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와 연애하며 함께 알고 지내던 여러해 동안, 나는 계속 소파 사는 것을 미루어 왔었다. 


예전에 혼자 스튜디오 (원룸)에 살다가 이사 나오면서 소파를 처분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는, 어차피 바닥 생활에 익숙하니 나는 필요 없다고 하고 남편도 맨하탄의 작은 아파트 안에서 소파가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지 등에 동의해서 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소파에 기대어 누워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같이 드라마 보는 그 재미가 아쉬워 지던 그때... 

근처 이웃이 쓴 흔적이 거의 없는 소파를 판다고 하여 냉큼 거실의 수치를 재보고 소파를 구경하러 갔었다. 


더블베드(퀸사이즈)로 변신 가능한 소파. 더더욱 사야겠다는 마음에 불이 지펴지고...


소파를 보고 난 뒤 우리의 결정을 궁금해하는 주인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거실 수치를 확인하고, 짧은 토론 후에 사겠다고 소파 주인에게 이메일을 쐈다. 

좀 깎아달라고 네고를 했어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이메일 보낸 후 몇 분 차이로 다른 두 가정에서 소파를 사고 싶다고 했다고... 깎아달라 했음 못샀을 뻔했다. ㅎㅎ 

별거 아닌데 최종 득템자가 되니 왠지 승리한 뿌듯함. 크크 


주말이 되어 소파를 집에 가져온 뒤, 사사가 야심차게 소파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사사는 아버지가 숙련공이었어서 그런지, 공구에 대한 로망이 있다. 평소 자신에게 쓰는 돈은 늘 "필요"나 "먹는 것"에 국한되어 있던 남편이 어느날 충동구매로 큰 돈을 썼다며 이야기했을 때 대체 뭘 샀을까 궁금했는데, 홈디포에서 전문가급 전동공구 세트를 산 것.. 세일이었다고 강조했지만 그래도 수 백불대.. 


그 귀한(?) 몸값이 비로소 빛나는 순간이 왔다. 

전동 드릴과 드라이버, 여러박스의 드라이버 비츠 (driver bits)를 꺼내서 사방팔방에 나사를 늘어놓고 사사는 열심열심 모드. 

사실 나는 금요일 저녁이라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 때문에... 

방 구석에서 간간히 "우와~ 대박,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 등 응원을 보내며 딴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소파의 부분들을 사사가 나사로 고정시킬 때까지 땅에 닿지않게 들고 있는 역할을 하며 (다음날 등에 알배김..) 돕다 보니 거진 윗 파트가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으니... 


소파의 앉는 부분과 팔걸이를 고정하는 나사 중의 하나가 헛돌기 시작한 것! 소파의 앉는 부분으로 나사가 나와서 팔걸이 부분에 있는 고정된 쇠구멍에 맞물려 들어가야 하는데, 쇠구멍 중의 하나가 고정되지 않고 나사를 돌리면 같이 돌고 있었다. 남편이 힘으로 밀어 붙였더니 설상가상 나사는 빠지지도 않고 더 들어가지도 않는 상태로 끼어버렸다. 애써 펜치로 빼도, 망치로 두들겨도 꼼짝도 않는 상태. 


남편이 씨름하는 동안 방 구석에서 유유자적하게 응원하며 구경하던 나는 슬쩍 보고는 사태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간단하게 구글링을 해봤다. 줄자로 나사를 잘라낼 수 있다기에... 까짓꺼 "나사 끼인거 잘라내고 드릴 있으니 양 옆으로 구멍 더 내서 나사 박아서 소파 연결하면 되겠네~ 우리 이거 되팔꺼 아니잖아~" 라고 했다. 


난관에 부딪혀서인지 말이 급 없어진 남편 기분전환 시켜줄 겸, 공구점이 닫기 전에 나사 사러 다녀오자고 이끌고 나섰다. 공구점에서 맞는 사이즈 나사를 같이 고르고, 팔걸이 부분에 구멍내어 박을 나사와 맞물릴 쇠구멍도 골라서 구매 후 집으로 돌아왔다. 


줄톱으로 자르니 나사는 금방 잘렸고, 드릴로 구멍을 두개 내어 나사가 맞물릴 쇠구멍을 끼워 넣고.. 새로 산 나사로 소파 두 부분을 연결! 나사 1개 자리에 2개를 박았으니 더 튼튼해진 소파 완성~ 


가운데가 줄톱으로 잘라낸 낑긴 나사다. 위 아래가 새로 구멍을 내어 끼워넣은 쇠구멍.


마무리 작업을 하는 사사씨






프라이데이 나잇의 감성으로 '닐리리야 맘보' 상태였던 나는 소파가 완성되었으니 그 위에 드러누우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는데.. 남편이 "네 덕분에 살았어, 너 아님 난 못했을꺼야" 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사가 겉돌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낑겨서 빼지도 못하고 있을 때 본인은 패닉모드로 들어갔다고.. 몇백불 주고 소파를 샀는데 그걸 내가 망쳤어! 몇백불을 버리게 생겼어! 라고 공황상태에 빠져있는데 (그래서 말이 없던 거였다)


내가 대안을 제시하고, 자기 손을 이끌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주었다고... 네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어부지리로 뜻하지 않게 내조함....  


ㅋㅋㅋㅋㅋ 나는 내가 손 안대고도 소파가 만들어져서 좋았는데 ㅋㅋㅋ 


이게 바로 부부의 팀워크구나!

우리 둘 사이의 연대감이 한 단계 상승한 날!! 


이 소파는 아주 잘 쓰이고 있다. 

소파 위에서 컴퓨터도 하고, 티비도 보고, 가계부도 쓰고~ 소파 있으니 넘 편하다!!


Posted by 민들레_ :
어느새 날짜가 또 훌쩍 지나갔다. 

2016년의 6월이라니 - 올 한해가 반올려서 반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 속도로 시간이 지나간다.


주중에는 도저히 집에와서 컴퓨터를 할 시간이 안나서

주말마다 블로그 업데이트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노력이 결실을 잘 맺질 못하고 있다.. ㅜㅠ


지난 주말, memorial day weekend에는 차를 빌려 필라델피아 - 버지니아 - 워싱턴 디씨 주말여행을 다녀왔는데, 곧 1탄, 2탄으로 나눠서 올리려고 한다. 후후. 

그리고 드디어 이번 주말에는 토요일 약속도 안잡고 일부러 블로그 업뎃하려고 비워두고, 남편도 쫓아냈다! 

(결혼하고 더 느끼는건데, 남편이 집에 있으면 내가 혼자 뭘 하기가 여의치가 않다. 다른 분들도 이러세요? 티비를 보거나 요리를 하거나 "같이"하는 것들을 주로 하게 되고, 나 혼자 책을 읽거나 하는건 왠지 덜하게 되더라고요.. )


오랫만의 컴백이니 일단 시작은 천천히 - 

그동안 기억에 남기고 싶었던, 먹었던 것들. 


1. 서울대학교 초코렛 

학교에서 유대인 계열의 동료가 "서울대학교 알아?" 라고 묻길래, 당연히 안다고 했더니 자기가 실험을 도와줬던 한국인이 자기에게 줬다며 같이 나눠먹자고 초코렛을 건넸다. 

서울대학교랑 초코렛이 뭔 상관이지? 했더니.. 


서울대학교에서 ㅋㅋㅋㅋㅋ 초코렛을 만들다니 ㅋㅋㅋㅋㅋㅋ

얘는 대체 어쩌다가 뉴욕까지 왔는가 -

마카다미아가 들어있었는데 생각외로 맛이 있었다! 

기념품이 으레 그렇듯, 느끼한 팜오일 가득한 초코렛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크림이 들어간 초코렛 맛이라서 놀람.




2. 맨하탄의 독일 정육점, Schaller & Weber 


체코에서 온 친구와 고기 이야기를 하다가 할렘 근처에 좋은 정육점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편이 늘 미국 소세지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하던게 기억나서 (나의 제한된 주관적인 경험담: 독일어권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미국의 소세지와 맥주가 시원찮다고 한다) 정보를 받아서 보니 Upper east에 위치한 독일 정육점이었다. 좀 더 알아보니 - 맨하탄 내의 크고 작은 모든 비어하우스에 거의 독점 공급을 하고 있었고, 뉴저지, 버지니아 디씨 멀게는 서부까지 공급을 하는 어마어마한 정육점이었다! 그러니 맨하탄의 어디 독일/오스트리아 음식점을 가더라도 실상은 같은 소세지를 먹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맨하탄 독일 식당끼리 소세지 맛 비교하지 말자. ㅎㅎ 


www.schallerweber.com 납품하는 맨하탄의 레스토랑들



사사가 사랑하는 Stiegl슈티글 (짤츠부르크 소재, 오스트리아 최대의 맥주회사)도 팔길래 냉큼 두어병 사와서 

Frankfruter를 삶아, 매콤한 겨자와 함께 냠냠. 크으- 가격 생각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아주 좋다. 대 만족!



새삼스레 Schaller & Weber을 우연찮게 마주치고 그 위엄을 다시 느낀 곳은, 맨하탄의 거리 축제였다.

옷 반품하러 마실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길거리의 축제. 

날이 좋아지는 봄/여름 즈음에 주말이면 맨하탄 곳곳에서 아래의 사진과 같이 경찰의 교통 통제 아래 노점상들이 늘어서며 길거리의 흥이 오른다. 




사사와 함께 사람들을 헤치며 양 옆의 부스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독일 소세지를 판다는 German bratwurst 스탠드를 보고 사사가 Frankfruter한개를 사왔다. 받은 프랑크푸르터 위에 부스에 비치된 머스타드 소스를 뿌리려던 찰나, 머스타드 소스 병에 "Schaller & Weber"이 찍혀있는게 아닌가...... 


그 뒤를 보니 그릴에 올리기 위해 꺼내는 소세지들이 Schaller Weber 마크가 찍힌 박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 정육점은 대체 뭐지.. 독일 소세지계의 마피아인가...





직접 맛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Schaller & Weber 공급 레스토랑 목록:

http://www.schallerweber.com/find-buy/restaurants/


집에서 맘껏 해먹어버리겠다 하는 분들을 위해..


Schaller & Weber 공급 슈퍼마켓 목록:

http://www.schallerweber.com/find-buy/stores-retailers/

뉴욕에서는 Fairway Market 전 매장에 납품된다고 하네요. 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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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들레_ :
벼르던 간절기 자켓을 어제 드디어 사서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에 입고있는데
"오늘 30도 까지 올라가, 자켓 필요없어~" 라는 남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입은채로 돌아다니니까
자정에도 섭씨 24도라고 핸드폰으로 재차 확인 시켜준다...

내 맘을 그대는 모르지이~


Posted by 민들레_ :

금요일날, 맥주를 양껏 마시고

그 다음날인 토요일 하루의 일정. 이 많은 사진과 음식들이 '하루'만에 있었던 것에 스스로도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먼저, 아침에 숙취가 올라오던 우리 둘은,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동네의 농산물장에 장을 보러 갔다 (Farmer's market). 매주 토요일날 서는 장인데, 사실 장보다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하러 오는 단체에 일주일간 모아 두었던 음식물 찌꺼기를 전달하러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뉴욕에서 사는 분이라면 미처 기일내에 먹지 못해서 상한 음식, 또는 요리하며 나오는 각종 채소 찌끄러기를 모아서 비료로 만드는 NYC Compost Project 에 전달해 줄수 있다. 

미국 9년차인 지금도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섞이는 것이 거북하고 불편해서 우리 동네에도 이 단체가 들어오기를 소망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작년 겨울부터 매주 토요일 수거차가 오고 있다. 



불과 7분 거리인 장터까지 가는 거리에

우리는 숙취를 견디지 못하고, 근처 델리에서 조각당 1불하는 싸구려 기름진 피자를 사먹게 된다.


그리고나서, 집에서 양껏 차려입고 (?) 비로소 둘 만의 로맨틱한 생일을 즐기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집 앞에 뙇 피자 트럭이 와있었다. 우리 동네에 푸드트럭이 오는 것은 간간히 봐 왔지만 피자트럭이라니?


그래서 우리는 점심으로 피자를 먹기로 한다


맛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트럭을 찍어두었다. 맨하탄 여러분, 이 트럭보면 사드세요. 두번 사드세요!


사사가 고른 피자. 하나로 둘이 나눠먹기. 스벅 일회용컵은 반성..

한 판에 11불정도 였다. 화덕에 구운 피자 맛이 나서 연신 ' 우와' '우와'하며 먹었다. 

어떻게 저 트럭 안에 화덕 오븐을 설치했을까? 장작은 어디에 보관하는 걸까? 연기는 어디로 나가고 있는 거지? 하며 피자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사가 깨우쳐 주었다.

"화덕? 무슨 화덕이야. 프로판 가스로 구웠지"


본격적인 생일 맞이!

사사의 생일 일정은 모두 본인에게는 *비밀*로 진행되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지하철 역에서 내리는지 전혀 모르고 나를 따라 오고 있는 격.


그 첫번째 일정이자, 메인 생일 선물은.. 두구두구... 


Hayden Planetarium 뉴욕 자연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입장권*

참으로나 마니악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남편이 과학 덕후인지라 나름 고심해서 고른 것이다. 얼마나 과학덕후인지는 추후에 쓸 일이 있으리라..

단순한 박물관 관람이 아니라, Museum Hack이라는 단체를 통한 가이드 투어였다. 투어를 하는 가이드들이 젊은 편이고 (20-30대) 획일화 된, 주어진 매뉴얼에 따른 가이드가 아니라 각자 가이드가 스스로 박물관을 분석해서 제일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 투어 일정을 짠다. 즉, 같은 회사를 통해 같은 박물관을 여러번 가더라도, 가이드가 다르다면 다른 경험을 할 수있는 것이다. 


우리의 가이드는 Taxidermy (박제학)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박제학의 선구자 이전의 박제와 이후의 박제의 다른 점을 보여주었는데, 듣기 전에는 '그냥 박제동물이 박제동물이지 뭐' 하고 들었다가, 그 차이점을 보고나니 현대의 박제가 얼마나 많은 고심과 노력 끝에 이루어진 작품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박제라고 하면 과거 부자들이 재력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 거부감이 있었는데,

자연사 박물관의 박제된 동물들은 자연의 동물들을 볼 기회가 적은 도시의 아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자연을 배우고, 간접적으로 느끼며 애착을 형성하게 하여 자연 보호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내에서 자연사 박물관의 설립률과 환경보호법안 제정률이 비례한다고. 


남자의 성비가 높았던 우리 팀은 그리고는 공룡을 보러 갔다. 어른이고 아이고 남자들이 갖는 공룡에 대한 애정은 신비롭다.

여기서 가이드는 우리에게 작은 공룡 모형을 주며, 

1) 전시관 내에서 이 공룡을 찾아서 

2) 이 공룡과 함께 셀카를 찍고

3) 이 공룡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1가지 찾아 오라고 미션을 내주었다. 


우리가 받은 공룡은 요렇게 생김 (구글 사진)


그리고 사사는 이 공룡을 찾아 나섰다.


(공룡을 보자마자 트리세라톱스! 라고 외쳤던 내가 자랑스럽다 ㅋㅋㅋ

국민학교 때 열심히 읽던 공룡 만화 시리즈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공룡 앞에서 새로운 지식을 열심히 찾고있는 사사


공룡 전신과 함께 찍은 셀카는, 

공룡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우리의 부족한 팔 길이로 인해 아주 부담스러운 사진이 되어 생략.


대신 가이드가 티라노사우르스 앞에서 티라노 흉내를 내는 우리들 사진을 찍어 주었다. 

공룡은 보통 손가락이 4개인데 티라노는 손가락이 3개라고 한다.

그리고 손가락 끝이 앞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손뼉을 치듯 서로를 마주보며 있다고.

들은 지식을 바탕으로 열심히 따라해본 티라노다.



자연사 박물관 역에서 공룡을 발견하고 신남



다음 서프라이즈 생일 이벤트는 맨하탄의 오스트리아 식당. 

맨하탄에 독일 식당은 참 많은데 오스트리아 식당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 중에서 유명한, 오스트리아 박물관 안에 있는 카페. 기대를 많이 하고 갔었다. 


사사가 아주 만족스러워했던 Stiegl. 



둘이서만 저녁을 먹을 줄 알았던 남편은, 우리 테이블에 4인용으로 세팅이 되자 아주 혼란스러워 했었다. ㅎㅎ

우연히 생일이 비슷한 커플이 맨하탄에 온다고 하여 함께 디너. 

음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서비스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음식의 엄청나게 맛남을 상쇄시킬정도로. 

여러분 그냥 독일식당 가세요..



윗 사진의 적은 음식 양에 모두 만족하지 못해서 (특히 아스파라거스와 감자 몇조각으로 만족해야 했던 분이 ㅋㅋ) 

우리는 2차를 가게 된다. 오스트리아 음식을 먹었으니 그 다음은 한식으로~ 

지글지글. 

사사를 만나기 전에 나는 거의 채식으로만 지냈는데 (의도했다기 보다는 고기 손질하는 것을 싫어해서) 사사와 만나고나서부터 점점 내 식단에 고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계하는 중이다. 


메뉴 중에 흑돼지 삼겹살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사사가 흥분하여 흑돼지도 시켜먹었다. 

한국에서 결혼식 후에 제주도 신혼여행을 3박 4일 다녀오며 흑돼지에 매료 되더니만은,

기회가 닿을 적 마다 흑돼지를 먹으려고 하고 있다. ㅋㅋ 


의도치않게 저녁을 새롭게 먹으며, 고기 세트메뉴에 각종 반찬에 칼칼한 된장찌개에 냉면까지 먹고

배를 뚠뚠 두들기며 사사의 생일을 마무리하였다. 


주말 내내 먹을 음식을 하루 안에 다 먹은 느낌이다. 생일이 1년에 한번 뿐이라 다행이야. 














Posted by 민들레_ :

부제: 사사의 생일과, 오스트리아 말의 아리송함. 


나이가 들면서.. 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20대 초반에는 내 생일 즈음이 다가오면 한달 전부터 친구들 초대할 거, 어디서 파티할지 계획하느라 바빴었다. 그리고 그 당일날 내 한몸 불살라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호스트 역할을 했었다. (파티호스트 말이다. 직업호스트말고..) 누가 언제 오는지, 뭘 먹으면 좋을지, 채식주의자나 알러지가 있는 친구는 누가 있는지 등등을 체크하며 계획하고는 했었다. 


사사와 갖 데이트를 시작하던 2011년 생일에 내가 양껏 차려입고 여자애들끼리 1차 갔다가 2차부터 남자(사사포함)들도 와서 함께 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뒤로는 내 생일 파티를 한 기억이.. 없다..?


내 생일날에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것 같다. 소소하고 소박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화려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이벤트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기대에 호응해줘야 할 것 같고 그렇게 되었다. ㅎㅎ.. 작년 생일도 내가 뭐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남편 생일은 3년간 뭐했는지 다 기억남..) 


남편 생일은 뭔가 막 챙겨주고 싶다. 

로맨틱하게 내가 뭘 해주며 즐겁게 해주기보다는 - 생일날 하루는 남편이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 수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싶달까. 나의 파티호스트 기질이 이제는 남편의 생일날 남편과 남편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향으로 발휘되고 있다. 


생일 주말의 전야제였던 금요일,

남편이 고른 독일맥주 가게 (Paulaner NYC)에 갔다. 내가 관여하지않고, 사사의 직장동료들이 주로 오는 자리 였기 때문에, 나는 따로 아는 친구 몇명에게 올수있음 맛난거 먹으러와~ 하고 정보 전달을 해놓고, 사사가 초대한 현 직장동료들과 전 직장 동료들이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있는 눈치 없는 눈치를 동원해서 화제를 만들어 대화를 유도하고는 했다. 

이 사람이 지금 관심가질만한건 뭘까? 저 사람은 어떤걸 좋아하나? 

처음 만나는 사람을 관찰하며, 머릿 속으로 추리게임을 하면서 모두가 즐겁게 이야기할 만한 화제들을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는데, 무난히 성공했었기를 바란다 ㅎㅎ 내 노력보다는 맥주의 힘으로 모두 재밌었던 것 같다.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맥주는 사이즈별로 파는 것이 참 신기했었다. 

내가 주로 본 것들은 300미리, 500미리, 1리터 용량이었다. (쾰른 지역에서는 200미리로 주로 판다고 한다) 

각자 이름이 따로 있는데, 

300mL = Seiterl [싸이딸]

500mL = Halbe [호이베]

1mL = Maß [모스] 

이렇게 배워 알고있었고, 오스트리아에 방문할 적마다 쓰곤 했다. 


그러나 내가 이 맥주 집에서 독일웨이터에게 호이베 (500ml)를 주문하자.. 

웨이터는 ???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사사는 빵 터지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잘 써먹던 단어인데 왜그러지? 하고 보니, 

Halbe는 오스트리아에서만 [호이베]라고 하고, 정식 독일어로는 [할배]라고 읽힌단다. 


아 오스트리아 말 정말 혼란스럽다 ㅠㅠ 독일어라고 배우는데 독일에서 쓰지를 못하는 독일어다. 

오스트리아에서만 호이베라고 한다는 사사 말도 못믿겠다... 사사네 지역에서만 쓰는 발음일 수도 있다. 

비엔나가면 못알아 들을지도 ㅠㅠ 


또 다른 일화로는, 

사과파이 종류 중의 하나를 시댁에서 Apfel bunki 라고 구워주시기에, 그 동네에서 사먹을때도, 사사와 이야기할때도 계속 Apfelbunki라고 쓰고 다녔는데,


그 마을에서만 쓰는 단어란다

어쩐지 다른 독일친구들은 못알아듣더라...... 


독일어, 아니 오스트리아어 배우기 갈길이 멀다.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