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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뉴욕. 어쩌다보니 박사생. 어쩌다보니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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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라는게 일반적으로 익숙한 1-2년 과정의 대학원과는 다른게, 

또는 4년 과정의 의과나 법과 대학원과도 다른게.. 

박사학위는 정해진 졸업이 없다. 성과에 따라 잘하면 빨리 졸업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그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무 잘하면 발목 잡혀서 졸업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은 너무 잘했는데 운이 나빠서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은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교수와 상성이 안맞으면 또 헬게이트가 열린다. 


학위 기간이 미정인데다가 

"이정도면 졸업해라" 라고 결정하는 칼자루는 지도교수가 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박사생과 지도교수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인거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애 보다는 증의 퍼센트가 높아진다...) 


내 박사과정은 연대기순으로 요약하자면, 

2012년에 석박사 통합과정인 대학원에 입학해서,

2013년에 A교수님을 지도교수로 정하고 연구조교로 일을 하다가

2015년에 A교수님이 아카데미아를 뒤로하고 회사에 취직하는 바람에, 

2015년 12월부터 B교수님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2017년 4월 현재, 5학년을 마치고 올 9월부터는 박사 6년차가 된다. 

박사 6년차라고는 해도 실제 지금 실험실에서 내 연구를 한 기간은 1년 4개월정도.. 


지금 B교수님은 4학년에 다시 맨땅부터 시작해야하는 내 상황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해주고 억울해 해주고 

A교수님이 내 펀딩(=내 월급)에 관한 말을 여러번 번복하면서 일이 지저분해지기 시작할때 

나서서 걱정하지말라고 본인이 다 해결한다고 안심시켜주고 그런 분이다. 


성격도 호탕해서 나랑 농담따먹기도 자주하고

신기한 간식 선물받으면 지나가면서 내 책상에 놓고 가주고 

내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때는 차분하게 그 상황에 대해서 브리핑도 해주며

"일단은 너도 관련된 일이니 너도 알아야한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이렇게 대처해서

네가 불이익을 안당하게 ##하자는 결론으로 이끌어나가겠다" 

이렇게 해주는, 아 쓰면서도 보니 정말 둘도 없을 배려넘치는 지도교수다. 


그런데 이것도 내가 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지 ㅋㅋㅋㅋ 

아무리 내가 부처님 예수님과 일해도 내가 힘들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만성피로로 늘 미열과 충혈된 눈으로 살다가 보면


"열심히 해서 논문 하나 더 내야지, 그래야 너한테 좋다. 

그리고 이번에 결과 발표하면 과에서 너보구 1년안에 졸업하라고 할텐데

그거 1년 연장해서 7학년 꽉 채우고 졸업하면서 논문 하나 더 내는게

네 장래에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내가 과에다가 너 1년 더 있게 해달라고 사정하겠다"


이런 교수님의 말이 참 쓰게 다가올때가 있다


저 말이 틀린건 하나도 없는데

1년 더 실험하는게 논문으로 나오려면 논문까지 내가 다 써야하는데 

1년 안에 그건 비현실적인거 같고


나름 일주일에 50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더 해야해 더, 더 열심히 해야해! 

대학원생은 일주일에 60시간정도 일하는게 적당한거 같애" 

이런 말씀을 하시는거도 맥빠질때가 있고


알고보니 우리 실험실의 4명의 박사생 중에서 

나에게만 이렇게 (애정어린?) 채찍질을 하는 걸 알았을 때  

'아 내게 거는 기대가 크구나, 이 기대에 보답해야겠다'가 아니라

' 아 진짜.. 쟤는 맨날 조퇴하는데 왜 나한테만 그래!!' 가 먼저 떠오르는거다. ㅠㅠ


사실 전자의 반응은.. 나중에 내가 유명해져서 지도교수를 떠올리며 어디 인터뷰에서나 하는 말이지, 

진짜로 맘 속 첫 반응이 저런식이라면..

글쎄....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ㅋㅋㅋㅋ 


내일 모레 커미티 미팅*이 있어서 지난주에 80시간정도 일하고, 

주말내내 일하고, 이번주도 매일 아침에 눈뜨자마자부터 자기 전까지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분석하고 현미경 사진 다듬고 피피티 만들고, 

오늘 지도교수님이랑 만나서 결과토론을 한바탕 했다. 

(*커미티 미팅: 박사생들이 무책임한 지도교수를 만나서 허송세월하거나 않도록, 

박사생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교수를 3-4명정도 정해서 

지도교수 외의 교수들에게 졸업 프로젝트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모임.

지도교수가 성격파탄이거나, 박사생을 방치하거나, 그릇된 방향으로 플젝을

자꾸 몰아가는 경우에 이 커미티의 교수들이 제재를 가할 수 있음)


어 그런데 결과 토론 후에,  

커미티 미팅 끝나는 목요일 오후부터 할 일과

그 담날인 금요일날 해야하는 일과

오는 주말 안에 이거이거 분석 좀 다 해야겠다며 일을 막 던지시는게 아닌가.  


아 교수님 나 죽겠소!

근데 또 보니 진짜 나한테만 그래!

왜 다른 애들은 커미티 끝나고 좀 쉬게 해주는데 

나한테 이렇게 빡시게!! 돌리는 것이오!!!!!!!!!! 

여름에 학생도 하나 맡으라 하고!!

조교도 하라하고!! 실험은 이 속도 그대로 가라고 하고!!


일을 많이 하는건 괜찮은데

이게 내가 동기부여가 되어서 일을 많이하는거랑

' 아 이거까지만 죽도록 달리고 한숨 돌려야지' 하는 찰나에

목구녕까지 차오르게 일을 주고 몇일 간격으로 재촉받으며

일을 많이 하는건.. 

내 멘탈의 상태가 너무 다르다 


그래, 잘 하려면 열심히 해야지.

근데 얼마나 열심히 해야돼?

최선을 다하라고?

최선을 다하는 거 좋다, 근데 내 삶이 망가지면서까지 최선을 다하는건

정말 어리석고 바보같은 짓인거. 

어디서부턴가는 나의 존엄성을 위해서 선을 그어야 하는거 같다. 


그리고 내가 초인적인 일정으로 일을 많이 하고 데이터를 많이 생산해내면

그게 어떤 괴로움을 동반해서 나오는 건지 남들은 알수가 없다. 

본인이 괴로웠던게 아니니 옆에서 보기엔 결과가 운이 좋아 쉽게 쉽게 나오는 걸로 보이고

쉽게 쉽게 나오는 거 같아보이니

쉽게 쉽게 요구하는거 같다.. 


실험에 들이는 시간/노력과 연구의 진도는 얼추 비례하며 증가하다가 

결국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비범한 연구의 생산성은, 

내 속을 갉아먹고 내 삶을 희생하는 댓가로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받는거...


학교 내에서는 숭고한 과학을 위해서는 그럴수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는데

그 분위기는 고용주(학교/지도교수)들에게 용이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런 압박 속에서 "더, 더, 더"를 요구받다가 그게 내재화되어서

스스로 그렇게 삶을 희생하며 살아야만 과학자가 될 수있다고 뿌리깊게 믿기 시작하는 거같다. 


휴식도 없고, 나를 위한 시간도, 사회적 관계를 위한 시간도 여유도 부족하여

점점 더 "일이라도 더 하자"로 이어지는 악순환. 


이 악순환에 끌려들어가는 사람들을 계속 봐오고 

의식적으로 경계하고 각오하면서 대학원을 들어왔는데도 

나 또한 교수님의 요구를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심리적 압박에 못이겨 

악마와의 거래에 손을 대려는걸 보고 식겁했다. 


교수님은 교수님의 입장에서 일을 많이 줘도 해내는 학생이면,

당연히 더 일을 주고싶고 계속 이렇게 일을 하기를 기대하겠지.


그래도 무리인건 무리야. 교수님 저도 좀 살아야겠어요. 

주말에 하루는 쉬어야겠어요. 어차피 내가 힘든건 온전히 내 몫이잖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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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캣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가벼운 로맨틱 코메디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나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진리(이 경우에는 음악적 경지)를 연구하고 그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기위해 계속 노력하는 삶.

과거, 짧은 몇주간의 기간이었지만 이전과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에 살았던 때가 있었다.
같은 일상일지언정 전혀 다른 삶이었지.

진리를 추구하는 동력이 일상화가 되면 계속 그 '다른 세상'에 머물러 있게 되는걸까?

변화하고픈 내가 있는데 동시에 변화하기위한 행동에는 한없이 게으른 나도 있다.

결론으로 오늘 저녁은 맥주 두병에 후렌치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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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캣

사사와 연애하며 함께 알고 지내던 여러해 동안, 나는 계속 소파 사는 것을 미루어 왔었다. 


예전에 혼자 스튜디오 (원룸)에 살다가 이사 나오면서 소파를 처분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는, 어차피 바닥 생활에 익숙하니 나는 필요 없다고 하고 남편도 맨하탄의 작은 아파트 안에서 소파가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지 등에 동의해서 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소파에 기대어 누워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같이 드라마 보는 그 재미가 아쉬워 지던 그때... 

근처 이웃이 쓴 흔적이 거의 없는 소파를 판다고 하여 냉큼 거실의 수치를 재보고 소파를 구경하러 갔었다. 


더블베드(퀸사이즈)로 변신 가능한 소파. 더더욱 사야겠다는 마음에 불이 지펴지고...


소파를 보고 난 뒤 우리의 결정을 궁금해하는 주인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거실 수치를 확인하고, 짧은 토론 후에 사겠다고 소파 주인에게 이메일을 쐈다. 

좀 깎아달라고 네고를 했어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이메일 보낸 후 몇 분 차이로 다른 두 가정에서 소파를 사고 싶다고 했다고... 깎아달라 했음 못샀을 뻔했다. ㅎㅎ 

별거 아닌데 최종 득템자가 되니 왠지 승리한 뿌듯함. 크크 


주말이 되어 소파를 집에 가져온 뒤, 사사가 야심차게 소파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사사는 아버지가 숙련공이었어서 그런지, 공구에 대한 로망이 있다. 평소 자신에게 쓰는 돈은 늘 "필요"나 "먹는 것"에 국한되어 있던 남편이 어느날 충동구매로 큰 돈을 썼다며 이야기했을 때 대체 뭘 샀을까 궁금했는데, 홈디포에서 전문가급 전동공구 세트를 산 것.. 세일이었다고 강조했지만 그래도 수 백불대.. 


그 귀한(?) 몸값이 비로소 빛나는 순간이 왔다. 

전동 드릴과 드라이버, 여러박스의 드라이버 비츠 (driver bits)를 꺼내서 사방팔방에 나사를 늘어놓고 사사는 열심열심 모드. 

사실 나는 금요일 저녁이라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기 때문에... 

방 구석에서 간간히 "우와~ 대박, 어떻게 그렇게 잘알아?" 등 응원을 보내며 딴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소파의 부분들을 사사가 나사로 고정시킬 때까지 땅에 닿지않게 들고 있는 역할을 하며 (다음날 등에 알배김..) 돕다 보니 거진 윗 파트가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으니... 


소파의 앉는 부분과 팔걸이를 고정하는 나사 중의 하나가 헛돌기 시작한 것! 소파의 앉는 부분으로 나사가 나와서 팔걸이 부분에 있는 고정된 쇠구멍에 맞물려 들어가야 하는데, 쇠구멍 중의 하나가 고정되지 않고 나사를 돌리면 같이 돌고 있었다. 남편이 힘으로 밀어 붙였더니 설상가상 나사는 빠지지도 않고 더 들어가지도 않는 상태로 끼어버렸다. 애써 펜치로 빼도, 망치로 두들겨도 꼼짝도 않는 상태. 


남편이 씨름하는 동안 방 구석에서 유유자적하게 응원하며 구경하던 나는 슬쩍 보고는 사태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간단하게 구글링을 해봤다. 줄자로 나사를 잘라낼 수 있다기에... 까짓꺼 "나사 끼인거 잘라내고 드릴 있으니 양 옆으로 구멍 더 내서 나사 박아서 소파 연결하면 되겠네~ 우리 이거 되팔꺼 아니잖아~" 라고 했다. 


난관에 부딪혀서인지 말이 급 없어진 남편 기분전환 시켜줄 겸, 공구점이 닫기 전에 나사 사러 다녀오자고 이끌고 나섰다. 공구점에서 맞는 사이즈 나사를 같이 고르고, 팔걸이 부분에 구멍내어 박을 나사와 맞물릴 쇠구멍도 골라서 구매 후 집으로 돌아왔다. 


줄톱으로 자르니 나사는 금방 잘렸고, 드릴로 구멍을 두개 내어 나사가 맞물릴 쇠구멍을 끼워 넣고.. 새로 산 나사로 소파 두 부분을 연결! 나사 1개 자리에 2개를 박았으니 더 튼튼해진 소파 완성~ 


가운데가 줄톱으로 잘라낸 낑긴 나사다. 위 아래가 새로 구멍을 내어 끼워넣은 쇠구멍.


마무리 작업을 하는 사사씨






프라이데이 나잇의 감성으로 '닐리리야 맘보' 상태였던 나는 소파가 완성되었으니 그 위에 드러누우며 쾌재를 부르고 있었는데.. 남편이 "네 덕분에 살았어, 너 아님 난 못했을꺼야" 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사가 겉돌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낑겨서 빼지도 못하고 있을 때 본인은 패닉모드로 들어갔다고.. 몇백불 주고 소파를 샀는데 그걸 내가 망쳤어! 몇백불을 버리게 생겼어! 라고 공황상태에 빠져있는데 (그래서 말이 없던 거였다)


내가 대안을 제시하고, 자기 손을 이끌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주었다고... 네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어부지리로 뜻하지 않게 내조함....  


ㅋㅋㅋㅋㅋ 나는 내가 손 안대고도 소파가 만들어져서 좋았는데 ㅋㅋㅋ 


이게 바로 부부의 팀워크구나!

우리 둘 사이의 연대감이 한 단계 상승한 날!! 


이 소파는 아주 잘 쓰이고 있다. 

소파 위에서 컴퓨터도 하고, 티비도 보고, 가계부도 쓰고~ 소파 있으니 넘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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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캣