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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10 소파로 다진 부부의 우애 12

사사와 연애하며 함께 알고 지내던 여러해 동안, 나는 계속 소파 사는 것을 미루어 왔었다. 


예전에 혼자 스튜디오 (원룸)에 살다가 이사 나오면서 소파를 처분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는, 어차피 바닥 생활에 익숙하니 나는 필요 없다고 하고 남편도 맨하탄의 작은 아파트 안에서 소파가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지 등에 동의해서 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소파에 기대어 누워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같이 드라마 보는 그 재미가 아쉬워 지던 그때... 

근처 이웃이 쓴 흔적이 거의 없는 소파를 판다고 하여 냉큼 거실의 수치를 재보고 소파를 구경하러 갔었다. 


더블베드(퀸사이즈)로 변신 가능한 소파. 더더욱 사야겠다는 마음에 불이 지펴지고...


소파를 보고 난 뒤 우리의 결정을 궁금해하는 주인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거실 수치를 확인하고, 짧은 토론 후에 사겠다고 소파 주인에게 이메일을 쐈다. 

좀 깎아달라고 네고를 했어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이메일 보낸 후 몇 분 차이로 다른 두 가정에서 소파를 사고 싶다고 했다고... 깎아달라 했음 못샀을 뻔했다. ㅎㅎ 

별거 아닌데 최종 득템자가 되니 왠지 승리한 뿌듯함. 크크 


주말이 되어 소파를 집에 가져온 뒤, 사사가 야심차게 소파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사사는 아버지가 숙련공이었어서 그런지, 공구에 대한 로망이 있다. 평소 자신에게 쓰는 돈은 늘 "필요"나 "먹는 것"에 국한되어 있던 남편이 어느날 충동구매로 큰 돈을 썼다며 이야기했을 때 대체 뭘 샀을까 궁금했는데, 홈디포에서 전문가급 전동공구 세트를 산 것.. 세일이었다고 강조했지만 그래도 수 백불대.. 


그 귀한(?) 몸값이 비로소 빛나는 순간이 왔다. 

전동 드릴과 드라이버, 여러박스의 드라이버 비츠 (driver bits)를 꺼내서 사방팔방에 나사를 늘어놓고 사사는 열심열심 모드. 

사실 나는 금요일 저녁이라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 때문에... 

방 구석에서 간간히 "우와~ 대박,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 등 응원을 보내며 딴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소파의 부분들을 사사가 나사로 고정시킬 때까지 땅에 닿지않게 들고 있는 역할을 하며 (다음날 등에 알배김..) 돕다 보니 거진 윗 파트가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으니... 


소파의 앉는 부분과 팔걸이를 고정하는 나사 중의 하나가 헛돌기 시작한 것! 소파의 앉는 부분으로 나사가 나와서 팔걸이 부분에 있는 고정된 쇠구멍에 맞물려 들어가야 하는데, 쇠구멍 중의 하나가 고정되지 않고 나사를 돌리면 같이 돌고 있었다. 남편이 힘으로 밀어 붙였더니 설상가상 나사는 빠지지도 않고 더 들어가지도 않는 상태로 끼어버렸다. 애써 펜치로 빼도, 망치로 두들겨도 꼼짝도 않는 상태. 


남편이 씨름하는 동안 방 구석에서 유유자적하게 응원하며 구경하던 나는 슬쩍 보고는 사태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간단하게 구글링을 해봤다. 줄자로 나사를 잘라낼 수 있다기에... 까짓꺼 "나사 끼인거 잘라내고 드릴 있으니 양 옆으로 구멍 더 내서 나사 박아서 소파 연결하면 되겠네~ 우리 이거 되팔꺼 아니잖아~" 라고 했다. 


난관에 부딪혀서인지 말이 급 없어진 남편 기분전환 시켜줄 겸, 공구점이 닫기 전에 나사 사러 다녀오자고 이끌고 나섰다. 공구점에서 맞는 사이즈 나사를 같이 고르고, 팔걸이 부분에 구멍내어 박을 나사와 맞물릴 쇠구멍도 골라서 구매 후 집으로 돌아왔다. 


줄톱으로 자르니 나사는 금방 잘렸고, 드릴로 구멍을 두개 내어 나사가 맞물릴 쇠구멍을 끼워 넣고.. 새로 산 나사로 소파 두 부분을 연결! 나사 1개 자리에 2개를 박았으니 더 튼튼해진 소파 완성~ 


가운데가 줄톱으로 잘라낸 낑긴 나사다. 위 아래가 새로 구멍을 내어 끼워넣은 쇠구멍.


마무리 작업을 하는 사사씨






프라이데이 나잇의 감성으로 '닐리리야 맘보' 상태였던 나는 소파가 완성되었으니 그 위에 드러누우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는데.. 남편이 "네 덕분에 살았어, 너 아님 난 못했을꺼야" 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사가 겉돌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낑겨서 빼지도 못하고 있을 때 본인은 패닉모드로 들어갔다고.. 몇백불 주고 소파를 샀는데 그걸 내가 망쳤어! 몇백불을 버리게 생겼어! 라고 공황상태에 빠져있는데 (그래서 말이 없던 거였다)


내가 대안을 제시하고, 자기 손을 이끌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주었다고... 네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어부지리로 뜻하지 않게 내조함....  


ㅋㅋㅋㅋㅋ 나는 내가 손 안대고도 소파가 만들어져서 좋았는데 ㅋㅋㅋ 


이게 바로 부부의 팀워크구나!

우리 둘 사이의 연대감이 한 단계 상승한 날!! 


이 소파는 아주 잘 쓰이고 있다. 

소파 위에서 컴퓨터도 하고, 티비도 보고, 가계부도 쓰고~ 소파 있으니 넘 편하다!!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