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아침에 일어나서 별 기대없이 임신테스트를 해보았다. 5초 정도 기다렸다가, 흘끗 보았는데 대조선만 뜨기에, 쓰레기통으로 직행.

그날 밤에, 간혹 나중에 보면 두 줄인 경우도 있대서 다시 휴지통을 뒤져 꺼내어보니.. 어라.. 두줄인가?

그간 제 아무리 눈을 찡겨보구 요리조리 살펴도 단호박 한 줄만 봐왔기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미 야심한 시각이라.. 

내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비싼 임테기 (개당 무려 $8..)로 해봐야지 하며 잠들었다.


9월 27일. 


어라... 진짜 임신인가...



디지털의 오류일 수도 있나 싶어서 임테기 분해. 두줄이 떠있는거보니 양성이 맞구나. 



남편에게 어떻게 말할까 고민했는데, 새벽 6시이길래.. 

여분의 카드에 남편의 할일 목록이라고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빨래하기 / 저녁하기 / 재활용 버리기 / ..... / 아기 침대 조립하기.


아직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워서 이것 좀 보라고 카드를 들이미니

눈을 비비며 어두운 침실에서 읽다가.. 어??? 하면서 화들짝 놀래주었다. 히히. 


결혼 또는 아이에 대한 생각 없이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어서 참 감사하다. 



늘 메이저에서 살짝 어긋나 있던 내가, 대다수의 사람들의 결혼, 임신의 큰 흐름을 함께하는 것이 참 낯설다.

위의 문장도 난다님의 어쿠스틱 라이프를 보며 참 와닿았던 내용이었는데 (정확히 기억안나므로 대충 내용만)

아래의 책에서 읽은, 

"어렵고도 흔한 임신" 이라는 문구도 정말 깊게 와닿았다. 정말 흔한데 참 어려운 임신이다. 





두 줄이 뜨는 것만 오매불망 기대했었는데, 

막상 두 줄이 뜨고나니 그 다음엔 조기 유산에 대한 걱정이 이어지고, 

그 이후에는 유전적 결함에 대한 걱정이 이루어졌다.

임신 6주 정도까지는 아는게 병이라고, 염색체 이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떨치기 어려웠는데


아 조기유산과 염색체이상에 관한 한, 

나는 할 수있는게 없다 - 그저 운명에 맡기고 기다릴 뿐이다 - 라고 한발자국 물러서니 한결 여유로와지고 편안해졌다. 


이제 11주차. 

2주만 더 있으면 first trimester 이 끝나는구나. 


그 다음에는 인터네셔널 학생에 대한 출산휴가 규정이 없는... 학교에 있기에 과랑 출산휴가 네고하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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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들레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