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남편이 "우리 삼겹살 그릴 좀 알아봐줘" 라고 해서

집에서 구워먹을 불판을 찾아 달라는 것인 줄 알았더니,

시아주버님과 몇일 전에 이야기를 하다가 리퀘스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사는 3형제중 둘째인데, 첫째인 시아주버님과 그의 아내인 형님, 그리고 셋째인 도련님(..이라고하니 이상하다 ㅋㅋㅋㅋ 우리끼리는 그냥 이름부르는데) 이렇게가 작년 우리의 한국 결혼식에 참석했었었다. 

그때 결혼식 당일날 이외에는 참 열심히 먹방을 찍으러 다녔었는데... 


진짜 스시를 먹고 싶다고 해서 코스로 나오는 일식 집에서도 먹고 (나도 처음이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를 사서 근처 식당에서 매운탕을 해먹기도 하고

남대문 시장 앞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기도 하고




숯불 화로구이집에서 불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떠나기 전날, 고깃집에 가서 부위별로 고기를 구워먹었다

이렇게 열심히 먹고 먹고 또 먹으러 다녔는데,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시아주버님과 형님이 고기 그릴을 공수할 수 있는지 남편에게 물어본 것이다. 


이 두분이 한국에서 여러 먹방을 찍으며 인상깊었던 점이

1) 부엌용 가위를 쓰는 것과

2) 식탁 안에 일체형으로 고기 그릴을 짜맞춘 것! 


(닭갈비집에서 당면사리와 고기를 잘라주는데 음식을 가위로 자르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두 분이 엄청나게 즐거워하며 사진도 찍었었다.. )


그리고 고기 그릴에 대해서는 그렇게 감명받은줄 몰랐었는데, 그게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오스트리아에 본인들의 캠핑카의 식탁에 구멍을 내어서 한국식 바베큐 그릴을 넣고 싶으시다고..


아예 숯불그릴이 들어가있는 식탁을 통째로 사서 보내드려야 하는 것인가.. 하고 동공지진을 하며 찾아보니 

의외로 업소용으로 그릴만 파는 곳이 많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이 비싸지는 않았다.

저렴한 것은 4만원대에서 대략 20만원 중반대까지의 가격대. 


용어들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블로그 http://m.blog.naver.com/bean1525/

제일 어려웠던 점은.. 

이런 업소용 그릴을 찾는 분들은 

그 분야 전문가라서 그런지..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 ㅠㅠ 


대체 착화는 무슨 뜻이고

로스타는 그냥 그릴과 뭐가 다른건지..

상향식 하향식은 뭐가 상향하향이라는건지.


이동식 식탁에 넣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제일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요로케 정리를 할 수 있었다. 



피어나 로스타 www.grill21.com에서 사진들을 주로 가져왔습니다

Kohlebecken 은 화로를 직역한 것인데.. 나의 제한적인 지식으로는 

화로구이와 가스구이의 큰 차이점이 철사망에 고기를 구울수 있는지, 없는지인 것 같아서 그걸 강조했다. 


무연착화식은 (No Smoke)은 전기가 220볼트가 필요하다고 일부 사이트에 쓰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전기로 작동하여 연기를 흡입하는 모터가 달려있는 듯 하다. 


아직도 숯불가스와 화로가스의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다.. ㅠㅠ 둘다 가스로 불을 시작해서 숯으로 불을 유지하는 시스템 같은데.. (보기에도 비슷해보이고) 


아주버님 내외가 이걸 보고 어떤게 좋겠다~ 카테고리를 정하고 나면 더 깊게 들어가서 주방용품 회사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오스트리아의 어느 작은 관광마을에서 캠핑카 옆에서 한국식 삼겹살을 굽고 있을 사사의 가족들을 상상하면ㅋㅋ 없는 시간 쪼개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크크 이게 바로 문화 홍보대사 아니겠는가! 


그리고 날 좋을 계절에 놀러가게 되면 수시로 밖에서 고기 구워먹을 생각하니 기분이 업~ 업~~ 



Posted by 민들레_ :

부제: 사사의 생일과, 오스트리아 말의 아리송함. 


나이가 들면서.. 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20대 초반에는 내 생일 즈음이 다가오면 한달 전부터 친구들 초대할 거, 어디서 파티할지 계획하느라 바빴었다. 그리고 그 당일날 내 한몸 불살라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호스트 역할을 했었다. (파티호스트 말이다. 직업호스트말고..) 누가 언제 오는지, 뭘 먹으면 좋을지, 채식주의자나 알러지가 있는 친구는 누가 있는지 등등을 체크하며 계획하고는 했었다. 


사사와 갖 데이트를 시작하던 2011년 생일에 내가 양껏 차려입고 여자애들끼리 1차 갔다가 2차부터 남자(사사포함)들도 와서 함께 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뒤로는 내 생일 파티를 한 기억이.. 없다..?


내 생일날에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소소하고 소박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화려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이벤트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기대에 호응해줘야 할 것 같고 그렇게 되었다. ㅎㅎ.. 작년 생일도 내가 뭐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남편 생일은 3년간 뭐했는지 다 기억남..) 


남편 생일은 뭔가 막 챙겨주고 싶다. 

로맨틱하게 내가 뭘 해주며 즐겁게 해주기보다는 - 생일날 하루는 남편이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 수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싶달까. 나의 파티호스트 기질이 이제는 남편의 생일날 남편과 남편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향으로 발휘되고 있다. 


생일 주말의 전야제였던 금요일,

남편이 고른 독일맥주 가게 (Paulaner NYC)에 갔다. 내가 관여하지않고, 사사의 직장동료들이 주로 오는 자리 였기 때문에, 나는 따로 아는 친구 몇명에게 올수있음 맛난거 먹으러와~ 하고 정보 전달을 해놓고, 사사가 초대한 현 직장동료들과 전 직장 동료들이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있는 눈치 없는 눈치를 동원해서 화제를 만들어 대화를 유도하고는 했다. 

이 사람이 지금 관심가질만한건 뭘까? 저 사람은 어떤걸 좋아하나? 

처음 만나는 사람을 관찰하며, 머릿 속으로 추리게임을 하면서 모두가 즐겁게 이야기할 만한 화제들을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는데, 무난히 성공했었기를 바란다 ㅎㅎ 내 노력보다는 맥주의 힘으로 모두 재밌었던 것 같다.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맥주는 사이즈별로 파는 것이 참 신기했었다. 

내가 주로 본 것들은 300미리, 500미리, 1리터 용량이었다. (쾰른 지역에서는 200미리로 주로 판다고 한다) 

각자 이름이 따로 있는데, 

300mL = Seiterl [싸이딸]

500mL = Halbe [호이베]

1mL = Maß [모스] 

이렇게 배워 알고있었고, 오스트리아에 방문할 적마다 쓰곤 했다. 


그러나 내가 이 맥주 집에서 독일웨이터에게 호이베 (500ml)를 주문하자.. 

웨이터는 ???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사사는 빵 터지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잘 써먹던 단어인데 왜그러지? 하고 보니, 

Halbe는 오스트리아에서만 [호이베]라고 하고, 정식 독일어로는 [할배]라고 읽힌단다. 


아 오스트리아 말 정말 혼란스럽다 ㅠㅠ 독일어라고 배우는데 독일에서 쓰지를 못하는 독일어다. 

오스트리아에서만 호이베라고 한다는 사사 말도 못믿겠다... 사사네 지역에서만 쓰는 발음일 수도 있다. 

비엔나가면 못알아 들을지도 ㅠㅠ 


또 다른 일화로는, 

사과파이 종류 중의 하나를 시댁에서 Apfel bunki 라고 구워주시기에, 그 동네에서 사먹을때도, 사사와 이야기할때도 계속 Apfelbunki라고 쓰고 다녔는데,


그 마을에서만 쓰는 단어란다

어쩐지 다른 독일친구들은 못알아듣더라...... 


독일어, 아니 오스트리아어 배우기 갈길이 멀다.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