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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09 남편 없는 여유 6

너무 오랫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이전 두 포스트에 사진을 듬뿍 올리며 과욕을 부렸더니, 잘하고픈 마음에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하루이틀.. 한달이 지나버렸다. 두둥. 이상하게 무언가 잘하려고 마음을 먹다보면 꼭 그냥 하는 것보다 진도가 느리다. 잘하려는 마음이 장애물일 줄이야.


오늘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고 하여 비로소 자유롭게 컴퓨터 할 시간이 생겼다. 

남편인 사사와 (슈눅에서 애칭변경!) 나는 성향이 참 달랐다. 


연애초기, 주말이면 집에서 요리해먹으며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남자와 주말이면 쇼핑이든 산책이든 일단 나가고 싶은 여자. 그리고 뉴욕에서 5년 지내며 학교도 다녔고 직장도 다니고 절도 다니던 나와 이제 막 유럽에서 미국에 취직해서 온 남편은 만나야 할 친구들의 수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쭈욱 이어져서 지금도 나는 대학교 친구, 대학원 친구, 절 친구 등등의 모임이 있고 남편은 집-직장을 충실히하는 남자인지라 퇴근 후 집에서 영화보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나의 아주 친한 친구들은 한국인들이라 한국어 모임이 되어 남편을 초대하기도 애매해서 늘 혼자 놀러가게 되는데.. 그래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남편도 한국어가 주인 모임에는 굳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인이 많은 사사의 직장에 독일인 모임이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독일인 모임이라지만 독일어권 (오스트리아, 스위스)도 모두 모이는 것 같다. 한달에 한번정도 Bierhaus에서 모인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릿 속에서 전구가 켜졌다. 그러나 너무 티나게 가라고하면 안갈거 같으니까 은근하게 "그런 모임가서 우리 나중에 유럽가서 취직할때 도움되는 정보도 알고 그래야하지 않겠어~?" 하며 잊을만 하면 한번씩 쿡쿡, 몇달 간 찔러줬더니 오늘 드디어 그 모임에 갔다. 그 동안 나만 한국인 모임에 가서 신나게 놀고 오느라 미안한 것도 있었고, 집에 가면 늘 남편이 있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쉽기도 했었는데, 성공이다. 새로운 것을 하기 아주 귀찮아하는 남편에게 이건 대이벤트. 앞으로도 자주 나가도록, 오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면 좋겠다. (밤10시를 향해가는데 아직도 안들어오고 있다.. 문자도 없다! 완전 재밌나보다!!)


남편이 없는, 나 혼자 장악한 집안에서 나는 침실의 내 쪽을 정리하고, 청소기로도 밀고, 지난주에 왕창 주문했던 옷가지가 와서 다 택떼고 빨래함에 넣고, 찬밥이 반공기 있길래 찬밥에 채소와 고추장 참기름으로 비빔밥도 만들었다. 


이 여유~ 자유~ 

참 좋다! 


남편 서운해하지마. 우린 모두 자유가 필요한 존재야.. 


제일 하고싶었던, 혼자살 때의 자유: 컴퓨터 앞에서 웹서핑하면서 밥먹기


+ EBS 글로벌 가족 정착기(링크)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서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러한 가족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부분들을 간접적으로 알수 있어서 재밌게 보고있다. 한국에 들어가서 살면 남편이 외국인이라는 점과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렵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백인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보게되니 내가 우려했던 것들이 얼마나 사치였는지 깨달으며, 겸허해진다. 아 인종차별. 나도 유럽가서 살면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받겠지만, 유난히 내 나라에서 외국인들이 피부색에 따라 차별받거나 우대받는 것은 참 부끄럽다.. 

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