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4년 차에 들어서고 보니 학교의 일상들이 다르게 보인다. 졸업을 생각해야하고, 졸업 후 취직을 생각해야하고, 결혼하고 보니 지금 다음에는 어느 나라에 가서 살지, 취직은 둘다 하는지 또는 하나만 하는지, 나이가 들고 나면 어디에 정착할 생각인지 등등 어른의 고민들이 가득하다. 


실은 그 무엇도 ~해야한다는 룰은 없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는 뭉근하게 두려움이 올라와서 자꾸 여러가지 생각과 걱정을 일으킨다. 


막연하게 글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 기왕이면 나의 전공을 살려서 - 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어제 커리어 워크숍을 갔다. 커리어 워크숍 마지막 즈음에 그래프를 보여주는데, 그래프에는 생각하는, 수동적(좌) 와 행동하는, 능동적 (우) 가 있었다. 


그래도 나름 미래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능동적이라고 여겼거늘, 수동성의 극좌에 해당한다는 것에 살짝 충격을 받았다. 이런 진로에 대해 글로 읽고 상상만 했지 직접 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거나 어떤 것을 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었구나.


10월 20일, 11월 5일 각각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는 글쓰는 사람들 미팅에 등록하였다. 친구도 없고, 홀홀 단신으로 참여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겠지. 소심한 마음이 저변에서 쭈뼛거린다. 


요즘들어 스스로에게 계속 의문점이 있었다. 왜 지금의 나는 이렇게 쭈뼛거리는지? 한국사람들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능수능란하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대화를 풀어나가는 편인데 학교에서는 왜 그렇게 못하는지? 영어의 문제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전 직장에서 내가 너무나 엄청난 사교력을 펼쳤기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어째서 이전에 (전 직장), 그리고 지금 (한국 사람들) 사람들과 편안하고 자유롭게 만나는데 학교에서는 그게 안되는 것인지? 실제로 학교에서 알게되어 학교 밖에서 만난 사람이 1-2명에 그치는데 (한인 제외), 조금 놀랍다, 이 학교에서 이제 4년차를 찍고 있는데 말이지. 


전공 분야에 관련되면 내가 쭈뼛거리는 건 아닌지 싶어 10/20, 11/5의 미팅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진다. 내 전공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한가? 그냥 나이들어서 편안한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싶고 새로운 사람은 굳이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성향이 된 것일까? Comfort zone에서만 안락하게 지내고 싶은가?


내 자신은 무궁무진한 연구 대상이자 실험 대상인 것 같다. 

나의 마음과 나의 몸 둘 다. 

(일례로, 어제 저녁, 내 몸은 2인분의 식사와 감자칩을 먹으면 말로 못할 심한 복통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해 내었다... 나름 발견 맞지..?)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