이 없다. 더 위험한 건, '나는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바로 그때처럼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근거없는 자신감에 5시 기상, 명상, 6시부터 한시간 아침운동, 8시 출근, 저녁에는 개인공부, 설거지 등등을 하겠다는 초등학교 4학년의 방학계획표 마냥 빽빽하고도 전설의 해태스러운 일정표를 짜두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하루는 아침에는 찌뿌둥한 몸에 겨우겨우 7시에 일어나, 운동은 커녕 아침 스킵하고 겨우 씻고 랩실 들어가서 8-9시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스트레스에 나도 모르게 과자를 집어먹으며 잠드는 생활이었다. (그나마 저녁 과자는 최근에 끊었다)


7. 유투브 강의 1. 

"이 환상을 버려야한다. 그러면 자기가 자기를 미워할 이유가 없잖아. 자기가 자기를 그 이상에 맞춰 끌어올리려면 엄~~청나게 힘이 들어. 그러니까 자기가 해봤지만, 안되잖아. 그럼 남는게 뭐가 있겠어. 자학하는거지. 근데 그 이상을 버려버리면 어떻게 되니 - 자기가 지금 이렇게 살고있는데 나름 괜찮단말야? 취미 생활도 하고. 지금 있는 현실의 자기 자신을 봐야돼. 안그러면 억지로 자기 이상에 맞춰 끌고가려니 힘들어서, 지금 자기보면, 자기 자신에게 지쳐있잖아."


8. 유투브 강의 2.

"어느정도 현실적으로 달성이 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항상 목표를 초과 달성 할 수 있도록 하면 자기에게 긍정적이 돼. 과도한 목표를 세워놓고 늘 미달을 해가지고 자학을 하지말고."


9.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다 동시에 잡으려는 놀부심보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나날들과 그래서 스스로가 못났다고 타박하는 나날들이었다. 정말 필요이상으로 오랫동안. 이 또한 습관으로 물들어 버려서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초과 달성 가능한 것들부터 해나가며 나의 습관을 이기는 연습을 해봐야지. 연습이니까 단박에 칼같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정말 단순하게. 거창하게 하지말고.


10. 이런 생각들의 연장선상에서 깊게 박혔던 또 다른 문장.

"한 사람의 인생은 다른 누군가가 보고 판단할 수 없다. 그 사람의 인생의 질은 그 본인만 알수 있기 때문에"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